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연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특정한 시간에 꽃잎을 열고 닫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팔꽃은 이른 아침에 꽃을 피우고, 수련은 늦은 오후에 꽃을 닫습니다. 이번 논문의 주요 모델인 코요테담배(Nicotiana attenuata) 역시 밤에 꽃잎을 활짝 열고 향기 물질을 방출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해 생물학자 린네는 서로 다른 시간에 꽃이 피고 지는 식물들을 한곳에 모으면, 꽃의 개화 상태만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꽃 시계(flower clock)'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1].
식물이 보이는 이러한 일주기성 리듬은 꽃 피는 식물에서 잘 보존된 생체시계 유전자에 의해 조절됩니다. 그러나 진화를 거치면서 일부 식물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시간대를 선택해 꽃을 피우도록 조절 전략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실제로 어떻게 열리는지, 그리고 생체시계 유전자가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꽃의 열림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아온 주제이지만,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유전자 발현 분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실제 돌연변이체를 이용해 꽃 열림 표현형을 규명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논문에서는 생체시계 유전자가 꽃 열림과 향기 방출의 일주기성 리듬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절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돌연변이체 분석과 분자적 접근을 활용하였습니다. 세부 조절 기작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꽃 열림과 향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생체시계 조절의 맥락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향후 관련 연구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김상규 교수님께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재직 중 관찰한 미국 유타주 자생 코요테 담배 꽃의 리듬이었습니다[2]. 이후 생체시계 유전자들이 이 리듬에 관여함이 보고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꽃의 열림이 어떠한 분자적 기작에 의해 조절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후속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연구와 연관된 인터뷰에서 강문영 박사님은 "서울로 가려다가 길이 좋아 보여서 강릉으로 갔는데, 강릉 바다가 예뻤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3]. 함께 꽃 열림을 이해하고자 연구를 시작했지만, 연구 초기에는 접근이 쉽지 않아 먼저 향기 생합성 경로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정리되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꽃 열림과 향기에 모두 중요한 유전자 COL5를 찾으면서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서울에 도착했지만, 역시 서울로 오는 길은 꽤나 막히는군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분자생태학 연구실(김상규 교수님, [4])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특정 식물 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연의 흥미로운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하는 교수님의 연구 철학 아래, 저희 연구실은 매우 다양한 식물과 곤충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구성원 각자의 주제가 폭넓고 다양한 실험 기법을 활용하고 있어,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큰 강점입니다.
또한, 카이스트가 보유한 첨단 장비와 연구 센터, 그리고 타 학과와의 협업을 장려하는 분위기 덕분에 가설을 자유롭게 세우고 실험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생명과학과뿐만 아니라 화학과, 바이오코어센터, 의과학연구센터 등 교내 여러 학과와 연구센터의 배려로 전문 장비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이번 연구에 필요한 실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마주한 문제에 집중하고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교수님과 동료들, 그리고 학교 구성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자연 현상을 관찰하며 던진 질문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연구자로서 느낄 수 있는 낭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진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인 기작이 명확히 보고되지 않던 부분을 직접 규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문적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이 연구를 지속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발견한 작은 지식들이 모여 식물학의 한 부분이 된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며 가장 확실히 알게 된 점은, 엄청난 노력이 반드시 그에 비례하는 엄청난 결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작은 노력은 많은 경우 작은 결과로 찾아오겠지만요.
하지만 반대로 간절한 자에게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프로젝트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답답한 시기를 지날 때가 빈번하겠지만,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저를 포함해 곁에서 지켜본 동료 연구자들까지 벌써 세 명 넘게 이런 과정을 겪었으니 이것도 과학이라고 주장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결과에는 충분한 운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국 본인만의 답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호기심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는 모든 선후배님들과 앞으로의 저를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꽃의 발달 연구를 바탕으로, 박사후연구원 과정에서는 개화 이후 열매가 형성되고 품질이 결정되는 기작을 공부하고자 합니다. 식물은 환경에 매우 효율적으로 반응하며 생존해 왔으나, 원예작물은 인간의 선택에 의해 그 생리적 특성이 본래와는 다르게 조정되어 왔습니다. 특히 열매는 수량과 품질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강한 선택 압력을 받아온 기관으로, 이러한 인위적 조정의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이러한 과정으로 형성된 각 작물 고유의 생리적 특성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부 시절 원예학을 공부하며 접한 현상들이 작물 내부에서 어떤 유전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작물을 원하는 형태로 육종, 재배하거나 저장하는 농업 기술들이 오랜 노력을 통해 굉장히 잘 발달해 있지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각 방법들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미 상당한 발전을 이룬 이 분야가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결국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준비라고 믿습니다. 당장은 현장과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어도, 이번 연구를 통해 쌓은 기초적인 이해와 앞으로 이어갈 저의 연구들이 훗날 원예 작물을 키울 때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Wikipedia contributors (2025, "Linnaeus's flower clock". In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innaeus%27s_flower_clock)
[2] 최준석 기자님(2021, 주간조선,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8094)
[3] 강문영 박사님(2022, 한빛사 인터뷰, https://www.ibric.org/bric/hanbitsa/han-interview.do?mode=view&id=74137&authorId=36874#!/list)
[4] KAIST 분자생태학 연구실(https://sites.google.com/view/kimlab/home)
등록일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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