한빛사인터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양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신경 활동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도구가 필요한데, 주로 두 가지 유형의 신호를 추적합니다. 전기 신호는 빠른 신경 활동을 포착하는 데 강하고, 칼슘 이미징은 특정 세포 유형을 식별하는 데 유리합니다. 두 신호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면 뇌 회로를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소형 장치에 통합하며 다량의 신호를 다루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현재 신경공학 분야는 '더 많은 뉴런을, 더 정밀하게' 기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Neuropixels와 같은 상용 CMOS 기반 프로브가 전기 신호 기록을 가능하게 했지만, 광학 기록과의 통합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표준 CMOS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활용해 칩 제작 비용을 약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13-shank 구조에 416개 전극과 832개 포토다이오드를 집적한 멀티모달 뉴럴 프로브를 개발했습니다. 전기·광학 신호를 완전하게 온칩 신호 처리 기능을 갖춘 능동형 멀티모달 뉴럴 프로브로, 특수 장비나 기기 없이 일반 연구실 수준의 환경에서 고성능 신경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이 핵심 의의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직접 개발한 프로브로 처음으로 실제 뇌신호가 포착되었을 때입니다. 모니터에 신호가 찍히는 것을 보는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몇 개월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신경과학, 뇌공학, 신경정신 분야에 걸쳐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저의 소속 연구실인 NeuroIC는 이창혁 박사님의 지도 하에 집적회로 설계와 MEMS 공정 기술을 융합하여 뇌-기계 인터페이스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로 설계자, 공정 전문가, 신경과학자가 함께 연구하는 다학제적 환경 덕분에 기초 소자 설계부터 동물 실험 검증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공학과 생명과학이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환경은 제가 두 분야를 통합적으로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에 소속되어 이병훈 교수님의 지도로 집적회로 설계 역량을 함께 쌓고 있습니다. KIST-한양대 연계 과정을 통해 대학의 학문적 기반과 연구소의 실험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학과 생명과학이 실제로 맞닿는 지점을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개인적으로는 외할머니께서 파킨슨병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시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제가 개발하는 기술이 언젠가 신경질환의 이해와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연구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됩니다.
연구를 하면서 크게 느끼는 것은, 공학이 과학의 질문에 답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발한 도구가 필요를 충족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한편으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로 필요한 것’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회로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에 더하여, 생체 환경에서의 안정성, 생체 신호 발생 메커니즘, 실험적 제약 조건 등 공학 외적인 요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단순히 설계를 잘 하는 엔지니어를 넘어, 신경과학의 질문을 이해하고 공학적으로 번역하는 중개자 역할의 필요성을 깨닫고 목표하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신경공학은 여러 학문이 교차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와의 접점을 확장해 나갈 때 독창적인 융합 연구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술도 어떤 문제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연구의 방향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더딘 과정이지만, 자신이 만든 기술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경험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 매력이 이 분야를 계속 걷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당장의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뉴럴 인터페이스 연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더 멀리 본다면 필요한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연구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기술이라도 일부 연구자만 접근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표준 공정을 활용해 접근성을 낮추는 방향을 제안한 것처럼, 앞으로도 실제 연구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이어가면서 의료 및 신경과학 연구 현장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공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필요한 곳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고, 그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처럼 훌륭한 연구를 이른 시기에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이창혁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단지 학생이 아닌 연구자로 대해주시며, 스스로 고민하고 부딪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덕분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뇌 신호 측정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으로 한층 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김정진 박사님께도, 가장 가까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문주희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늘 함께해 주신 어머니, 항상 믿고 기다려 주신 아버지,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언니, 그리고 지금도 마음속에서 큰 힘이 되어주시는 외할머니께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등록일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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