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췌장관선암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PDAC; 이하 췌장암)은 진단 당시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예후가 불량합니다. 췌장암의 상당수에서 신규 당뇨병이 암 진단에 선행하므로, 당뇨병이 새롭게 발병한 시점에서 췌장암 관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 췌장암의 조기 진단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췌장암 유발 당뇨병의 기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체 표지자 (바이오마커)의 활용이 중요하지만, 아직 대한 이해를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당 분야를 연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췌장암의 낮은 유병률로 인해 다수의 대상자로부터 충분한 생체시료를 확보하기 어렵고, 췌장암 환자와 동일한 수술을 받는 적절한 수술 대조군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본 연구진은 당뇨병을 연구하는 내분비내과와 췌장암 환자로부터 인체 유래물을 확보할 수 있는 췌담도외과 연구진의 협업을 통해 이러한 연구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본 연구진은 췌장절제술 코호트를 전향적으로 구축하고, 경구포도당부하검사 (oral glucose tolerance test, OGTT) 기반의 정밀 대사 지표와 환자 유래 혈액·췌장 조직을 통합 분석함으로써 유문보존 췌장십이지장절제술 (pylorus-preserving pancreatoduodenectomy, PPPD) 전후의 변화와 그 기전을 함께 탐색하고자 하였습니다.
수술 이전부터 췌장암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더 심한 고혈당과 현저한 인슐린 분비 저하를 보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두 군 모두 동일한 췌장절제술을 받았음에도, 수술 후 췌장암 환자군에서 고혈당이 더 뚜렷하게 개선되었고 췌장 절제에 따른 인슐린 분비 기능 감소 폭도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러한 소견은 수술 전 췌장 종양에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인자가 분비되어 대사 이상에 영향을 주고 있었으며, 종양 제거가 해당 억제 신호를 부분적으로 해소했음을 시사합니다.
본 연구팀은 인체유래물을 활용하여 췌장 종양에서 생성되는 인슐린 분비 억제 후보 물질을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췌장암의 주요 발병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Wnt5a와 연관된 Wnt/β‑catenin 신호전달 경로가 인슐린 분비 저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췌장암 환자에서 관찰되는 고혈당에 핵심적으로 관여함을 처음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Wnt5a 및 관련 단백질이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새로운 생체표지자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나아가 Wnt5a/β‑catenin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화함으로써 췌장암 관련 당뇨병의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지닙니다.

<췌장암 연관 고혈당과 관련 병태생리 기전 모식도>
췌장암 환자에서 비췌장암 환자에 비하여 동일한 PPPD 수술 이후 고혈당 개선이 더 뚜렷한 현상의 기전 제시: 종양 절제를 통한 췌장암의 Wnt5a/β-catenin 경로 유도 인슐린 분비 억제의 해소
PDAC,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췌장암 환자군
nonPDAC: 비췌장암 대조군
PPPD, Pylorus preserving pancreaticoduodenectomy: 유문보존 췌십이지장절제술
OP., operation: 수술
HbA1c, glycated hemoglobin: 당화혈색소
HOMA-β, homeostasis model assessment of β-cell function: 인슐린 분비능에 대한 항상성 평가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강신애 교수님 연구진은 실제 환자에서 관찰되는 대사 이상 지표와 실험실 기반 췌도 기능 평가를 함께 활용하여, 임상 현상을 세포 및 조직 수준의 기전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본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박호선 선생님과 함께, 실험용 생쥐의 췌도를 분리하고 기능을 평가하는 실험 역량을 바탕으로 췌도 주변 미세환경이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항상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축적된 연구 기반이 있었기에 췌장암에서 유래한 인자가 실제 췌도의 인슐린 분비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님 연구진은 췌담도 악성질환 분야의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췌장암 환자의 수술 전후 임상 양상, 병리 결과, 생존 및 재발과 같은 임상 지표를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췌장절제술 환자에서 신뢰도 높은 인체유래물과 임상 정보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췌장암 환자뿐 아니라 유사한 수술을 받은 비췌장암 대조군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수술 코호트 구축 역량은 본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는 내분비내과와 췌담도외과 선생님들께서 주요 연구진으로 참여하셨지만, 연구의 시작부터 진행, 그리고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힘과 지혜를 보태어 주셨습니다. 특히 박준성 교수님을 비롯한 췌담도외과 교수님들께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췌장암 환자의 수술 과정에서 췌장 조직을 포함한 귀중한 인체유래물을 확보해 주신 덕분에, 본 연구의 핵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췌장 조직으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였는데, 병리과 연구진께서는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여 보존해 주셨고, 연구에 적합한 조직 선별의 과정에도 전문적인 식견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또한 제한된 양의 인체유래물을 분석하는 상황에서 모든 표적 물질을 평가할 수는 없는데, 생체의공학과 연구진께서는 공공 자료원에 등록된 유전체 자료를 분석하여 췌장암 유발 당뇨병의 후보 기전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소화기내과 선생님께서도 역시 연구의 설계와 수정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문해 주셨습니다.
