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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랑 자괴감 하소연입니다. 5
고도 (비회원)
안녕하세요. 저는 생물쪽 학부생 4학년입니다.
그냥 하소연이 좀 하고 싶어서 글을 끄적였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연구원을 하려는 생각이 확고해서 1학년때부터 인턴도 많이 하고 학부생 연구원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을 보면 제가 한 것에 비해 성과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자괴감도 들고 질투도 나곤 합니다.
한번은 이 주제면 제가 충분히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람들도 좋고 주제도 재밌어서, 인턴을 하다가 학부생 연구원으로 바꾸어 이어간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부생 연구원으로 일하던 도중 갑자기 박사님께서 창업을 선언하셨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박사님 주도 하에 소수 인원으로 하던건데 박사님이 창업을 하시면서 자주 뵐 수 없게 되었고 결국 그렇게 끝났습니다. 논문이나 특허를 내기 쉬운 분야였는데 시간만 들이고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다른 랩실에서는 제가 관심있는 주제가 있어서 교수님께 먼저 컨택하였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선 저를 아주 좋게 봐주셨고, 주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턴으로 들어가니까 완전 다른 분야의, 미생물학 관련한 선배를 붙여주셨습니다. 처음엔 기초를 배우라고 하셔서 배우고나면 바뀌겠지 했는데 바뀌지 않았습니다. 교수님께 면담을 요청드리니까 사실 제가 원했던 주제는 이미 자리가 다 차있으니 그 미생물 연구에 참여하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그 선배 연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제가 랩실 경험이 많아서 딱이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씀해주셨으면 빨리 나가던가 받아들이던가 했을텐데 이미 랩실에 발을 꽤 깊이 들이게 한 후여서 배신감도 들고 힘들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성과만 바란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랩실에서 연구 과정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주말에도 실험하면서도 마냥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옆의 다른 랩실 친구가 저보다 연구 기간이 짧은데도 선배 논문에 같이 이름을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다른 랩실 친구는 특허를 냈습니다. 다 취업이 우선인 친구고 저는 연구원을 하고 싶은데 저는 저렇지 못했습니다. 저는 선배가 논문에 이름 넣어준다고 해놓고선 잊어버리셨는지 안 넣어주고, 뭐 하나 라벨링 할때도 제 이름말고 선배 이름을 적어야 했습니다. 타랩이랑 하는 회의에도 끼워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다 이런건줄 알았습니다.
또 한번은 제가 하고 싶었던 주제이고 제가 먼저 컨택했고 제 전공이 거기에 더 잘 맞는데 교수님께서 다른 친구들을 그 주제에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단기 인턴이라 단기간에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을 내어주고, 모두가 도와주고 칭찬하면서 떠나보냈습니다. 반면 저는 앞날이 불확실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좋아하시는, 갈려나가기 딱 좋은 장기 프로젝트에 밀어넣으셨습니다. 제 의사와는 관계 없었습니다. 사수가 있었지만 딱히 제게 신경써주지 않는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담당 사수가 있으니 제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랩실 일정이든 뭐든 알아서 찾아 물어봐야했고 연구 관련해서도 바쁜 사람들 눈치 봐가면서 물어보고 다녀야했습니다. 심지어 제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들 극한의 개인주의자라 물어보는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고있는데 바로 옆 인턴들은 제가 원하던 프로젝트에 참여해 부둥부둥 받는걸 지켜보니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인턴은 인턴끼리 뭉쳐서 취급하니, 인턴 내에서도 저 혼자 동떨어져있었습니다. 저널클럽을 인턴끼리 하는데 저만 주제가 달랐으니까요. 저만 혼자 뭐가뭔지 몰랐습니다. 저는 랩실 인원이되 랩실 인원이 아니었고 인턴이되 인턴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미치도록 부러웠습니다.
저도 잘 할 자신 있는데... 분명 있었는데...
이쯤 되면 제가 문제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괜히 노력한 다른 친구한테 질투가 납니다. 저는 아직 학부생일 뿐이고, 연구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게 아님은 압니다. 조바심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좀 더 많이 공부했다면, 내가 좀 더 오래 버티고 있었다면. 내가 너무 편한 길을 바랐나, 노력이 부족했나, 바라는게 많았나, 열정이 부족했나, 나한테 연구는 안 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저라고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닐텐데. 시간은 많이 들였지만 인턴을 했다, 연구경험이 있다는 것 외에 쓸 말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질투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그걸 극복할 정도의 능력이 없는 제 자신에게 자괴감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될까봐 걱정도 됩니다.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여기가 일기장은 아닌지라 너무 감정만 배설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참다참다가 누군가에게라도 하소연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실험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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