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Imperial College London (현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 들어가며
저는 곤충의 다양성 - 분류, 계통, 진화를 연구합니다. 알려진 것만 100만종이 넘고, 엄청난 수의 미발견 종들이 숨어있는 그룹이죠. 이런 Megadiverse lineage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그러나 현실적으로 달성불가능한 목표는 아마 모든 종이 포함된, 모든 노드가 잘 지지되는 계통수일겁니다.
근데 불과 100종이 조금 넘는 계통수를 만들 때조차, 결국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한국에서 채집을 가장 많이 한 곤충학자 중 하나라고 자부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래도 결국 "한 사람, 한 시각, 한 점"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더라고요. 해서, 현실적으로 눈을 낮춰 겨우(아님) 수백~수천 종만 포함된 트리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서로 다른 시대에 생산된, 서로 다른 타입의 데이터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는 피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예전에는 Sanger sequencing 기반으로 소수의 유전자를 사용한 연구가 많았고, 지금은 UCEs, BUSCO, transcriptome 등 다양한 genome-scale 데이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데이터가 부족한 시대를 지나 이제는 많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로 들어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세포소기관 유전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는
"분류적으로 더 완전한 계통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legacy 데이터와 emerging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세포소기관 유전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를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다룬 이야기입니다.
♦ cox1의 교훈
DNA로 종을 동정할 수 있다는 DNA 바코드 개념이 나온 뒤, cox1이라는 부분은 아주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널리 쓰인 마커인만큼, 단점도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인이 아니면 악플도 안 달립니다). 흔히 말하는 DNA barcode 구간은 658bp로 정보량이 적고, 미토콘드리아의 여러 문제들(예를 들면 introgression, heteroplasmy, NUMTs 등)도 늘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은,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 구분과 동정을 넘어서, cox1은 Sanger시대 계통학 연구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림A).
많은 사람들이 cox1을 썼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증폭이 쉽고, 비교가 쉽고,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네트워크효과가 생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안 쓰기엔 이미 너무 많이 있었고, 쉽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인거죠. 사실상 이 피할수 없는 네트워크효과 때문에 지금 새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 - eDNA, Megabarcoding, WGS를 이용한 대규모 바코딩 등- 이 cox1을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표준이 된다는 것은 단지 biological property의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함께 쓰고,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되고, 분석 파이프라인이 깔리는 하나의 사회기술적 프로세스라는 것을 cox1의 역사가 잘 보여줍니다.
♦ 그래서?
저희 논문은 바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그 다음 세대의 현실적인 표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를 묻습니다.
다양성의 de facto standard로 이미 COI이 고정되어있는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세포소기관 유전체는 단일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핵유전체보다는 구조가 단순하고, 확보 비용도 낮고, 무엇보다 기존 바코드 데이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Organelle genome은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WGS기반의 어떤 분석에서도 사실상 부수적으로 조립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새로운 genome-scale 데이터와도 연결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통합은 곤충과 같이 종다양성이 높은 분류군일수록 더 많은 종 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림B).
또한 Cox1영역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세포소기관 유전체는 과거의 바코드 데이터와 현재의 genome-scale 데이터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걸 Gateway marker, Anchor marker같은 단어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논문에선 결국 삭제되었네요.
결국 분류적으로 보다 완전한 계통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장 강력한 데이터" 하나가 아니라, 가장 많은 연구와 가장 많은 종을 서로 연결해줄 수 있는 데이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USCO를 표준으로 삼자는 의견이 수년전 나왔지만, 실제로 분류학과 다양성 연구에 사용되는 부분은 너무 작습니다. 표준은 최소공배수가 아닌 최대공약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데이터의 이상적인 형태보다, 실제로 얼마나 널리 적용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논문에선 분절된 DNA데이터, 데이터량, 연결방법, 전망 등을 논의했는데, 이건 좀 더 디테일한 얘기라 여기서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요즘 계통학이 너무 데이터량, 노드 지지도 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물론 지지도가 높은 트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전체를 연결하는 문제에서는, 모든 노드가 100으로 지지되는 100종짜리 트리보다, 지지도는 조금 부족해도 훨씬 더 많은 종이 포함된 큰 트리가 줄 수 있는 생물학적 통찰이 더 큰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의 진짜 메시지는 어쩌면 세포소기관 유전체 자체보다도, "Species-rich trees of life and fragmented data integration"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 개인적으로도, Vogler Lab과의 협업으로도 더 많은 종들이 포함된 계통수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NHM에서 시작한 딱정벌레목 5천종이 포함된 계통수가 출판예정에 있거든요. 비슷한 개념을 적용해서 앞으로도 여러 곤충 그룹들의 보다 완전한 계통수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영국의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이하 NHM)과 Imperial College London의 Vogler Lab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중앙 홀에 있는 고래 뼈로 유명한 NHM은 많이들 아실 것 같고, Imperial College London은 NHM과 바로 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Vogler 선생님은 곤충 연구에 DNA taxonomy와 분자계통학적 접근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초기 세대 연구자 중 한 분입니다. 저희 랩은 NHM에 있었는데, 3층에는 다윈과 월리스가 채집한 표본들이 있는 컬렉션이 있고, 6층에서는 최첨단 분자생물학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말 그대로 과거와 현재의 생물학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곳입니다. 제가 런던에 있는 동안 서울대 학생들의 견학을 host하기도 했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런던에 오기 전 중국과학원에서 연구했었는데요, 중국과 영국에서 모두 과학을 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죠. 두 시스템이 매우 상호보완적입니다. 인력, 속도, 저비용을 초강점으로 하는 중국과(물론 이제 다른 것도 너무 잘함...), 오랜 컬렉션과 전통적인 분류학 기반을 가진 영국이 결합되면서, 저만의 unique한 niche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두 기관과 협업을 잘 이어나가고 있고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전 한빛사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하는데 돈까지 준다고?"
일단 아주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행위가 나름 사회에도 기여를 하고 있어서(아마도…?) 자부심도 없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순수 재미가 압도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곤충은 어렸을 때부터 아주 많이 좋아했는데, 아직까지도 재밌어서 너무 다행이고, 나름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락주세요.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차세대분류학, 침입해충학, 계통학 분야에서 앞으로의 창대한 계획이 있긴 하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수십개의 미완성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해서, 정신차리고 일단 마무리부터 잘 짓고 싶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젝트라면 또 충동적으로 시작하겠죠?)의 쳇바퀴속에서 살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지숙님께는 특히 더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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