본 연구는 조직의 확보에서 시작하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 물질과 기전을 찾아 나아가는 긴 여정의 연구였기 때문에, 추진력을 잃지 않고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은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이처럼 췌장암 유발 당뇨병의 원인 규명이라는 목표 하에 여러 연구진이 한 마음으로 참여하여 주신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그분들의 격려와 도움을 헛되게 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고 큰 보람을 느낍니다. 더불어 본 연구가 췌장암 유발 당뇨병의 조기 진단 생체표지자 발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본 연구진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실의 활발한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처음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을 당시에는 생체표지자 발굴을 위한 접근법이 지금보다 제한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본 연구에서 활용한 유전자 발현 자료 분석 외에도, 대사체 분석, 후성유전체 분석, 미생물군 분석 등 다양한 방법론을 다각도로 접목하는 추세입니다. 더불어 인공지능을 접목한 의학 영상 분석 역시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질환을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췌장암 관련 당뇨병의 조기 발견은 여전히 임상 현장의 중요한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실험 및 분석 기법에 강점을 가진 후배 연구자분들께서 이러한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췌장암 관련 당뇨병을 조기에 선별하고 예측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이어가 주신다면, 향후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에서는 췌장암 유래 인자가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보였고, 그 주요 후보 물질로 Wnt5a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관찰되는 췌장암 관련 당뇨병은 보다 복합적인 병태생리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Wnt5a 외에도 다양한 매개 인자가 관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인슐린 분비 저하뿐 아니라 전신 인슐린 저항성 증가 역시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췌장암이 당대사 이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경로를 보다 다각도로 규명하는 연구가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전 연구와 더불어, 췌장암 관련 당뇨병이 췌장암 진단 전후에 어떤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췌장암 유발 당뇨병의 병태생리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췌장암 조기 발견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 지표와 생체표지자 발굴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는 제가 내분비내과 전공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참여한 연구였습니다. 연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던 상태에서 시작하였기에, 환자 설명과 동의서 취득, 임상 자료 입력, 인체유래물 처리와 보관은 물론, 후보 기전 탐색을 위한 유전체 자료 분석, 유전자 발현량 측정, 단백질 발현 확인, 조직 염색, 현미경 관찰과 정량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여러 과정을 하나씩 부딪히며 익혀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려운 도전이었고, 연구가 오랜 기간 이어지는 동안 여러 차례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로부터 언젠가 논문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론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염려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처음이었던 제가 이 연구를 한 편의 논문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도 교수님이신 강신애 교수님의 세심한 지도와 격려 덕분이었습니다. 강신애 교수님께서는 연구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중요한 지점마다 길을 짚어 주셨고,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끝까지 믿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한 공동 제1저자인 박호선 선생님께서는 많은 실험을 직접 감당하시면서도, 제가 처음 접하는 실험과 분석 과정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도록 곁에서 인내심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두 분의 지도와 헌신이 없었다면 본 연구를 완성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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