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Yale School of Medicin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노화 (Aging)는 왜 생기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1957년 George C. Williams가 제안한 ‘antagonistic pleiotropy (길항적 다면발현)’ 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각 개체는 태어나자마자 여러가지 extrinsic mortality 요인들 (e.g., 포식, 기아, 감염, 자연재해 등)에 노출이 됩니다. 태어난 개체의 첫번째 목적은 생존이므로, 생애 초기에 모든 생물학적 노력을 생존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 발현에 집중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들 중 일부는 (e.g., mTOR) 생존에는 도움을 주지만, 생애 후기에는 오히려 노화 관련 만성 질환 및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다면성(pleiotropy)을 보이고, 결국 생애 초기 생존을 위한 노력이 노화라는 부작용, 혹은 대가(tradeoff)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 이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모든 종(species)들의 수명과 노화 속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북극고래(Bowhead whale), 벌거숭이 두더지쥐(naked-mole rat), 큰수염박쥐(Brandt’s bat) 등 예외적으로 긴 건강수명(healthspan) 및 절대수명(lifespan)을 가진 종들이 있는데, 이들은 효과적으로 extrinsic mortality를 낮출 수 있는 여러가지 특성들 (굴에 서식, 사회성, 비행능력, 동면, 큰 몸집, 낮은 대사율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다면성 유전자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결과를 얻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논문에서 소개한 황금가시쥐(golden spiny mouse; 학명 Acomys russatus)는 예쁜 황금빛 털을 가지고 있으며 중동 및 이스라엘 사막 지역에 서식하는 쥐이고,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Mus musculus와 계통학적으로 굉장히 가깝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황금가시쥐는 사촌 쥐인 동부가시쥐(eastern spiny mouse; 학명 Acomys dimidiatus --- 기존에 Acomys russatus로 잘못 동정됨)와 서식지를 공유하는데, 사막의 극한 환경에서 먹이 경쟁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야행성인 다른 설치류들과는 달리 주행성으로 생체리듬을 바꿀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황금가시쥐는 밤에 비해 더욱 극한인 사막의 낮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탈수, 식독, 기아에 저항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들을 갖고 있고, 효과적인 체온조절 능력 및 기존에 Acomys 속(genus) 쥐에서 보고된 놀라운 재생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ref. Seifert et al., 2012 Nature). 이에 더해, 다른 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5-6주의 임신기간을 통해 태어난 새끼들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출산되며 (그림 1), 여러 암컷들이 서로의 새끼들을 돌보는 사회성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림 1. 생후 1일차 실험실 쥐(M. musculus, 좌측) 및 황금가시쥐(A. russatus, 우측)
이러한 모든 특성들을 고려해 볼 때, “황금가시쥐는 효과적으로 extrinsic mortality를 낮출 수 있는 다양한 특성들이 있고, 따라서 다른 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화에 저항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갖게 되어 본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세계에서 황금가시쥐 군집(colony)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이스라엘 Tel Aviv 대학교 동물학과의 Prof. Noga Kronfeld-Schor 연구실이 유일합니다. Noga는 이스라엘 Judean 사막에서 가시쥐를 직접 포획하고 교배하여 군집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앞 문단에서 말씀드린 가시쥐의 다양한 동물학적 특성들을 수십년간 연구해 온 전문가이며 개척자(pioneer)입니다. 감사하게도 이 그룹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저희는 세 가지 종류의 쥐를 (황금가시쥐 – 0.5~4.5년, 동부가시쥐 – 0.5~3.5년, 실험실쥐 – 0.5~2.5년) 사용하여 대규모 노화 코호트를 만들고, 세포, 분자, 조직, 유기체적 수준의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야생에서 1년 미만으로 산다고 알려진 실험실쥐(M. musculus)와는 다르게 황금가시쥐는 사막의 극한 환경에서도 4년 이상 생존이 가능했고, non-SPF 환경인 동물학과 콜로니에서도 5년 이상 생존이 가능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촌인 동부가시쥐는 노화에 따라 다양한 기능 저하가 발달하는 반면, 5년 이상 생존한 황금가시쥐는 젊을 때와 동일한 생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 훨씬 우수한 종(species)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조직학적으로도 황금가시쥐는 흉선, 비장, 간, 여러 지방조직 등 면역-대사와 관련된 다양한 장기가 염증 및 섬유화 없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가졌던 생물학적 질문은, “황금가시쥐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분자적 기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Noga 및 EMBL과 함께 황금가시쥐의 유전체 해독 및 유전자 주석(annotation)을 실시하였고, 좋은 퀄리티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염증노화(inflammaging)의 주요 기여자인 내장지방조직의 단일 핵 유전자 시퀀싱을 진행하였습니다. 시퀀싱 분석 결과 clusterin이라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황금가시쥐에서 특이적으로 노화에 따라 증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추가 분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에서 clusterin의 발현이 절대수명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clusterin이 황금가시쥐의 노화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부여하는 주요 인자인지 증명하기 위해 고령의 실험실쥐에 clusterin을 만성적으로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하였고, clusterin 투여시 대조군에 비해 건강수명이 증진되며 염증노화 및 섬유화가 억제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황금가시쥐(A. russatus)가 비슷한 계통의 다른 종들에 비해 탁월하게 긴 건강수명/절대수명을 가진 종임을 생물학적으로 최초로 분석하고 규명한 연구이며, 추후 연구를 통해 다른 생물에서는 휴지상태에(dormant) 있으나 황금가시쥐에서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clusterin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을 추가 규명함으로써 노화 연구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아무래도 생소한 종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습니다. 윗글을 읽으시면서 ‘황금가시쥐가 5년 간 건강하게 산다는데 그럼 이 쥐는 왜 죽는걸까?’