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항생제 내성균(Multidrug-resistant bacteria)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은 의료현장에서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이나 면역저하 환자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이후 세균성 2차 감염이 동반되거나 복합감염이 발생하면서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병원체를 직접 제거하는 접근을 넘어, 숙주의 선천면역(innate immunity)을 사전에 프라이밍하여 감염을 예방하는 "숙주 표적 예방 전략(host-directed prophylaxis)"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동안 단순한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로만 알려져 있던 n-dodecyl-β-D-maltoside(DDM)가 선천면역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프라이머(immune primer)로 작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DDM은 막단백질 안정화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고, 안전성이 확보된 첨가제(excipient)로는 알려져 있었지만, 면역조절 기능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 연구는 처음부터 예방 효과를 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에는 DDM을 감염 이후 치료를 보조하는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먼저 DDM 자체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독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균 감염 모델을 만들기 위해 치사량을 설정하는 실험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용할 마우스가 부족해 전날 DDM을 투여했던 마우스에 치사량 수준의 균을 감염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마우스들이 아무런 임상 증상 없이 멀쩡하게 생존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이게 왜 살아있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이 예상 밖의 결과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실험을 반복하면서 DDM은 감염 이후 치료 효과보다는 감염 이전에 투여했을 때 강력한 예방 효과(prophylactic efficacy)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규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DDM은 다제내성 그람음성균(CREC, CRPA)뿐 아니라 MRSA 감염에서도 단 1회 예방 투여만으로 완전한 생존 효과를 보였으며, 인플루엔자 감염에서도 바이러스 증식과 치명률을 유의하게 감소시켰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전신 염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호중구(neutrophils)를 빠르게 동원하고 활성화하여 초기 병원체 제거를 강화하는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DDM은 감염 초기에 호중구의 식균작용(phagocytosis)과 ROS 생성, NET 형성 등을 촉진하여 강력한 항균 방어 반응을 유도하였으며, 이러한 호중구 중심 면역 프라이밍은 Gi-coupled GPCR 신호전달 경로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단순한 첨가제로만 여겨졌던 물질이, 비병원체 유래(non-PAMP) 방식으로 선천면역을 안전하게 프라이밍(innate immune priming)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잘 알려진 첨가제가 광범위 감염 예방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향후 DDM과 같은 안전한 면역 프라이머는 항생제 내성세균의 출몰이 범람하는 시대에 병원감염 예방을 위한 새로운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감염병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감염병연구센터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바이러스 감염, 숙주 면역 반응 등 다양한 감염병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 연구실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동물 감염 모델을 기반으로 숙주 면역 반응과 감염 방어 기전을 연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식물-미생물 상호작용과 면역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오랜 시간 반복했던 실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그것이 논문으로 정리될 때입니다. 동물 감염 모델 실험은 변수가 많아 쉽지 않지만, 데이터를 하나씩 쌓아가며 처음의 의문이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감염이라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숙주 면역 반응을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그 동기는 순전히 실험이 재미있어서 였습니다. 인생은 길고, 긴 시간 동안 자기가 재밌어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찾고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이 재미있고, 늦게 나마 이런 일을 찾게 된 것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늦은 건 아닐까” 고민하고 계시다면, 결국 중요한 건 시작한 시점보다도 그 이후에 얼마나 꾸준히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쌓아가느냐 인 것 같습니다. 자신을 믿고, 즐거운 연구를 계속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직 졸업 전이지만, 이번 논문을 계기로 해외 포닥을 준비해보려고 하며, 관련 그랜트 신청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 환경을 직접 겪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해보고, 앞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큰 방향을 잡아 주시고 지원해주신 류충민 박사님과 서휘원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좋은 연구는 결국 좋은 동료 들과의 시너지 속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장성한 박사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논문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실험실 동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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