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Stanford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간을 포함한 많은 종의 동물은 상대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공감은 상대의 고통을 완화하고 집단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이러한 능력을 강화하고, 뇌가 어떤 신경 메커니즘을 이용해 정서적 공감을 친사회적 행동으로 전환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에서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이 중요한 뇌 허브임이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또한 전대상피질의 세타진동(theta oscillations)이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정서적 공감 상황에서 강화된다는 사실이 설치류 정서적 공감 모델인 관찰공포 실험에서 규명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타진동이 친사회적 행동에도 관여하는지, 더 나아가 이 두 행동을 조절하는 공통된 상위 신경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전의 공포 경험이 상대의 고통에 대한 정서적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시상하부의 오렉신(orexin) 신경세포가 전대상피질로 투사하여 오렉신 신호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전대상피질의 세타진동을 조절함으로써 이렇게 강화된 정서적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우스가 고통을 받는 상대 개체를 바라보는 순간에만 오렉신 신호를 실시간으로 억제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강한 정서적 공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 시선 추적, 뇌파 측정, 광유전학적 신경조절 기술을 결합해야 했고, 이러한 접근을 통해 오렉신 신호가 정서적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이 일어나는 특정 행동 순간에 기능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는 정서적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과 회로를 규명하는 데서 더 나아가, 경험과 기억이 이러한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신경조절물질과 신경진동이 그 과정을 어떻게 조율하는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사회적 인지 기능의 변화가 나타나는 다양한 뇌질환뿐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 기능 저하와 사회성 변화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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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Stanford는 기초과학, 공학, 의학이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적인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학제 간 접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곳입니다.
특히 Stanford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연구와 강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arl Deisseroth, Thomas Sudhof, Robert C. Malenka 교수님과 같은 신경과학 분야의 석학들이 같은 캠퍼스에서 연구하고 계시며,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 교류를 통해 최신 연구 흐름과 깊이 있는 질문을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속한 Department of Neurology and Neurological Sciences 역시 신경회로, 뇌질환, 신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환경입니다. 광유전학, 생체신호 측정, 행동 분석,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좋은 연구는 혼자만의 능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Stanford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뛰어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저 역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성장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동시에 제 부족한 부분을 빨리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 그리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기꺼이 협력하려 했던 과정에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는 경쟁이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나누며 더 큰 질문에 함께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게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연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내적 동기"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연구는 크고 작은 실패와 불확실성이 반복되고, 때로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여러 어려움이 더해지는 긴 과정이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지켜주는 가장 강한 힘은 연구를 향한 내적 동기와 목적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힘든 환경적 요인은 가능하다면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이 본인만의 길을 걸어가게 해주는 힘은 결국 스스로가 이 연구를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Jim Simons께서 강조했던 말씀들 중 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Do something original & new," 즉 남들이 모두 하는 문제를 따라가기보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질문에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Collaborate with brilliant people,"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Persist/Don't give up easily," 가치 있는 질문이라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잡으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Hope for good luck," 최선을 다한 뒤에는 좋은 운이 함께하기를 기대하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들이 연구자의 삶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연구자들도 유행하는 주제를 단순히 좇기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질문을 찾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배우며, 어려움 속에서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잘 지켜갔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아, 생애 전반에 걸쳐 인지와 사회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고 싶습니다. 특히 경험, 기억, 노화, 질환 상태에 따라 사회적 행동과 인지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어떤 뇌 회로와 신경조절 기전에 의해 조절되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독립적인 연구실을 이끌며, 발달부터 노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 및 사회성 변화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질환의 이해와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번 연구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윤봉준 교수님과 신희섭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연구의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이진형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연구 과정에서 많은 기술적 도움을 주신 백진희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묵묵히 저를 응원해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누나와 매형, 그리고 사랑하는 조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등록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