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DGIST, 현 Rutgers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는 뇌의 흥분과 억제 균형 (excitation-inhibition balance)이 무너지는 시냅스 병증 (Synaptopathy)의 관점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연구가 흥분성 시냅스 기전에 치중되어 왔으나, 저희는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였던 억제성 시냅스 조절 인자 'MDGA1'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환자에게서 발견된 변이가 MDGA1의 구조적 결함을 유도하고, 이것이 시냅신 II (Synapsin II)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하여 억제성 신경회로의 조직화를 무너뜨리는 구체적인 분자 기전을 규명했습니다. 가설로만 존재하던 시냅스 불균형의 실체를 분자 수준에서 입증하며 질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보람이 큽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초기 분석 단계에서 마주한 암수 생쥐의 '상반된 데이터'였습니다. 처음에는 환자 유래 변이가 억제성 회로에 미치는 기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으나, 전기생리학적 측정 데이터를 면밀히 살피던 중 발달 단계에 따라 암수의 표현형이 다르게 나타나는 지점을 포착하게 되었습니다. 유아기 단계 (P10-12)에서는 암수 모두 시냅스 기능 이상을 보였으나, 성체로 성장하면서 암컷은 결함을 스스로 회복하는 반면, 수컷은 결함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이 예외적인 관찰이 연구의 방향을 ASD의 성별 편향성 (sexual dimorphism)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여성호르몬 시스템의 방어 기전에 착안해 바제독시펜 (Bazedoxifene)의 치료적 가능성을 증명하며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칙적인 데이터에서 질환의 핵심 기전을 찾아내고, 실제 치료 근거를 마련하기까지 일련의 확장 과정을 경험한 것은 연구자로서 가슴 벅찬 즐거움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님이 이끄시는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2013년부터 MDGA 단백질 군을 포함한 다양한 시냅스 접착 분자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이 분야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팀입니다. 특히 분자 생물학적 분석부터 고난도의 전기생리학적 기록, 동물 행동 분석, 그리고 대규모 휴먼 제네틱스 데이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학제적 환경 덕분에 기초적인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를 실제 약물의 효능 검증이라는 임상적 영역까지 연구를 밀도 있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실험 중 마주하는 '예상 밖의 데이터’가 때로는 거대한 발견의 입구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암컷 생쥐의 시냅스 결함 회복 현상을 단순한 오류로 치부하지 않고 성별 이형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연결해 낸 과정에서 큰 지적 희열을 느꼈습니다. 또한 단순히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미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을 재창출 (Drug Repurposing)하여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자신만의 확실한 연구 테크닉을 하나라도 깊이 있게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스로 독자적인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탄탄한 전문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타 분야 전문가들과 대등하게 소통하며 연구의 지평을 넓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확고한 중심을 세우십시오. 그 확실한 전문성을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려는 유연한 태도를 갖춘다면, 복잡한 뇌의 신비를 푸는 다학제적 협업 속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미국 럿거스 (Rutgers RWJMS) 신경외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본 연구의 토대가 된 억제성 시냅스 조절 메커니즘 연구를 신경회로 분석과 실질적인 세포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기반의 억제성 신경세포 이식을 통해 과흥분된 뇌 신경회로의 균형을 복구하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발달 질환부터 퇴행성 질환까지 아우르는 억제성 신경회로 조절 전문가로서, 기초 과학의 발견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치료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진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의 긴 여정을 인내심 있게 지도해 주신 고재원 교수님과 엄지원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고락을 함께하며 공동 제1저자로 힘을 보탠 김현호 박사와 실험실 동료들, 그리고 연구자의 삶을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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