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경희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은 최근 수십 년간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8억 9천만 명 이상의 성인(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3%)이 비만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30년경 약 10억 2천만 명(성인 인구의 약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만은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소인과 신경내분비계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말초 세로토닌(5-HT)과 지방 축적의 연관성, 그리고 지방조직의 5-HT2A 수용체가 지질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 설포라판(SFN)은 항염, 항산화, 대사 조절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알려진 유망한 파이토케미컬이지만, 전환 과정에서의 불안정성과 ESP에 의한 nitrile 전환으로 인해 실제 효능 발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외인성 효소나 보조인자 없이 브로콜리 씨앗의 내인성 미로시나아제만을 활용해 SFN이 풍부한 가수분해물(BSH)을 제조하는 조건을 최적화하고, 이 소재의 항비만 기전을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첫째, 별도의 저온 ESP 불활성화 단계, 외인성 효소, L-아스코르브산 첨가 없이도 내인성 미로시나아제만을 이용하여 설포라판 생성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둘째, 네트워크약리학, 분자도킹,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SFN과 주요 2차 대사산물(SFN-GSH, SFN-Cys, SFN-NAC, SFN-CG)의 5-HT2A 수용체와의 잠재적 상호작용 및 작용 양상을 구조 기반으로 분석함으로써, 5-HT2A 억제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셋째, HFD 비만 마우스에서 BSH는 지방조직에서 5-HT2A 발현을 하향 조절하고 AMPK 인산화를 회복시켜 SREBP-1C, PPARγ 등 지방합성 관련 경로를 억제하였습니다. 또한 AMPK 억제제(Compound C)가 이러한 효과를 소거하고, SFN 표준품이 유사한 효과를 재현함으로써, SFN 기반 5-HT2A 억제-AMPK 활성화-지방합성 억제라는 기전적 연결고리를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국내외 제품은 대부분 SFN 전구체인 글루코라파닌(GRA) 중심이거나, SFN 함량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본 연구는 고함량 SFN 제품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SFN의 알려진 다양한 생리활성을 고려할 때 향후 비만뿐 아니라 항염, 항산화, 항암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연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애로사항과 시행착오가 있었던 연구였습니다. 본 연구는 SFN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초기에는 주류 문헌에 제시된 SFN 전환 조건과 SFN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콜리 새싹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실험 결과, SFN 전환 조건은 문헌과 차이를 보였고, 원료 또한 새싹보다 브로콜리 씨앗에서 더 높은 SFN 함량이 확인되었습니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원료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식품 법규상 브로콜리 씨앗의 활용에 제한이 있어 새싹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한창 실험을 진행하던 중 브로콜리 씨앗이 식품 원료로 등록되면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연구 방향을 새싹에서 씨앗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문헌과 실제 결과의 차이, 원료 활용 제한, 연구 방향 전환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연구자로서 문제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힘을 키워준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수행한 곳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우진 교수님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한약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을 기반으로 추출물 제조 및 유효성분 발굴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5-HT(serotonin)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을 중심으로 대사질환, 신경병성 통증, 근감소증, 우울·불안, 인지기능장애 등 다양한 질환의 병태생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in silico, ex vivo, in vivo 모델을 포함하여 네트워크 약리학, optogenetics, multimodal patch-clamp, molecular work, LC-MS/MS, siRNA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HT 수용체, TRPV1 채널, S1-PFC 신경회로에서의 억제성 중간뉴런 및 신호처리 기전을 중심으로 질환의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초 기전 연구에 그치지 않고 특허 출원, 상용화 가능성 검토, 공정 scale-up 연구를 병행하는 등 연구성과의 실질적 활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회사에서 임상 업무를 먼저 경험한 뒤, 대학원에서 전임상 연구를 수행한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상과 전임상을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면, 실제 적용 이전에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검증이 필요하며, 결과를 재현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임상에 앞서 수행되는 기초연구는 외부의 시선이나 인식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적으며, 개발한 기술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는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활용 가능성과 상용화 가능성까지 연결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구가 실험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용화를 위한 여러 허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가시적으로 진전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는 저에게 단순한 논문 성과를 넘어, 연구가 실제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실제 임상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향까지 고민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기초연구를 넘어 상용화를 염두에 둔 연구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한약재, 천연물 기반의 생약 및 기능성 원료 업계는 큰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정형 원료가 희소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희소성이 점차 낮아지고 국내 시장 또한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전체 시장 성장도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생약제제는 실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높은 개발 비용과 까다로운 규제 허들을 넘어야 하며, 긴 개발 기간 동안 시장 환경이나 기술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도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제약, 헬스케어 업계에서도 단순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소재' 자체보다는, 안전성, 재현성,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향후 기업이나 상용화 중심의 연구 분야를 목표로 한다면, 연구 방향을 설정할 때 단순히 소재의 novelty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기전적 타당성, 안전성, 규제 대응 가능성, 생산 및 표준화 가능성(스케일업) 등 사업화 관점까지 함께 고려하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논문에서 확인한 기술적 가능성을 실제 제품화 단계로 확장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논문을 통해 도출된 기술을 단순한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용화와 임상시험으로 연결하여 환자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후속 연구를 통해 in silico-전임상-임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제 연구의 효능과 적용 가능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입증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규제 허들을 넘기기 위해 필요한 연구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이를 위해 원료 및 제조공정의 스케일업(scale-up)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또한 SFN은 상온에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제품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저장 기간 중 안정성 확보 기술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유통 및 적용 환경에서도 품질과 유효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비교적 가까운 시점에 연구 결과의 상용화를 추진하여, 제 연구에서 출발한 성과가 실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어떤 일이든 초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며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뿐 아니라 외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성과나 실적에만 집중하다 보면 주변의 도움과 협업의 가치를 놓치기 쉽지만, 실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분석 장비 사용 관련 도움, 데이터 정리 및 해석에 대한 조언, 연구 방향에 대한 피드백 등 논문에는 드러나지 않는 많은 도움들이 연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주신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연구 전반에 걸쳐 끊임없는 조언과 지도로 이끌어주신 김우진 교수님과 박근태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지도와 격려 덕분에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끝까지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 한빛사에 소개되는 뜻깊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언제나 응원해주시고 늘 제 편이 되어준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