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오피니언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 -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 - 129
Phyphar (과기인)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
-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 -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박일영
1. 들어가며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나라가 들썩인다. 몇 몇 지인에게 물어보니, 열 중 여덟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은 이제 찜찜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한다. 이쯤 되면 이 정리되지 않는 논란이 국민들의 공포를 키움으로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반대를 무릅쓰고 실제로 방류될 경우, 국민들의 불안과 그에 따른 우리나라 수산업계와 요식업계에의 심각한 타격을 부르고 있다는 게, 논란 자체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커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필자는 분자구조와 그에 따른 생물학적 효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X-선을 이용하여 분자구조의 분석을 하다 보니 방사선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방사성동위원소취급자 일반면허’를 일찍이 받아둔 덕택에, 대학에 부임한 후로 병원의 핵의학과에서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의 특성과 인체에 대한 영향을 30년 가까이 ‘방사성의약품학’이란 과목으로 공부하며 강의해 왔다. 끼어들어 봐야 아름답지 않은 소리가 난무할 게 뻔한 논란에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제목으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국민의 정서에도 국가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이 소모적 논란이, 방사선에 관한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증폭되어 국민의 공포만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정부를 편들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정치적 편향 때문일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분들은 인터넷 ‘다음’ 검색창에 “불씨를 지키라”를 검색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필자가 2009년 우리대학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인데, 세월이 지나 원 글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필자도 모르는 어느 분이 자신의 글방에 옮겨둔 글이 아직 검색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위 글을 옮겨 두신 분의 글방이 번잡스러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이 글에 대한 논리적 반론을 환영하며 글의 말미에 필자의 E-mail 주소를 적는다. 합리적인 반론에는 가능한 한 답변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연락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다 답변드릴 수는 없음을 미리 사과드리고자 한다.
2. 방사성물질의 양과 인체에의 영향을 나타내는 수치의 단위
방사선이라는 친숙하기 어려운 대상을 다루어야 하는 글이니 방사선량을 나타내는 단위의 의미를 조금은 이야기하고 가야 할 것 같다. 베크렐과 시버트의 의미를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분은 다음 두 문단은 그냥 넘어가시기를 권한다.
현재 내 앞에 있는 방사성물질의 선량이 얼마인가는 베크렐(Bq, Becquerel)로 나타내는데, 1초에 1번 붕괴하는 양을 1 베크렐(Bq)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입 수산물 중 세슘-137의 유통허용 기준은 100 Bq/kg (이하)이다(참고 1). 100 Bq/kg은 1 kg에 100개의 세슘-137 원자가 있다는 뜻이 아니며, 원자수로는 약 1400억(1.4x1011)개, 질량으로는 약 0.000000000032(3.2x10-11)g의 세슘-137이 수산물 1 kg에 포함되어 있어 이들이 초당 100번의 방사선 방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량(베크렐 수)이 같아도 원소가 달라지면 반감기와 원자량에 따라 실재하는 원자의 수나 질량은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선량의 방사성 물질이라 해도 방출되는 방사선의 종류(알파, 베타, 감마 등)와 방사선의 에너지, 그리고 피폭의 경로(체외 피폭, 섭취, 흡입 등 체내 피폭)에 따라 내가 받는 위험도는 달라진다. 방사선에 의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사성물질 자체의 양보다 내가 받는 위험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시버트(Sv, Sivert)라는 실효선량(또는 선량당량, dose equivalent) 단위로 나타낸다. 즉 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인데, 예를 들어 건강검진을 위해 가슴 X-선 사진을 1번 찍을 때, 나는 약 0.1 밀리시버트(mSv) 의 실효선량을 받게 된다. 각종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해서 선량(베크렐)과 피폭경로에 따른 실효선량(시버트)를 환산하는 환산계수(dose coefficient)가 ICRP(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국제 방사선 방어위원회)에 의하여 제시되어 있어서(참고 2), 방사선원과 선량을 알 경우(예를 들어 세슘-137이 100 Bq/kg 포함된 생선을 한 해 동안 23.3 kg 섭취(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 2021 기준(참고 3))할 경우), 내가 받게 되는 실효선량[100 (Bq/kg) x 23.3 (kg/year) x 1.3x10-8 (Sv/Bq) (세슘-137의 섭취 실효선량 환산계수) = 3.03x10-5 (Sv/year) = 약 0.03 mSv/year]을 산출할 수 있다.
