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기초과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통증 연구에 있어 가장 큰 미스터리 중의 하나는 만성 통증 환자들이 겪는 자발통 (spontaneous pain)일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통증은 외부 유해 자극에 의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러나 만성 통증 환자들은 특별한 외부 자극 없이도 자발적으로 통증이 발생하여 수 개월간, 수 년간 지속되고, 매일 그 강도가 심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곤 합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자발통의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임상에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꾀병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자발통의 세기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MRI)으로 기록한 뇌 활동 패턴에 기반하여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뇌는 통증 경험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지금까지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만성 통증과 관련되어 있다는 많은 간접적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주로 특정 시점에서 개인 간 통증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횡단 연구 (cross-sectional study)가 대부분이었으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발통의 역동적인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는 정밀의학적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만성 통증 (섬유근육통)을 겪는 참가자 두 분을 대상으로 수개월 동안 반복적인 fMRI 촬영을 진행하며 뇌 활동과 자발통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기계학습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증 모델은 각 참가자의 통증 강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한 개인에게서 학습된 모델은 다른 개인의 통증을 예측하는 데에는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자발통이 뇌 영상을 통해 측정 가능한 신경생물학적 현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만성 통증 연구와 치료에서 개인 맞춤형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https://cnir.ibs.re.kr/html/cnir_en/)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중입니다.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MRI 4대를 포함하여 뇌 영상 연구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특히 참가자분들의 컨디션 난조로 스캔이 미뤄지거나 취소되기 부지기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수 개월 동안의 반복적 fMRI 촬영을 진행한다는 것은 본 연구단 소속이 아니었다면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속된 COCOAN lab (https://cocoanlab.github.io/)은 우충완 부단장님 지도 하에 주로 통증과 감정과 연관된 뇌의 표상을 fMRI 및 AI를 사용해 연구하고 있으며,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오롯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은 일반화와 추상화를 통해 현상을 이해하려는 학문이지만, 숫자와 그래프 너머에 있는 개인의 서사를 온전히 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섬유근육통을 겪는 환자분들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낭만적 과학"이라는 표현처럼, 텍스트북 속의 통증을 넘어 실제로 이를 겪는 개개인의 이야기가 과학적으로도 이해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2021년 제가 올린 한빛사 인터뷰에서는 의사 면허 취득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글을 썼습니다. 5년이 지난 후 다시 보니, 이제는 학부 수준의 도메인 지식이 중요했던 시대는 점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학문 간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고, AI의 발달로 전혀 다른 전공의 지식과 기술도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저 스스로도 답을 찾아가야겠지만, 자신이 늘 궁금해하는 연구 질문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필요한 지식과 방법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만성 통증 환자분들의 내러티브에 대한 거대 언어 모델 (LLM) 기반 분석 및 이를 떠올릴 때의 뇌의 표상을 보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자발통 세기의 단순 예측을 넘어서 뇌 네트워크 수준의 역동적인 메커니즘을 보는 새로운 연구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많이 신경써주시고 아낌없이 지도해주신 우충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처럼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본 논문의 공저자이신 충남대 조성근 교수님과 안타깝게 돌아가신 조성우 선생님께 부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환자분들 모시기에 적절한 스케쥴을 찾다가 주말, 심지어 크리스마스까지 실험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실험을 같이 도와준 학부연구생 분들이 어느새 대학원생이 되고, 졸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소중한 피드백과 디스커션을 해주신 연구실 다른 동료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실험 참가 홍보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 주신 이지선 선생님과 김성기 단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늘 응원해주는 가족과, 제 가장 큰 행운인 여자친구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통증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과학에 기여하고자 했던 참가자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등록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