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체의 면역계가 뇌를 '오인 공격'하여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뇌질환은 초기 증상이 혼란, 망상, 기억 장애, 행동 변화 등으로 나타나 정신질환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비교적 드물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질환인 항-NMDA 수용체 뇌염(anti-NMDA receptor encephalitis)은, 주로 젊은 성인에서 발병하며 미국에서 인구 100만 명당 약 1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정신과적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임상적 특징은 미국 언론인 Susannah Cahalan의 회고록 <Brain on Fire>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항-NMDA 수용체 뇌염이 정신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실제 환자에서 관찰되는 질병의 진행 양상과 면역 반응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한 마우스 능동면역 모델을 활용하여, 자가항체 전체 레퍼토리(polyclonal IgG)가 NMDA 수용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법을 사용하여 자가항체가 결합한 NMDA 수용체 복합체의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으며, 그 결과 자가항체가 수용체 표면을 무작위로 덮는 것이 아니라 극히 제한된 특정 부위(항원성 '핫스팟')를 반복적으로 선택해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결합 패턴은 NMDA 수용체의 기능 저하와 시냅스에서의 제거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으며, 자가항체가 뇌 기능을 교란하는 분자적 기전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구조정보를 바탕으로 항체 결합 부위를 직접 차단하거나 경쟁적으로 점유하는 중화항체, 디코이(decoy) 분자, 혹은 저해제 설계와 같은 표적 치료 전략이 향후 더욱 활발히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비특이적 면역억제 치료를 넘어, 질환의 원인 기전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밀 치료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깨끗한 단일 항체"가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을 유도한 쥐의 혈청에서 직접 분리한 polyclonal autoantibody를 사용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항체가 섞여 있는 경우 결합 양상이 본질적으로 이질적(heterogeneous)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이질성은 cryo-EM 분석에서 해상도 저하와 분류의 어려움으로 직결됩니다. 이에 실험적으로는 서로 다른 항체들이 결합한 다양한 항체-수용체 복합체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분석적으로는 항체와 수용체가 상호작용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춘 분류 전략을 적용함으로써, anti-NMDAR encephalitis 자가항체들이 NMDA 수용체의 특정 부위를 선택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단일 클론 항체를 이용해 쥐 뇌에서 직접 추출한 NMDA 수용체의 경우, 매우 제한된 양의 단백질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난관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쥐를 사용하면서도 충분한 cryo-EM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단백질 정제 과정과 전자현미경 샘플 조건을 세밀하게 최적화하는 과정이 연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OHSU) 내 Vollum Institute에서 수행되었습니다. Vollum Institute는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 연구가 매우 활발한 연구소로, 구조생물학, 전기생리학, 분자생물학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연구 문화가 큰 강점입니다. 특히 OHSU에는 미국의 국가 cryo-EM 센터 중 하나인 Pacific Northwest Cryo-EM Center(PNCC)가 위치해 있어, cryo-EM 실험부터 데이터 처리까지 고도화된 연구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수용체와 이온채널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구가 진행되는 Vollum Institute의 연구 환경과, cryo-EM 접근성을 제공하는 PNCC의 인프라가 결합된 점은 본 연구를 추진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한 프로젝트를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과 함께 끝까지 밀도 있게 진행할 수 있는 팀 기반 연구 문화 역시 큰 장점이었습니다. 구조 분석에 그치지 않고, 기능적·면역학적 해석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를 수행하며 제가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단백질 구조 규명을 통해 단순히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환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형태의 증거로 정리해냈다는 점입니다. 자가면역성 뇌염에서 항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항체가 어디에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제시하게 되면, 이후의 병리 기전 해석이나 치료 타깃 설정, 약물 설계에 대한 논의가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해집니다.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를 끝까지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기술보다 질문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Cryo-EM, AI 모델링, 대규모 분석 등 도구는 빠르게 바뀌지만, "내가 풀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가 선명하면 기술은 따라올 수 있습니다. 구조생물학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기능/세포/질병모델과 함께 갈 때 가장 큰 임팩트가 납니다. 가능하다면 다학제적 협업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대부분의 NMDA 수용체 구조 연구는 X-ray crystallography나 single-particle cryo-EM 분석을 통해, 수용체의 구조를 주로 in vitro 환경에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반면, 현재 Eric Gouaux 연구실에서는 cryo-electron tomography(cryo-ET) 기법을 활용하여, 시냅스 내에서 여러 단백질들이 어떻게 조직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in situ 맥락에서 이해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과 cryo-ET 관련 장비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저는 현재 NMDA 수용체를 실제 시냅스 환경 속에서 이해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구조 정보와 기능적·세포적 맥락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현재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또 다른 논문 한 편이 리뷰 과정에 있으며, 해당 연구의 마무리와 병행하여 향후 국내에서 독립 연구자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과정 동안 여러 세미나와 학회에 참석하며, 단백질의 돌연변이나 비정상적인 기능이 어떻게 특정 질환의 분자적 발병 기전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조 규명을 통해 밝혀내는 연구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구는 "질환을 구조로 설명한다"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연구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체감하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구조생물학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분자 수준에서의 명확한 규명은 때로는 질환에 대한 이해와 연구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앞으로 더 많은 후배 연구자들도 직접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본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늘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준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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