3. 자연방사선
그런데 이렇게 산출된 0.03 mSv/year의 실효선량 값이 내 몸에 얼마나 위험한 정도일지는 무엇에 기준하여 가늠할까? 지구에는 지구가 생성될 때 생긴 원소들 중 반감기가 지구의 나이만큼 길어 (딸핵종의 반감기 포함) 아직 상당량 존재하고 있는 방사선동위원소들이 있는가 하면(예, 우라늄-238, 칼륨-40 등),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자에 의해 지구의 상공에서 계속 생성되어 지표에 유입되는 방사성동위원소(예, 탄소-14와 수소-3(삼중수소)) 등이 있다. 이들의 소멸속도는 현존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지표에서의 탄소-14와 삼중수소의 농도는 유입속도와 소멸속도가 같아지면서 존재량이 일정한 정류상태(정상상태, steady state)를 유지하게 된다.
인간을 포함 모든 생명체는 주위환경과 물질을 교환하며 살아가는 열린계(open system)이고, 방사성동위원소와 안정동위원소는 화학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탄소-14, 삼중수소, 칼륨-40 등은 지표에서의 동위원소 간 비율과 생명체 내부에서의 비율이 동일할 수밖에 없다. 즉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 중의 우리 몸에 필요한 원소들, 탄소와 수소와 칼륨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비율만큼의 방사성동위원소가 섞여있고, 그 비율만큼 우리 몸속에서도 동적 평형을 이룬다. 생명체가 사망하면 물질교환이 멈춰 닫힌계(closed system)가 되고 생명체 내부에 존재하던 방사성동위원소는 자신의 고유한 반감기(탄소-14: 5730년, 삼중수소: 12.3년)로 붕괴되어 사라져가기 때문에, 고대의 고분에서 쌀알 등 생명체의 잔재를 발견하는 경우, 잔재 중에 잔존하는 탄소-14의 농도(비율)을 측정하면 해당 생명이 정지된 후 반감기가 몇 번 지났는지를 알 수 있어, 해당 고분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 참고 4).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짧아 자연계에서의 존재 비율이 매우 낮다(총 수소원자 1018개 중 약 1개). 방사성 탄소-14는 총 탄소원자 1조(1012) 개 중 약 1 개의 비율로 섞여 있다(비교. 포도당 30 그램 속의 탄소 원자수: 6x1023 개). 따라서 우리 몸에도 이 비율로 섞여 있으며, 70 kg 성인 1인당 초당 약 2700번(2700 Bq)의 방사성 붕괴를 우리 몸 안에서 계속 일으키고 있다. 베타선원이기 때문에 발생한 베타선은 모두 우리 몸의 조직을 피폭하고 정지하며 몸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방사성 칼륨-40은 자연계 총 칼륨 중 약 0.0117%를 차지하며 이 역시 우리 몸 안에서 초당 약 4400번의 방사성 붕괴(4400 Bq)를 계속한다. 칼륨-40은 베타선과 감마선을 같이 방출하기 때문에 투과력이 좋은 감마선은 체외에서 측정할 수 있다(참고 5, 6). 갓 태어난 아기의 체내에도 같은 비율의 방사성동위원소들이 존재한다. 우리 몸에 필요하지 않은 (방사성) 원소들은 대체로 지각, 공기 등의 환경에 존재하지만 체내에도 극미량 들어있다.
이렇듯 지표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명체 내, 외부의 방사성동위원소들에 의한 피폭을 받으며 살아 왔다. 이러한 자연방사선에 의한 1인당 실효선량의 세계 평균값은 2.4 mSv/year이며,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 우리나라 평균값은 3.04 mSv/year이다. 항공기 승무원은 우주에서 유입되는 방사선에 좀 더 가까워 약 5.0 mSv/year의 실효선량을 받는다(참고 7, 8). 개인에게는 여기에 병원에서의 의료용 피폭이 추가될 수 있다. CT(computed tomograph)는 수십 장의 X-선 사진을 조합하여 단층영상을 만들어 내므로 전신 CT를 촬영하면 약 10~30 mSv/1회의 실효선량을 받는다.
