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은 한자리에 고착되어 생활하기 때문에 급격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정교한 분자적 조절 기전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사 후 조절 (Post-transcriptional regulation) 입니다. 유전 정보는 DNA로부터 RNA로 전사된 이후 단백질로 번역되지만, 이 과정에서 RNA는 alternative splicing, 안정성 조절, 저장 및 분해 등 다양한 단계의 조절을 받습니다. 특히 세포질에서는 processing bodies와 stress granules와 같은 cytoplasmic foci에서 RNA의 저장과 분해가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이 환경 조건에 맞게 미세하게 조정됩니다. 최근 식물 RNA 조절 기전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2020년 이후 The Plant Cell, Genome Biology 등 주요 학술지에서도 관련 주제가 special issue로 다루어진 바 있습니다.
본 연구는 alternative splicing과 관련된 immunophilin 계열 인자인 벼 (Oryza sativa L.)의 FKBP20-1b 유전자에 관한 연구입니다. FKBP20-1b는 splicing 관련 단백질의 안정성을 보조하는 샤페론적 역할을 수행하는 단백질로 보고된 바 있으며, 이전 연구에서 그 기능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1]. 본 후속 연구에서는 FKBP20-1b 단백질이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 조건에서 cytoplasmic foci에 위치하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FKBP20-1b가 alternative splicing 조절 외에도 premature stop codon (PTC)을 포함하는 비정상 전사체를 제거하는 RNA surveillance 기작, 특히 nonsense-mediated mRNA decay (NMD) 경로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NMD 경로의 핵심 인자인 UP-FRAME SHIFT 1 (UPF1) 및 UPF2 단백질과 processing bodies에서 상호작용함을 확인하였으며, FKBP20-1b가 UPF1과 UPF2 단백질의 안정성 유지에 기여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더 나아가 FKBP20-1b knockout 벼를 이용한 ribosome profiling (Ribo-seq) 분석을 통해 FKBP20-1b에 의해 조절될 수 있는 PTC-harboring transcript들을 동정함으로써, FKBP20-1b가 번역 단계에서의 RNA 품질 관리에도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초기 실험 결과를 약 1년 6개월 만에 정리할 수 있었으나, 타 학술지에 resubmission 준비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된 후 최종 reject 되었고, 최종 게재된 학술지에서도 약 5개월간의 revision 과정을 거쳐 출판에 이르렀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ribosome profiling 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연구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는 기후 및 환경 변화 대응,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생산, 광합성 효율 향상을 통한 그린바이오 자원 개발 등 국가 전략 분야와 연계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초 연구부터 응용 연구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고 있으며,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분석 장비와 오믹스 기반 연구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조혜선 박사님 연구실에서는 쌍자엽 및 단자엽 모델식물인 애기장대 (Arabidopsis thaliana)와 벼를 이용하여 식물의 RNA 조절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분자생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전사체 및 단백체 분석과 같은 오믹스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RNA 조절 네트워크를 다각도로 이해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식량작물인 벼 외에도 원예작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작물 시스템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체계적인 실험 지원과 지도 덕분에 ribosome profiling과 같은 비교적 고난도의 실험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이번 연구를 심화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활동을 하면서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째는 스스로 궁금해했던 질문이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해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가설이 데이터로 확인되는 순간은 연구자로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이유를 추적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과정 역시 연구의 중요한 매력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둘째는 하나의 논문이 결코 개인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구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토의와 협력을 통해 더욱 정교해지고 확장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에 매 학기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이 스스로의 단점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들의 도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는 개인의 역량을 겨루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모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협력의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다른 연구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동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 속에서 성장해가는 경험이 큰 자부심과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다 보면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도 있지만, 예상과 다르게 결과가 나오거나 해석이 쉽지 않아 오랜 시간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로는 실험은 잘 진행되었지만 논문 출판 과정에서 많은 추가 실험을 요구 받기도 하고, 반대로 실험 설계 단계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논문 심사 과정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와 출판 과정은 늘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점은, 실험 결과를 정리하다 보면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약점을 피하기보다는, 스스로 먼저 고민하고 보완할 방법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해당 부분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혹은 이를 뒷받침할 추가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준비가 결국 논문 출판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느꼈던 호기심과 배움의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성과보다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벼의 FKBP20-1b 단백질이 전사 후 조절기전에 있어서 immunophilin의 고유기능인 peptidyl-prolyl isomerase (PPIase) activity 여부가 핵심적인지에 대해 단백질 상호작용 인자들과 함께 규명할 계획입니다. 그 동안 in vitro system에서 FKBP20-1b를 기반으로 한 PPIase activity 기반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그 어려움을 타파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 연구실에서 벼의 FKBP20-1b 유전자를 가지고 4번째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아직 나오지 못한 실험결과들을 잘 정리해서 추가 논문을 게재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또한 저 개인적으로는 현재 수행 중인 세종과학펠로우십 과제를 잘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UST 연구인턴 시절부터 현재 박사후연구원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이 저를 이끌어 주시는 지도교수님 조혜선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석사과정 때 첫 논문을 게재하고, 박사학위 졸업 때 한빛사 논문에 게재하고, 졸업 이듬해 세종과학펠로우십 과제에 지원하여 선정되기까지 박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격려해주시고 함께 풀어나가면서 여기까지 잘 올라온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능력치보다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박사님께서 늘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연구 수행에 있어 많은 도움주셨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센터 황중원 박사님, 경희대학교 정기홍 교수님, 서울대학교 정춘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학위 과정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셨던 연구실 내 현지누나, 아름누나, 승희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때의 추억이 현재 연구를 수행하는데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응원해주시고 제 편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누나, 매형, 슝슝이에게 감사드립니다. 가족들의 지지 덕분에 마음 편하게 연구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 기회를 마련해주신 BRIC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Reference [1] Jung H, Park HJ, Jo SH, Lee A, Lee HJ, Kim HS, Jung C, Cho HS. Nuclear OsFKBP20-1b maintains SR34 stability and promotes the splicing of retained introns upon ABA exposure in rice. New Phytol. 2023 Jun;238(6):2476-2494.
등록일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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