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체내삽입형 의료기기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료기기 표면에 형성되는 바이오필름입니다. 바이오필름은 박테리아가 기기 표면에 부착해 형성하는 보호막으로, 항생제가 잘 침투하지 않아 만성 감염, 재발성 감염, 장기 협착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최근 스텐트나 카테터와 같은 삽입형 의료기기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바이오필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항생제 코팅이나 은 나노입자를 활용한 방식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체내의 지속적인 움직임과 마찰로 인해 코팅이 벗겨지며 효과가 감소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약물 없이도 소재 자체의 물리적 특성만으로 박테리아 부착을 영구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체온과 체내 움직임에 의해 표면 결정 특성이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형상기억고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에 주목하였습니다. 본 연구진이 사용한 형상기억고분자는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가지는 폴리카프로락톤 기반의 고분자소재((주)티엠디랩 INNOSELF)로 현재 상업화된 체내 삽입용 형상기억고분자 소재입니다. 결정성을 가지는 형상기억고분자는 촘촘한 '결정상'과 상대적으로 느슨하며 박테리아가 붙는 '비정질상'이 존재하는데, 체내 환경인 체온과 기계적 움직임에 따라 이 결정들이 스스로 재정렬되고 성장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형상 회복 과정을 반복할수록 결정 사이의 틈 (비정질 공간)이 박테리아의 크기 (0.5 ~ 5μm)보다 작게 줄어들어, 박테리아가 물리적으로 발을 붙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됨을 규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등 주요 감염균의 부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으며, 비글견을 이용한 1년간의 장기 담도 이식 실험에서도 바이오필름 형성 없이 완벽한 개통성을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비글견 담도 모델을 이용한 장기 실험 결과를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실제 생체 환경에서 바이오필름 형성이나 협착 없이 담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며, 실험실 수준의 결과가 실제 생체 환경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소재의 결정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반복적인 설계와 실험을 거쳤던 과정이 떠오르며, 연구의 방향성이 옳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림 1. 형상 회복에 따른 결정 정렬 및 비정질 감소를 통한 박테리아 부착 억제 모식도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성학준 교수님의 지도 아래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형상기억고분자와 같은 기능성 스마트 소재를 기반으로, 실제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하는 '중개 연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성학준 교수님을 필두로 이강석 교수님, 조성우 교수님, 김주은 박사과정생 등 우수한 연구진과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김대현 교수님 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초 소재 설계, 미생물학적 평가, 그리고 대동물 모델을 활용한 전임상 검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팀은 의과대학 내에 위치하여 임상 교수님들과의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저희의 큰 강점입니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협력하며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역시 나노과학과 재료공학의 기초 원리를 임상적인 감염 문제와 결합하여 Small (IF 12.1)지와 같은 세계적인 저널에 게재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단순한 기초 과학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의료 기술 개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연구실 홈페이지를(http://www.rmelab.com)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진행하며 느꼈던 점으로 첫번째는 단순히 성능이 좋은 소재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지점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이오필름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대표적인 임상 문제 중 하나인데, 이를 약물 없이 물리적인 구조 제어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형상 회복 과정에서 소재 표면 구조가 스스로 재정렬되며 항바이오필름 기능이 강화되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문제해결에 대한 가설과 검증을 명확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두번째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이용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방식이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강한 약물을 사용하는 공격적인 방식이었다면, 저희 연구는 체온과 체내의 움직임이라는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이용해 소재 스스로가 박테리아를 붙지 못하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1년이라는 장기 전임상 데이터를 통해 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을 때, 연구실의 성과가 논문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들에게 재수술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희망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공학적 설계가 임상적 가치로 치환되는 지점을 목격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접근이 실제 의료기기의 수명을 늘리고 환자의 재수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바이오메디컬 공학은 서로 다른 학문의 경계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입니다. 이는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영역이기 때문에, 한 가지 전공에만 국한되기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재, 생물학, 그리고 임상적 요구를 동시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연한 사고'와 '현장 중심의 시각'입니다.
이번 연구도 고분자 공학이라는 기초 과학적 지식을 병원 내 감염이라는 임상적 문제에 대입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전공 지식에만 매몰되지 말고, 실제 의사와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한다면, 훨씬 더 가치 있고 독창적인 연구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에서 제시한 표면 결정 제어 기반 항바이오필름 기술을 다양한 이식형 의료기기로 확장하는 것이 향후 목표입니다. 바이오필름 문제는 거의 모든 이식형 기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확장성이 매우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소재 기술을 스텐트, 담도관, 요로계 삽입 기기 등 장기간 체내에 머무르는 의료기기에 적용하여 바이오필름으로 인한 합병증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를 더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세균 부착을 막는 것을 넘어, 조직 재생을 돕고 약물 전달 효율까지 극대화할 수 있는 다기능성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을 후속 연구의 목표로 세웠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적용을 고려한 의료기기 설계와 전임상 및 임상 연구까지 확장하는 중개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성학준 교수님과 부족한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이강석, 조성우, 김대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함께 고민하며 고생한 김주은 박사과정생과 이름없이 도움의 손길을 준 저희 연구실원들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연구는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모일 때 비로소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팀이 되어 시너지를 낸 이번 경험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저의 삶의 여정에 항상 동행하시는 하나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도해 주신 부모님, 누나와 매형, 그리고 삼촌을 자랑스러워 해주는 사랑스런 조카 선우, 지율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연구와 일에 대해 존중과 존경으로 늘 응원해주는 예비신부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등록일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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