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삼성서울병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경추(목뼈) 측면 X선에서 시상면 정렬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척추 질환의 진단과 수술 계획에 핵심적입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어깨가 제7경추(C7)를 가리는 경우가 매우 흔하고, 이로 인해 수작업 측정의 정확도와 재현성이 크게 저하됩니다. 최근 AI를 활용한 자동 측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모델들은 이러한 어려운 영상을 데이터셋에서 제외하거나 대체 지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우회해 왔습니다.
본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전체를 먼저 보고, 어려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시 본다"는 coarse-to-fine 전략의 계층적 딥러닝 파이프라인을 설계하였고, C7이 가려진 영상을 의도적으로 학습 데이터에 포함시켜 실제 임상 환경에 가까운 모델을 구현하였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어깨에 완전히 가려져 사람의 눈으로도 판별이 쉽지 않은 C7을 AI가 C3~C6의 기하학적 관계를 학습하여 위치를 추정해내는 것을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특히 기존 모델에서 10도 이상의 큰 오차가 발생한 실패 사례를 계층적 모델이 0.2도 이내로 교정하는 결과를 처음 확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본 연구를 우선적으로 진행한 배경에는, 기존 AI 모델들이 특정 영상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이면서도 조건이 까다로운 영상에서는 분석 자체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추의 경우 상당수 환자에서 제7경추가 어깨에 가려져 있어, 경추 측면 X선을 활용한 연구에 제한점이 많은 상황이었고,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선행 연구를 토대로 현재는 척추 X선에서의 분절별 ROI 설정 및 분절별 질병 예측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본 논문의 모델이 그 파이프라인의 첫 단계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척추센터에서 임상조교수로 재직하며 단독으로 본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재는 제 독자적인 연구팀을 구축 중입니다. 데이터 추출, 라벨링, 모델링까지 제가 손수 탄생시킨 연구라 감회가 큽니다.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는 퇴행성 척추 질환,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 다양한 척추 질환에 대해 풍부한 수술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임상 기반이 AI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질환군의 경추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C7 가림 현상을 포함한 현실적인 데이터셋 구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시니어와 주니어 선생님들의 검증 라벨링 자료 제공도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정형외과 의사가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에이전트 AI 도구들의 발전 덕분에, 임상의도 본인이 느끼는 문제를 기술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불편함을 연구 주제로 삼아,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전 세계 척추외과 의사들이 가장 게재를 희망하는 저널 중 하나인 The Spine Journal에 한국인 최초의 척추 AI 연구("Automated Measurement of Pelvic Parameters Using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in Complex Spinal Deformities", 2025)를 게재하고, 이어서 두 번째 AI 연구("Automated Measurement of Cervical Sagittal and Local Parameters Using a Generalizable Deep Learning Model", 2026)까지 연속으로 게재하였을 때 자부심이 한층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npj Digital Medicine 게재를 통해 척추 의료 영상 AI 연구의 선봉에서 이 분야를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에이전트 AI 시대가 열리면서,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AI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경험 두 가지를 들자면, 첫째는 서울대병원 노두현 교수님께서 창업하신 코넥티브라는 회사에서 요추 시상면 지표 측정 모델의 고안, 개발, 제품화까지 전체 과정을 한번 경험해본 것입니다. 둘째는 삼성서울병원 AI연구센터의 유학제 박사님, 김윤서 연구원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의료 영상 AI 연구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익힌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임상 문제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 결과는 당장 제품화가 가능한 수준의 성능과 강건성(robustness)을 보이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척추 의료 영상 AI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관련 특허 7종을 출원하였고, 2026년에도 2건의 추가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적 해자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기반을 토대로, 실제 임상에서 연구용·학술용·진료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검증하는 것을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AI 연구를 통해 Impact Factor 10점 이상의 고임팩트 저널에 지속적으로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형외과 분야의 탑 저널인 JBJS의 IF가 5~6점인 것을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AI 연구와 기초 연구 쪽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학술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에 사용된 학습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중국의 공개 데이터셋(CSXA)과 미국 Harvard Dataverse의 CLX-34 데이터셋입니다. 이처럼 공개 데이터셋의 활용이 다국적 외부 검증을 가능하게 했으며, 연구의 일반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의료 AI 분야에서 양질의 공개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된 계층적 파이프라인의 핵심 기술은 특허 출원(출원번호: 10-2025-0164287)을 완료하였으며, 향후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 및 제품화를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등록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