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골격근은 체중의 약 40-50%를 차지하는 인체 최대의 기관입니다. 우리는 운동을 비롯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골격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골격근은 막대한 양의 산소를 소비하게 됩니다. 그 결과, 국소적으로 저산소 상태에 빈번히 노출됩니다. 세포는 이러한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분자적 기전을 활성화하는데, 대표적으로 Hypoxia-inducible factor alpha subunit (HIFα)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HIFα는 HIF1α과 HIF2α로 구성되며, 정상 산소 상태에서는 Prolyl hydroxylase domain 단백질 (PHD)에 의해 수산화되어 분해됩니다. 저산소 상태에서는 이러한 수산화가 억제되어 HIFα가 안정화되고, 해당과정, 혈관 신생, 세포 생존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세포가 낮은 산소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골격근과 같이 에너지 소비가 크고 대사적 유연성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이러한 HIF 매개 적응 기전이 운동 능력, 근섬유 유형 변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그리고 전신 대사 항상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근섬유 수준에서 HIF1α와 HIF2α가 각각 어떠한 생리적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적절한 동물 모델 연구가 요구되어 왔습니다. 본 연구에서 저희는 PHD 녹아웃, HIF1α 과발현, HIF2α 과발현 등 여러 동물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골격근 특이적인 HIFα의 기능을 규명하였습니다. 한 가지 매우 놀라운 발견은, PHD 억제에서 비롯된 HIF2α의 안정화가 골격근에서 Erythropoietin(EPO) 생성을 유도하고, 이것이 적혈구 신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주요 EPO 생성 기관으로 알려진 신장이나 간과는 별개로, 골격근이 상황에 따라 기능적으로 EPO를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내분비 기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전남대학교 수의학과 생리학실험실(Lab of Integrative Molecular Physiology; LMIP)은 김동일, 박민정 교수님의 지도 아래 근감소증, 대사성 지방간염(MASH), 비만 등 다양한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발굴하고, 나아가 AAV를 매개로 특정 조직 및 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하는 안전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포 특이적 유전자 조절을 위해 AAV-DIO(Double Inverted Open reading frame) 시스템과 CRISPR/AAV-single guide RNA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원하는 유전자의 과발현 및 녹아웃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PHD1, PHD2, PHD3, HIF1α, HIF2α, EPO 등과 같은 표적 유전자의 과발현, 녹아웃을 골격근 특이적으로 유도하였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동물 모델을 바탕으로 PHD-HIF 축이 근섬유의 대사 조절, 운동 능력, 그리고 적혈구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HIFα는 그 기능이 매우 잘 확립된 단백질로, 지금까지 수백에서 수천 편에 이르는 연구가 축적되어 왔습니다. 본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방대한 선행 연구는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자 방향 설정의 단서가 되었지만, 동시에 이미 잘 정립된 개념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리적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도전 과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점이 저에게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되돌아보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연구 목적과 실험 설계의 타당성을 고민하면서 "이 실험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가?", "혹시 관성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스스로 묻게 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아, 이 실험은 꼭 필요하겠다."와 "이 실험은 지금 단계에서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조금씩 생겨났고, 이는 연구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사생리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대사 연구는 본질적으로 많은 물리적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동물 실험에서의 체중 변화 관찰, 질환 모델 구축 등에만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의 사이클이 소요되는데, 결국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연구의 밀도를 좌우한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결과를 기다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행 논문을 찾아보고, 기존 가설을 되돌아보며, 다음 단계의 실험을 설계하는 데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투자한다면 연구의 성장, 더 나아가 연구자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하는 연구자로서, 언제나 결과가 예상한 대로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합니다만, 그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것을 자주 체감합니다.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찾아오는 좌절과 회의감에 마음이 조금씩 꺾일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수없이 빗나간 예측들 사이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예상 적중'의 순간이 있습니다. 그 한 번의 적중은 순간의 환희를 넘어 이전의 수많은 실패를 설명해주고, 다시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민하다 보면, 그 노력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저희는 골격근 내 HIF1α 및 HIF2α의 구분된 역할을 발견하였으며, 특히 PHD-HIF2α 축이 골격근에서 EPO 생성을 촉진하고, 나아가 적혈구 생성을 유도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발견을 확장하여 골격근 PHD-HIF2α 축이 다양한 병태생리적 상황에 대해 치료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 골격근의 대사 경로와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깊이 이해하는 연구자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아무것도 모른 채 무턱대고 찾아온 저를 데리고서, 연구자의 길로 아낌없이 이끌어주신 김동일 교수님과 박민정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연구에 대한 질문에 흔쾌히 대답해주시고, 같이 토론해주신 덕에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함께 오랜 시간 생활하며 연구 내외적으로 도움을 주며 저를 아낌없이 응원해준 우리 연구실 동료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의 연구가 결코 저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듯이 동료 선생님들께서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저를 편하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신 가족과 친구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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