4. 독성물질, 방사선 등 유해요소의 허용기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방사선, 독성물질, 세균 등 유해요소를 완전히 피해서 살 수는 없다. 당연히 사람을 포함,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이러한 외부환경의 공격에 대응하는 기구를 가지고 있다. 방사선에 의해 단백질이 변형되면 세포는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하여 대체한다.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도 이를 복구하는 기구들이 활성화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파리(모기)약은 제충국에서 유래하는 피레트린류(pyrethroids)를 주원료로 하고 있는데, 곤충의 피부에 접촉하면 빠르게 흡수되어 곤충의 신경을 과활성화시켜 곤충을 마비시켜 죽인다. 사람의 피부에서도 일부 흡수되지만 사람의 체내에 존재하는 이스터분해효소(esterase)에 의해 분해되어 사람에게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인체의 분해효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다량이 갑자기 흡수되면 문제가 생긴다.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은 약 0.2 마이크로그램(0.0000002 g)의 주사로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이지만 이를 희석한 보톡스 주사는 미용에 쓰이며 시술받는 이들에게 별다른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같은 물질이라도 투여량과 투여속도에 따라 독성 또는 위해의 발현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요소의 ‘독성의 여부’ 또는 ‘위해’란 인체가 효소나 복구기구 등을 통해 무리 없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에 기초한다, 식품이나 의약품 또는 인체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서 유해요소를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당국은 유해요소 또는 독성물질의 허용기준을 설정하여 규제한다. 허용기준으로는 장단기 동물실험의 결과로부터 인체가 감당해냄으로서 실질적 위해를 받지 않을 섭취량 또는 접촉량을 찾는다.
방사성동위원소도 음식 등 주위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허용기준의 설정이 필요한데, 방사선량의 허용 기준 역시 인체가 감당해낼 수 있는 실효선량을 찾는 일이다. 방사선에 의한 장해는 급성장해와 만성장해로 나눌 수 있으며, 백내장, 불임, 사망 등의 급성장해는 500 mSv의 발단선량 하한치(역치, threshold)가 있어 이 이하의 선량에서는 급성장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발암으로 대표되는 만성장해는 하한치가 존재하지 않아 낮은 선량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암의 발생확률은 실효선량에 대체로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효선량이 100 mSv일 때 발암의 확률이 약 0.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참고 9).
자연방사선, 급성장해 발단선량 하한치, 발암의 확률 등을 고려하여 국제 방사선 방어위원회(ICRP)는 자연방사선과 의료용 피폭 이외의 기타 이유에 의한 일반인의 추가 피폭을 1 mSv/year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산물 중 세슘-137의 유통 허용기준을 100 Bq/kg으로 설정한 것은 한국인이 이 농도의 세슘이 포함된 생선을 일 년 내내 섭취한다 해도 실효선량은 0.03 mSv/year로서 ICRP의 제한 권고치(1 mSv/year)의 1/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 근거한다. (그런데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국민들의 걱정을 고려하여 일본산 어류의 경우 세슘-137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아예 통관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사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추가 피폭 제한 권고치는 다소 높아 20 mSv/year 이내이다. 이 분들은 개인선량계를 부착하도록 법령화 되어 있고 피폭량과 건강검진을 국가가 관리한다.
5. 핵분열 산물과 후쿠시마 오염수, 그리고 삼중수소
우라늄-235가 핵분열되면 원자량 137 근처와 원자량 95 근처의 여러 원소들로 쪼개진다. 이 중 물에 녹지 않는 중금속이나 반감기가 짧아 쉽게 안정동위원소로 바뀌는 원소들은 인체에 접촉하거나 흡수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반하여, 세슘-137, 스트론튬-90 등은 반감기가 약 30년으로 길고 이들의 수산화물이 물에 잘 녹아 이를 섭취하는 경우 인체에 흡수되어 문제가 될 수 있는 핵종이다. 