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충북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비부비동 편평상피세포암 (Sinonasal Squamous Cell Carcinoma, SNSCC)은 전체 악성 종양의 1% 미만을 차지하는 희귀 난치성 암종입니다. SNSCC는 해부학적으로 뇌 기저부 및 안구에 인접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적 접근이 매우 까다롭고, 치료 과정에서 수반되는 기능적 손실이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낮은 발생 빈도로 인해 발암 기전과 종양 미세환경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진단 및 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임상적 한계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bulk RNA-seq 및 DNA methylation 분석과 더불어 단일 핵 멀티오믹스 (single-nucleus multiome sequencing, snMultiome-seq) 기술을 적용하여, 전사체와 후성유전체 정보를 통합한 단일 핵 수준의 'SNSCC 암 생태계 지도'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SNSCC 내부에 공존하는 다양한 특성의 종양 아형들을 규명하였으며, 그중 저산소 특성을 지닌 종양 아형 (TC1)이 종양 내 혈관신생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핵심 세포군임을 확인하였습니다. TC1 세포는 ADM, VEGFA 등의 혈관신생 인자를 분비하여 주변 혈관 내피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이러한 과정은 AP-1 및 HIF1A 전사 인자가 결합하는 유전자 조절 영역에서의 크로마틴 접근성 증가와 DNA 저메틸화 등 후성유전학적 조절 기전에 의해 제어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림 1). 더 나아가 실제 조직 수준에서 저산소 상태의 종양 아형과 활성화된 혈관 내피세포가 공간적으로 인접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기전이 실제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SNSCC에서 종양 혈관신생을 조절하는 핵심 기전인 '저산소-혈관신생 축 (Hypoxia-Angiogenesis axis)'을 규명하였으며, 이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된 멀티오믹스 데이터와 통합 분석 결과가 향후 SNSCC 환자를 위한 치료 표적 발굴 및 정밀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림1. 통합 멀티오믹스 프로파일링을 통해 제시한 SNSCC 저산소 유도 혈관신생 조절 모델. (Created with BioRender.com)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IPHD (Immune Profiling in Human Diseases) 연구실은 충북대학교 생명과학과 강규호 교수님의 지도하에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나는 면역학적 및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사체와 후성유전체를 포함한 시퀀싱 데이터의 생성부터 통합 분석,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적 접근까지 병행하며 질환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임상 샘플로부터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희귀암 내 핵심적인 종양 악화 기전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실의 초기 멤버로서 연구 인프라와 운영 체계가 구축되는 전 과정을 함께하며 연구자로 성장해 왔습니다. 장비 배치부터 실험 프로토콜 정립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직접 경험한 과정은 연구 전반의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후 어떤 환경에서도 주체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박사과정 4년 동안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얻은 결실입니다. 희귀암이라는 특성상 샘플 확보 자체가 쉽지 않았으며, snMultiome-seq 데이터를 통합 및 해석하기 위한 분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여러 차례 논문 리젝과 실험 실패를 경험하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가설을 점검하고 보완하며 끝까지 연구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러한 반복과 축적의 과정을 통해, 예기치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를 완수할 수 있는 끈기와 책임감을 갖추게 되었다고 느낍니다. 특히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희귀암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고, 암 연구를 연구실의 핵심 연구 주제 중 하나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저에게 큰 자부심이자 보람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난관과 좌절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조급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잠시 멈춰 자신을 정비하는 시간 역시,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연구에 임하는 주도적인 태도입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고민하며 질문을 던질 때, 연구는 단순히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이 됩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연구에 대한 책임감과 확신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 역시 배워가는 과정에 있지만, 이 길을 선택한 후배님들도 자신의 결정과 속도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시길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과정 동안 암 생물학을 연구하며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 세포들의 역할과 기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실제 환자 샘플을 직접 다루는 경험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얻어지는 데이터가 지닌 중요성과 가치를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과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종양 면역학 분야에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향후에는 난소암을 비롯한 고형암에서 면역 억제적 환경이 형성되는 기전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표현형이나 치료 타겟을 탐색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임상 샘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암과 면역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보다 면밀히 규명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환자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의 폭을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위 과정 동안 연구의 중심을 잡아주시고 방향을 제시해 주신 강규호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부임하신 당시 첫 제자로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건네주신 현실적인 조언과 따뜻한 격려는 연구를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의 시작을 함께해 주시고 환자 샘플 확보와 실험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서울아산병원 김지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중요한 코멘트와 조언으로 이번 연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강근수 교수님, 박지환 교수님, 박종은 교수님, 유승열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함께 연구실을 꾸려온 IPHD 식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연구실 생활을 함께하며 버팀목이 되어준 근호 오빠, 재우, 준호, 예빈이, 재현 오빠, 효정이와 앞으로 함께할 수빈이까지, 여러분과 함께했기에 연구실에서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긴 학위 과정 동안 변함없이 응원해준 오랜 친구들과, 늘 믿고 지지해 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오빠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차분하게 제 길을 걸어가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등록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