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Pennsylvania, 현 SynchNeuro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는 미국 인구의 약 1~2%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으로, 원치 않는데도 반복해서 떠오르는 강박사고가 과도한 손 씻기나 청소, 반복 확인, 숫자 세기 같은 강박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하고, 심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OCD는 항우울제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소 30%의 환자는 이러한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은 2009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도주의적 의료기기 허가(Humanitarian Device Exemption) 형태로, 성인 중증 난치성 OCD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 왔습니다. 기존 DBS는 기저핵 및 변연계 네트워크와 연결된 백질 경로인 내포 전각(anterior limb of the internal capsule)에 전기 자극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며, 대략 60% 수준에서 효과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다만 OCD는 증상의 양상이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고, 증상 강도도 시간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극 타깃을 더 정교하게 찾는 것뿐 아니라 "언제 자극할 것인가"를 신호 기반으로 결정하는 방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동향은 뇌 신호를 직접 기록해 증상 상태를 반영하는 생체표지(biomarker)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극을 최적화하거나 필요할 때만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저항성 OCD 환자 3명에게 뇌 안에 직접 스테레오 EEG(stereo-EEG, sEEG) 전극을 삽입해, 증상을 유발하는 개인별 자극에 노출되는 동안의 뇌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설계한 OCD 증상 유발 과제를 바탕으로, 실제 치료에서 쓰이는 노출 및 반응예방(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xRP) 접근을 실험에 적용했습니다. 각 trial은 중립 자극 5분, 강박 유발 자극 5분, 이후 회복 구간으로 구성해 증상 상태 변화가 시간에 따라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측 anteromedial orbitofrontal cortex(amOFC)에서 저감마(low-gamma, 30-55 Hz) 대역 파워가 OCD 관련 distress 상태와 함께 변하며, 3명의 피험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상승하는 신호를 확인했습니다. 이 신호는 서로 다른 날에 반복한 실험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되어, 단발성 관찰이 아니라 상태 의존적(state-dependent)이고 재현 가능한 후보 바이오마커임을 뒷받침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신호를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자극 타깃이 급성으로 가장 강한 증상 완화를 보이는지 샴(sham) 대조 방식으로 비교했습니다. ALIC, NAc, VeP, 그리고 NAc-VeP 복합 영역을 대상으로 평가했을 때 NAc-VeP 자극이 가장 큰 급성 증상 감소를 보였고(VAS 기반), "증상 변화"를 "바이오마커 변화"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어서 증상 유발 과제를 계속 제공하는 동안 우측 NAc-VeP에 고주파 자극을 가하면, amOFC 저감마 파워가 피험자 3명 모두에서 감소했고, 동시에 OCD distress 수준도 함께 낮아졌습니다. 이를 통해 이 신호가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증상과 기능적으로 연결된 상태를 반영할 가능성을 강화했습니다. 저희는 이 바이오마커가 만성 질병 상태를 나타내는 고정 지표라기보다, 순간순간의 증상 강도와 함께 변하는 상태 신호(state signature)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중요한 포인트는, 이 접근이 "어디를 자극할까"뿐 아니라 "언제 자극할까"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개인별로 최적 타깃을 찾는 것에 더해, 실시간으로 증상 관련 뇌 상태를 추정해 필요할 때만 자극을 주는 적응형(adaptive) 또는 반응형(responsive) 자극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연구에서처럼 증상 유발 상황에서 저감마 기반 추적이 가능하다는 결과는, 향후 감지 알고리즘과 결합한 반응형 DBS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네트워크 관점의 DBS로 확장되어, 하나의 노드에는 만성 자극을 유지하면서 다른 노드에는 상태 유발형 자극을 결합하는 multi-target, network-guided 전략으로도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흐름은 "치료 기법"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호 과학"의 발전이기도 합니다. 실제 임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재현성, 특이성, 시간적 안정성, 그리고 디바이스 제약 하에서의 계산 가능성까지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제 선행 연구였던 반응형 DBS 연구에서는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time-domain feature 기반 탐지가 핵심이었고, 해당 탐지에 저주파 성분이 크게 기여한다는 분석과 함께 더 정교한 온라인 ML 기반 탐지의 필요성도 논의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amOFC 저감마처럼 증상 상태를 안정적으로 반영하는 신호를 정의하고, 이를 자극 반응과 연결해 검증하는 연구는 향후 AI 기반 뇌상태 모델링과 반응형 신경자극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Data Scientist로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으로 연구를 수행한 곳은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의 Department of Neurosurgery, University of Pennsylvania 내 Halpern Lab 입니다. Halpern Lab은 정신질환과 행동 문제를 유발하는 인간 뇌 회로를 실제 환자에서 직접 측정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뇌신호를 기반으로 보다 정밀한 신경조절(neuromodulation)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합니다.