요오드-131도 인체에 문제가 되는 원소이지만 반감기가 1주일로 대단히 짧아 후쿠시마 사고 유출 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소멸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핵분열이 아니지만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포획하여 반감기가 매우 긴 방사성동위원소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정부는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이용하여 62종의 핵종들을 제거하고, 제거하지 못한 삼중수소가 섞인 물을 희석하여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도쿄전력의 설명에 의하면 ALPS는 가정의 정수기와 같은 원리로 보이며, 대단히 큰 규모로 여러 종류의 필터와 흡착제를 적용한 정수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ALPS로 핵분열 산물을 100%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화학분석과 정수에 필요한 효율적인 흡착제와 필터들이 이미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제안대로 반복적으로 성실하게 처리하면 삼중수소 이외의 핵종들은 허용 기준값 이하로 낮추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의 에너지는 평균 5.7 keV로 탄소-14(49 keV), 칼륨-40(1310 keV)에 비해 매우 낮아 공기 중에서도 수 mm밖에 진행하지 못하고 사람의 표피 각질층(최외각의 죽은 세포층)을 뚫지 못한다(참고 10). 따라서 내 몸 밖의 삼중수소는 내게 전혀 위해가 되지 않아 외부피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섭취하는 경우 내부피폭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작아 ‘물 분자 상태의 섭취 환산계수(1.8x10-11 Sv/Bq, ICRP)’가 낮다보니 그 실효선량이 크지 않다.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음용수 중 삼중수소의 함유 허용기준은 10000 Bq/L이다(참고 11). 이 값의 근거는 10000 Bq/L 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하루에 2 L씩 1년간 계속 마신다 해도, 내 몸에의 실효선량은 [10000 (Bq/L) x 2 (L/day) x 365 (day/year) x 1.8x10-11 (Sv/Bq) (섭취 환산계수, ICRP) = 1.314x10-4 (Sv/year) = 0.1314 mSv/year] 로서, ICRP의 추가 피폭 제한 권고치인 1 mSv/year의 1/7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로 인한 발암의 확률은 년간 약 0.0007% 증가한다(비교. 일반인의 기대수명 80세까지의 발암확률: 약 30%).
2023년 4월 20일자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는 730,000 Bq/L의 농도로서 총 780 TBq(=780x1012 Bq)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발표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ALPS로 처리하여 삼중수소를 음용수 기준 이하인 약 1500 Bq/L의 농도로 희석하여 연간 약 30 TBq 씩 바다에 분리 방류하겠다고 한다. 삼중수소가 방류되어 북태평양에 유입되면 일본 동해안의 해류는 북쪽으로 상승하여 알래스카와 미국 서해안을 거치고 적도를 돌아 수년 후 우리나라 근해로 유입된다. 태평양의 물의 총량은 6.7x108 km3 = 6.7x1020 L(참고 12)인데 북태평양의 물이 약 반인 3x1020 L라 보면, 780 TBq의 삼중수소가 모두 투입되어 북태평양의 물에 희석되어 우리나라 근해로 들어올 때의 삼중수소에 의한 추가 방사능은 [780x1012 (Bq) / 3x1020 (L) = 0.0000026 Bq/L] 로서 현재 바닷물의 방사선량 값인 약 12 Bq/L에 비해 극히 미미한 증가가 있을 뿐이다. 희석이 불완전하여 1000배 쯤 높은 농도의 해류가 온다 해도 0.0026 Bq/L일 뿐이다. 이 정도의 선량으로는 물고기나 사람에 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삼중수소는 해류를 따라 도는 동안에도 12.3년의 반감기로 계속 줄어들어간다.
6. 처리한 오염수를 방류농도로 희석하면 정말 사람이 마셔도 될까?
오염수를 직접 마셔도 된다거나, 730,000 Bq/L의 처리수를 바로 마시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를 방류농도인 1500 Bq/L로 희석한 물 1L 를 마실 때, 그 속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로 인해 내가 받는 위험도를 계산해보면, 실효선량은 [1500 (Bq/L) x 1 (L) x 1.8x10-11 (Sv/Bq) = 2.7x10-8 (Sv) = 0.000027 mSv] 가 된다. 이는 바나나를 1개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내가 받게 되는 실효선량(약 0.0001 mSv(참고 13))의 약 1/4이다.
삼중수소 외의 다른 유해요소들은 어떨까? 원래 고농도 방사선이 존재하던 물이었으니 세균은 처음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고, ALPS로 흡착과 필터를 거쳐 기타 핵종들을 제거했다면 미세 고형물이나 부유물도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아무리 좋은 흡착제를 쓴다 해도 과학적으로 100% 완벽한 제거란 불가능한 법이니 극미량이겠지만 잔류하고 있을 핵종들의 종류와 농도가 궁금해지지만, 이들을 허용 기준값 이하로 낮추었다면 기타 핵종들에 의한 추가 실효선량도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정제 과정 중 이온교환을 거쳤다면 소금 등이 추가로 더 용해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이 한 자리에서 1 L를 다 마시기 어렵고, 또한 바닷물은 마실 수 없으니, 일본 정부의 발표대로 ALPS로 기타 핵종들을 ‘제거’한 처리수를, 삼중수소로서 1500 Bq/L가 되도록 약 487배의 상수에 희석한 물이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판단되며,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나는 한 두 컵 주저 없이 마시겠다. 또는 780 TBq의 삼중수소가 북태평양의 바닷물에 희석되어 우리나라의 근해로 돌아올 때의 농도의 물이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 사람은 이미 그보다 높은 방사선량이 포함된 음식물을 매일 먹고 마시며 산다(참고 14).