라는 질문을 가지신 분들도 계셨을텐데, 잠시 언급한 것처럼 황금가시쥐가 사육된 공간은 잘 갖춰진 실험용 사육실보다는 동물원에 가까운 환경입니다. 따라서 주로 겨울철에 추위로 인해 많은 개체들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도 주변 환경 변화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이러한 허들을 뚫고 본 연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리고, 지금은 Yale 대학교로 콜로니를 가지고 와서 실험실쥐와 동일한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중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속한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Department of Pathology, Immunobiology, and Comparative Medicine의 Prof. Vishwa Deep Dixit 연구실 및 Tel Aviv University의 Prof. Noga Kronfeld-Schor 연구실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염증노화(inflammaging) 및 면역-대사(immunometabolism)을 주제로 다양한 흥미로운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제 어드바이저인 Deep은 최근 개설된 예일대학교 노화센터(Y-Age)의 초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실 웹페이지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s://medicine.yale.edu/lab/dixit/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시간이 정해진 포스닥 기간 동안 노화 측면에서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새로운 종(species)을 연구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도전적으로 다가왔지만, 모든 새로운 발견을 세상에서 제가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즐겁게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연구자들과의 디스커션을 할 때 모두가 흥미롭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연구자로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clusterin과 같이 노화에 따라 발현이 증가하지만 보호효과를 가지는 분비 물질들을 ‘adaptokine (secretory proteins that are upregulated as an adaptive response against cellular/organismal perturbations to maintain immunometabolic homeostasis)’이라는 용어로 제가 새롭게 제안하였는데, 랩미팅 때 잔뜩 긴장한 채로 제 생각과 논리를 바탕으로 adaptokine이라는 텀을 제안하고 나서 교수님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에도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노화 분야는 아직까지 생각보다 많은 연구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가지로 협의된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화만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아직은 많은 허들이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장수 생물들을 이용하는 비교생물학(comparative biology)은 노화 분야에서도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고한 황금가시쥐처럼 아직 보고되지 않은 다른 종들을 탐구하는 것도 좋은 연구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노화생물학은 사회적으로도 절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향후 발전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앞으로의 연구 인생을 충분히 투자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사때는 KAIST 정원일교수님 연구실에서 간질환 및 비만 발달을 조절하는 면역-대사 작용에 대해 연구를 했었고, 포스닥을 오면서 분야를 노화생물학으로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포스닥은 독립적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므로, 저처럼 연구분야를 바꾸어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황금가시쥐를 이용한 연구는 확장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후속연구로 황금가시쥐 특이적인 대사체 및 장내미생물 연구를 수행중이고, 이외에도 저희 연구실에서 기존에 수행하던 칼로리 제한 임상시험(CALERIE) 관련 시료의 멀티오믹스 분석에서 유래된 연구들도 주도하여 진행중입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1-2년 내에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옮겨서 제 연구실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에 발표된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ref. Shenhar et al., 2026 Science) 인간의 수명이 약 50% 정도는 유전적인 배경에 의해 좌우된다고 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환경 변화 및 약리학적 간섭을 통한 50% 정도의 조절 가능성이 있으므로 충분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저의 연구실을 갖게 된다면 황금가시쥐를 이용한 여러 확장 연구들을 수행함과 동시에, 아직 기능은 밝혀져있으나 정확히 분류되지 않은 다양한 adaptokine family들을 분류하고 이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master regulator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리학적 노화 스위치를 찾아, 우리에게 주어진 50%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드립니다. 자연계에 숨겨진 비밀을 탐구하는 생물학은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논문이 완성되기 위해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믿어주고 서포트 해 준 어드바이저 Deep에게 감사드리고, 외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콜로니를 관리해준 Tel Aviv University의 Noga와 공동 1저자 Tali 에게도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가서 여러 샘플들을 수집해주신 염윤희 박사님, Tamara와 여러 분석들을 도와주신 공저자분들 및 랩미팅 때 코멘트를 준 랩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미국에 포스닥을 와서 많은 것들을 새로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박사과정 동안 제가 트레이닝을 정말 잘 받았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잘 지도해주시고 지금까지도 세심하게 서포트 해 주시는 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과학적인 디스커션도 할 수 있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내인 심영리 박사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어려운 기간을 함께 견딜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함께하는 삶의 여정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조부모님, 부모님, 장인장모님, 든든한 4남매와 소영 형수님, 도연 매제, 정보 형님, 가희 형수님, 그리고 사랑스러운 세 조카들 (시온, 온유, 하콩) 에게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 같은 고민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연구중인 KAIST 동문들, YKBS 92 모임 친구들, City Crossing 포닥분들, 코네티컷 한인교회 공동체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