연구 주제는 특히 강박장애(OCD), 중독, 섭식장애 등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뇌 회로의 이상과 그 역학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느 부위를 자극하면 증상이 좋아진다"는 수준을 넘어, 증상이나 행동 상태 변화와 함께 동적으로 변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바이오마커로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자극할지까지 최적화하는 접근을 지향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극을 계속 주는 방식보다, 증상과 연관된 뇌 상태가 감지될 때에만 선택적으로 자극이 작동하는 반응형(responsive) 자극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장기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Halpern Lab은 기능신경외과(Neurosurgery), 정신의학(Psychiatry), 임상심리(Psychology), 데이터과학(Data Science)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다학제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업 구조를 기반으로, 임상 현장에서 얻어지는 신호와 환자 반응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다시 치료 전략 설계로 환류시키는 형태의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가장 큰 보람은 제가 분석한 뇌 신호 결과를 바탕으로 자극 전략을 적용했을 때, 실제로 환자의 증상이 완화되고 고통이 줄어드는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환자들과 실제로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실험을 함께 진행하면서 그분들이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하는지, 자극 이후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발견하고 정량화한 신경 신호가 단순한 데이터나 논문 속 결과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연결되는 순간을 목격했을 때 연구자로서 가장 큰 의미와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결국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뇌신호 연구는 데이터 분석만으로 완성되기 어렵고, 임상 과제 설계, 수술 및 기록 환경, 자극 프로토콜, 임상 평가까지 서로 다른 전문성이 맞물려야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본인의 기술 역량을 키우는 것만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며,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미국은 학과와 직군 간 경계가 비교적 유연하고, 병원과 데이터과학 팀이 한 프로젝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협업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상대가 필요한 것을 빠르게 이해하고 연결해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을 준비한다면 연구 주제뿐 아니라, 그 연구실이 실제로 다학제 협업이 활발한지, 공동연구와 데이터 접근이 원활한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보면 큰 도움이 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SynchNeuro라는 회사의 초기 창업 멤버로 합류해 Principal ML Scientist로 일하고 있습니다. 뇌 신호를 기반으로 혈당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연구개발 과제이며, 실제 환경에서 수집되는 신호의 잡음과 개인차를 견딜 수 있는 견고한 모델링과 검증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뢰도 높은 바이오마커와 예측 모델을 고도화해, 연구 성과가 임상 및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품화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여기서 소개해드리는 연구 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공동 1저자로서 참여한 Opioid Use Disorder의 Biomarker 및 Neurostimulation 연구가 Nature Communication에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2개월 전 Nature Medicine에 섭식 장애와 관련한 연구도 공동 1저자로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지점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충동 (Compulsivity)'이라는 공통된 행동 회로 메커니즘이 여러 정신질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단명 자체보다, 사람의 행동과 증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그때 뇌 회로가 어떤 상태로 전환되는지를 신호 수준에서 정량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연구자분들도 이러한 신호 기반 연구를 계속 확장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더 효과적이고 정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지길 바랍니다.

등록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