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 연구실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유용한 이차대사산물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주제들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물 이차대사산물은 항암제, 항염제, 항말라리아제, 항중독제, 항산화제, 어주번트 등 다양한 생체 활성으로 인해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들이 많은데요,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유기화학적으로 대량생산해 내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본래 이차대사산물을 생합성하는 데 쓰이는 식물 유전자들을 활용해 대량생산하는 접근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저희 연구실에서도 다양한 유용물질들을 이러한 대사공학적 접근법으로 합성해보고자 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주목한 물질은 스테로이드계 약물들의 합성 재료로 사용되는 디오스게닌 이라는 식물 스테로이드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마의 뿌리에서 추출해 유통되는 물질입니다. 저희는 몇 개의 유전자 발현을 조작하는 것으로 디오스게닌을 까마중이라는 식물에서 만들어내게 하는 데 성공하였고, 해당 내용을 갈무리하여 Plant Biotechnology Journal 에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분자생태학 연구실은 생태학적 질문들을 분자적/유전자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려 노력하는 연구실입니다. 예를들어 지금까지 저희 연구실은 꽃향기의 어떠한 성분이 수분매개자들을 불러모으는지, 해충들을 막기 위해 식물이 어떤 방어물질들을 만들어 내는지, 꽃의 열림과 닫힘은 어떻게 조절되는지, 인공지능을 통해 생합성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지 와 같은 질문들에 대답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실에선 Single cell RNA sequencing 과 Biosynthetic gene cluster 의 탐색, retrosynthesis via AI 같은 생물정보학적 분석으로 후보 유전자를 찾아 가설을 세우고 -> Virus Induced Gene Editing과 Transient expression 같은 분자생물학적 실험으로 후보 유전자의 발현을 조작하고 -> LC/GC mass spectrometry 와 Bioassay 등으로 실제 표현형을 확인하는 흐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실감한 부분은 협업(Co-work) 의 중요성입니다. 6배체 까마중의 genome editing 을 진행해주신 경상대학교 박순주교수님과 김근화 박사님, 연구를 진행하는데 가장 필요했던 물질을 유기화학적으로 합성해주신 카이스트 한순규교수님과 서승모 박사님, 까마중 대량재배를 통해 실험 샘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해주신 국립농업과학원의 이샛별 박사님까지. 이러한 훌륭한 동료/선배 연구자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위 논문은 쓰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서로의 약점은 보완하며 강점은 극대화하는 유익한 환경이 조성된 상태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부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합성, 특히 식물 생합성 분야는 식물학, 곤충학, 미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생물정보학, 유기화학, 분석화학 등 다양한 전공지식들이 교차하는 분야입니다. 모든 분야를 개인이 완전히 숙달할 순 없기에 모두 기본적으로는 다룰 수 있되, 몇 개의 분야는 자신만의 특장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식물 생합성 분야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논문에 사용된 까마중을 비롯한 가지과 식물들은 스테로이드계 배당체를 많이 만들고 이것은 Triterpene 에 해당하는데요, 때문에 이미 Terpene 합성에 필요한 pathway 들이(MVA, MEP pathway 등) 까마중에선 왕성하게 작동하는 중이기에 Terpene 계열 물질들의 생합성 플랫폼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용한 플랫폼 식물을 활용하여 앞으로도 계속해서 식물 이차대사산물을 연구하며 생태적으로 이들이 갖는 의미 역시 계속 탐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식물 이차대사산물을 대사공학적으로 접근해 마치 물질 생산 공장처럼 활용하는 방향의 연구는 앞으로도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합성생물학 분야는 미생물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이루고 있지만, 식물은 미생물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특성들 (생산자라는 생태적 지위, 독성 물질의 격리, 복잡한 막 시스템 등)을 갖고 있어 식물만의 강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전적으로 조작된 식물이라 할지라도 그 식물체가 직접 유통되는 것이 아닌, 추출된 순수한 물질 형태로 유통된다면 추후 GMO 관련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 동안 몇 번의 학회를 다니면서 느낀 바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는 식물을 이용한 합성생물학 연구가 몇몇 핵심적인 연구실들을 중심으로 막 태동하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CRISPR-Cas system의 등장과 함께 식물의 유전자 교정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나, 종마다 판이하게 다른 유전자 교정 기술의 적용 방식 때문에 식량, 약물, 환경정화, 바이오연료, 원예 등에 사용되는 유용한 식물종들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조작하여 최적의 식물자원을 만드는 일은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즉, AI 나 반도체처럼 몇 개의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있는 상황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연구자들이 꽤나 비슷한 출발선에 있는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어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의 의료수준도 증진되고 있으며, 특히 고령층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약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식물 대사공학/합성생물학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물질 대량생산 이라는 주제는 식물이 수 억년 동안 야생에서 살아남으며 치열하게 개발해 온 도구들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한 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 연구 단체와 정부의 지원과 투자로 식물 연구자 양성과 연구 환경 조성을 발빠르게 마련한다면 어쩌면 한국은 미래에 식물 합성생물학을 선점한 똑똑한 나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본 논문은 식물의 공업적 활용에 대한 연구들을 주로 다루는 Plant Biotechnology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앞으로 몇 년 뒤에는 해당 저널의 주요 논문들이 우리나라의 연구들로 도배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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