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Michigan State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안녕하세요. 저와 제 연구를 소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성 통증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0 - 34%가 영향을 받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만성 통증은 단순히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에 그치지 않고, 기분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만성 통증으로 의한 연간 사회적 비용이 6,000억 달러 이상으로, 유럽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5 - 3%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령화 사회는 만성 통증의 유병률과 심각성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질환임에도 만성 통증의 치료법은 제한적입니다.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은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지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독과 의존성의 위험이 있습니다. 비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인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스테로이드, 항우울제, 항간질제, 말초 나트륨 채널 억제제 등은 일부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만 모든 만성 통증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효과를 보이지 못하며, 이미 만성화된 통증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증가하는 만성 통증 인구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하지만 효과적인 치료 전략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이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제가 속했던 Dr. Geoffroy Laumet의 연구실은 체내 면역 시스템이 만성 통증의 치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것이 치료적 효능이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특히 염증성 통증 상황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암컷과 수컷 사이의 통증 강도의 차이가 부재하지만, 이후 회복 과정에서 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더 빠르게 통증을 완화한다는 관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암컷과 다르게 수컷에서 나타나는 면역학적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왜 수컷에게만 그 매커니즘이 두드러지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염증성 통증 모델에서 저희는 염증이 유도된 피부에 침윤한 면역세포들이 분비하는 interleukin (IL)-10이 통증을 인지하는 peripheral sensory neurons에게 작용하고, 이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낮추어 통증을 완화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면역세포들 중 monocyte라는 세포가 IL-10의 주 공급원이며, 염증 상황 중 수컷 쥐의 monocyte가 암컷 쥐보다 더 활발하게 IL-10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남성 성호르몬 (Androgen)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여러 수술적, 유전적 실험들로 입증하였습니다.
저희는 또한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인간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남을 확인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만성 통증을 겪는 환자 집단에서 사고 직후 (72시간 이내)에는 여성과 남성이 유사한 수준의 통증을 보이지만, 이후 3개월에 걸친 회복 과정 중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통증을 더 빠르게 완화되는 것을 관찰였습니다. 동물 모델에서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사고 이후의 남성은 여성보다 체내 monocyte의 비율과 IL-10 단백질 농도의 정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제 연구는 IL-10-producing monocyte가 면역 시스템과 통증을 관여하는 신경 시스템 사이의 연결 고리로 작용하여 통증을 완화하며, 이것이 만성 통증의 성별 차이에 기저한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의 만성 통증 치료 연구는 주로 통증 신호를 멈추고 억누르는 데 중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특히 면역 반응은 통증을 심화시킨다는 관점에서 NSAIDs나 면역 억제제를 활용하는 접근이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증 치유와 해소에 있어서의 면역세포들의 역할들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IL-10-producing monocyte가 만성 통증의 치유에 기여하며, 이 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만성 통증에서의 치료책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이미 체내에 존재하는 세포와 매커니즘을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접근은 적은 부작용과 지속 가능성이 좋은 치료 전략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난 5년간 Ph.D. 과정을 수행한 곳은 East Lansing, Michigan에 위치한 Michigan State University (MSU)입니다. 저는 Department of Physiology, College of Natural Science의 Dr. Geoffroy Laumet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Laumet lab은 Neuroimmunology of pain을 중심 주제로, pain-sensing neuron들이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로 면역세포들이 통증 신경계에 주는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외에 특히 소개하고 싶은 곳은 College of Natural Science 산하 기관인 Research Technology Support Facility(RTSF)입니다. RTSF는 교내 연구자들에게 첨단 기술과 최신 장비를 지원하는 core facility로, intravital 3D live imaging, spectral flow cytometry, single-cell RNA sequencing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연구실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활용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저 역시 박사 과정 동안 이러한 core facility의 지원을 통해 연구를 쉽게 확장할 수 있었기에, 꼭 소개하고 싶은 기관입니다.
여담으로 캠퍼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약 21km²에 이르는 넓고 평탄한 부지에 조성된 자연 친화적이고 안전한 캠퍼스는 사계절이 다채롭게 아름답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과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며, 가을에는 울창한 숲 덕분에 캠퍼스 전체가 붉고 노란빛으로 물듭니다. 겨울에는 2-3개월가량 눈이 내려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학업을 위해 머문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캠퍼스 환경 덕분에 매일을 아까워하며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MSU에서 연구하길 고려하시는 분들께는 연구 환경뿐 아니라 이러한 캠퍼스의 장점도 함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남성은 여성보다 통증을 더 못 참는다' 혹은 반대로 '여성은 통증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국가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있는 통증에 관련된 말들 입니다. 그러나 현재 통증 분야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반박하는 수많은 실증적 연구들이 존재하며, 남녀 통증 차이의 기저 메커니즘도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제 이번 연구는 면역학적 관점에서의 그 기전을 밝혀내며, 왜 남성이 통증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냈고, 감사하게도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이번 연구가 소개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연구를 수행할 때에는 제 연구가 이론적이고, 사람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완성된 연구가 사회에 널리 알려진 문제나 오해를 바로잡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제 연구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늘 고찰하며 과학을 해야겠다는 사명감과 무게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과학자로서의 길에서도 늘 겸허한 자세로 배우고 성장하여, 미약하게나마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 식견과 경험이 아직 미약하여, 감히 조언을 드리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박사 생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그 순간이 왔을 때는 온 힘을 다해서 반짝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토론식 의견 교환이 매우 활발한 미국의 아카데미아에서는 (내실이 단단하다는 것을 전제하에)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태도로 임할 때 더욱 큰 호감과 인정을 받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작게는 랩미팅이나 교내 행사에서, 크게는 국제 학회와 워크숍에서 다소 과감한 태도로 승부를 던졌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적인 기회와 인연으로 이어진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뻔뻔함과 함께 나를 드러낸다면 뜻밖의 성과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한층 성숙한 연구자가 되었을 때, 다시 이런 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더욱 깊이 있고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올 여름부터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의 Dr. Jonathan Kipnis 교수님 연구실에서 postdoctoral fellow로 연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포닥 과정에서도 박사 과정에서 수행했던 말초에서의 neuroimmune interaction 연구를 심화하여 탐구할 예정입니다. 박사 과정에서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 연구 역량을 한층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2016년 봄,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재학 시절 지도 교수님이셨고 현재는 은퇴하신 고용 교수님께서, 저 스스로도 못 보았던 제 가능성을 발견해 주시고 박사 유학을 권유하며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소중한 성취를 이루어 교수님께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매우 깊습니다. 학부 시절 아낌없는 가르침 주신 고용 교수님, 윤봉준 교수님, 박재용 교수님, 우재성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박사 과정을 물심양면으로 지도해 주신 Geoffroy Laumet 교수님과, 제가 비록 해외에 있음에도 따뜻한 조언과 격려 보내주신 여러 국내 교수님들과 연구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난 5년 간 저를 믿고 기다려 준 가족과 예비 신랑 이호형 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와 제 연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소중한 인연들께 감사의 마음 전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한빛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3.03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