7. ...
주변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해서 담배꽁초 하나를 더 버리는 게 권장할 일은 아니듯이, 현재 바닷물의 방사선량이 12 Bq/L라고 해서 0.0000026 Bq/L의 삼중수소를 바다에 추가하는 것이 박수칠 일은 아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저지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도 없이 반대를 위한 과장된 공포를 유발하여 국민들의 식탁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세라 할 수 없다.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해 IAEA는 최종적으로 긍정적 보고서를 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에 ‘방사성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안전’이란 주제로 개최된 제39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참고 15)에서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가 처리되어 방류된다 해도 우리 수산물과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방사성 물질과 관련한 과학자들이 연달아 발표를 했고, 그 후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별 문제없음을 말했지만 논란은 지금껏 이어져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많이 받았다. 꼭 이렇게 마시겠다고 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소리도 많이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논리적인 설명 정도로는 이미 국민들의 우리 수산물에 대한 불안을 씻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수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는 수치에 의거해서 일을 해 간다.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이 동반되며 100% 안전한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약품을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서는 안전역(무리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유효한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의 수치 범위)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 안전역의 수치를 믿지 못한다면 의약품을 이용한 치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파킨슨 병(Parkinsonism)을 진단하고자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인 불소-18을 DOPA라는 물질에 치환해 넣은 Fluorodopa (F-18 Fluoro-L-DOPA)란 방사성의약품을 약 370~740 MBq(M=Mega: 106) 정도의 용량으로 환자에게 정맥주사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1회 당 [370~740 (MBq) x 2.5x10-2 (mSv/MBq) (방사성의약품 환산계수, 참고 15) = 9.25~18.5 mSv] 의 실효선량을 받는다. 9~18 mSv의 실효선량이 환자에게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면 어느 의사가 파킨슨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PET 진단을 처방할 수 있을까? (비교. 삼중수소 1500 Bq의 물 1 L의 실효선량: 0.000027 mSv)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식탁과 수산업계, 요식업계를 위하여 수습을 해야 할 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이외에 다른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또는 있어도 허용 기준치 미만으로 존재한다는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후쿠시마 근해는 일본의 영해이지만 해류가 흘러가는 태평양은 일본 만의 바다가 아니므로,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의 직접 채취를 허용하여 이를 시험함으로서 이중 확인(double check)이 가능하도록 해야 필요 없는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시험 성적자료의 공개와 시료의 직접 채취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관철하여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 한편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의 의견을 믿지 못하는 시대이다 보니.. 필자가 해도 좋고, 필자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방류농도의 희석수에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이 나서서, 방류농도의 희석수를 직접 마심으로서 우리 국민들의 식탁을 안심시키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 일이 ‘쇼(show)’로 오해받을지라도...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쓸데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편)
2023. 6. 3.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
박일영
E-mail: parkiy@cbnu.ac.kr
<참고자료>
1.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 방사능 안전정보 ( https://radsafe.mfds.go.kr/CFQCC01F01 )
2. ICRP, Compendium of Dose Coefficients based on ICRP Publication 60. ICRP Publication 119. Ann. ICRP 41(Suppl.): 2012.
3.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 2021
( https://library.krei.re.kr/pyxis-api/1/digital-files/31cb7e6e-d223-4798-821a-8baf98ea55e4 )
4. J. Olmsted & G.M. Williams, Chemistry The Molecular Science, Mosby-Year Books Inc. pp. 196 (1994)
5. D.D. Rao, Radioactivity in Human Body and Its Detection. Radiat. Prot. Environ. 35(2), 57 (2012)
6. Harvard University. Radioactive Human Body. Harvard Natural Sciences Lecture Demonstration.
( https://sciencedemonstrations.fas.harvard.edu/presentations/radioactive-human-b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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