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궁내막 기질 육종(Endometrial stromal sarcoma, ESS)은 전체 자궁암의 약 1%에 불과한 희귀 악성종양으로, 특히 고등급 ESS는 빠른 전이와 재발로 인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지만 치료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인 암입니다. 저등급과 고등급 ESS는 임상적으로 전혀 다른 경과를 보이지만,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분자적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ESS 자체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기존 연구들이 소규모 코호트로 연구된 경우가 많았고 그 안에서도 유전자 융합 분석 중심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80명의 ESS 환자를 대상으로 whole genome sequencing (WGS), whole exome sequencing (WES), RNA sequencing (RNA-seq)을 통합 분석해 저등급과 고등급 ESS를 구분하는 분자적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분석 결과, 고등급 ESS에서는 TP53과 PTEN과 같은 종양억제 유전자의 변이, RB1과 CDKN2A의 복제수 소실이 빈번하게 관찰되었으며, 이와 함께 YWHAE-NUTM2B와 같은 알려진 유전자 융합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분자적 특징들은 고등급 ESS가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원인이 단순히 돌연변이의 수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세포 주기 조절 기전이 전반적으로 손상된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저등급 ESS에서는 JAZF1-SUZ12를 대표로 하는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유전자 융합이 주요 분자적 특징으로 나타났으며, 이와 함께 TSC2와 STK11의 복제수 소실과 같은 대사 및 신호 조절 경로의 이상이 동반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부 환자군 (15명, 18.8%)에서 RAD54B 유전자 증폭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고, 이는 발현 증가와 불량한 생존율과 강하게 연관되어, RAD54B가 ESS에서 새로운 종양 촉진 드라이버이자 예후 바이오마커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NRAS 변이를 가진 고등급 ESS 환자 유래 xenograft 모델에서 MEK 억제제와 FAK 억제제 병용 치료가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생존을 유의하게 연장한 결과는, 멀티오믹스 기반 분자 분석이 실제 치료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ESS와 같은 희귀암에서도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를 세분화하고, 맞춤형 표적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최정민 지도교수님을 중심으로, 미국 Yale 대학교 의과대학의 Joseph Schlessinger 교수 및 Alessandro D. Santin 교수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인간 질환의 유전적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새로운 치료 기회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통계 유전학, 생물정보학 기법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희귀 질환 원인 유전자 발굴, 암의 발생 및 진화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부터 단일 세포, 공간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은 국내외 여러 연구진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연구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업은 BK21 사업 우수 대학원생 국제 공동연수 지원 사업을 통한 해외 연수와 같은 인재 양성으로도 실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 속에서 국내외 우수한 연구진들과 수준 높은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저희 연구실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준비하고 수행하는 매 순간이 항상 보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나거나, 어렵게 얻은 데이터가 또 다른 해석과 검증을 요구할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특히 대학원 과정에서는, 연구의 의미가 즉각적으로 체감되기보다는 긴 시간 뒤에야 비로소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참여한 연구가 희귀질환을 겪는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질병의 치료 전략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가능성을 떠올릴 때,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연구 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때에도 그래도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 아마 이러한 감정은 많은 대학원생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운이 좋게도 좋은 지도교수님과 훌륭한 연구실 동료들을 만나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좋은 논문으로 인터뷰도 작성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보며, 연구자로서 느끼는 보람과 감사의 마음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의 경우는 연구실의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임상병리학과를 전공하고 병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구를 시작했고, 석사 과정을 마치는 동안 솔직히 말해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주변에는 이미 탄탄한 배경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고, 그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질투하거나, 제 자신을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따라가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분명히 많이 달라져 있고, 그만큼 성장해 있다고 느낍니다. 학위 과정 중에는 그 변화가 잘 보이지 않아서 더 불안해지지만, 연구는 생각보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사람을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두려움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 길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경험해 본 뒤에 방향을 바꿔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본 경험 자체는 분명 의미 있는 자산으로 남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석사 과정 동안에는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가설을 검증하며 연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초 역량을 다지는데 집중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 및 실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관련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며, 연구의 과정 내내 곁에서 지지해 주고 기다려 준 가족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지지 위에서, 연구를 실제로 배워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공간이 바로 연구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고,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 연구실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최정민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해 온 연구실 구성원들 덕분에,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에서 매우 큰 전환점이자 중요한 경험이었고, 연구의 성과를 떠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