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학술
연구부정행위를 조장하는 분위기(3)
ㅁㅁㅁㅁ (비회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속담처럼 연구부정행위에 있어서도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놓고 그림을 조작하는 연구자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한 결과, 재현되지 않는 결과를 마주쳤을 때 갈등을 겪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명합니다. 재현되지 않는 결과를 마주쳤을 때에는 변인을 찾아서 조건을 수정하여 재현 가능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쳤을 때에는 또 다른 가설을 설정하여 연구를 해야 하겠죠. 여기 까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곤경에 빠졌을 때 연구자들의 반응이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뜻 밖의 결과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이것 흥미로운데"라고 생각하면서 또 하나의 연구를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실수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합니다. 그러면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같은 실험만 무한 반복합니다. 어떤 사람은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결과를 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건 연구자들의 자유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연구자 본인의 생각, 타인과의 대화, 발표 등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합니다. 연구부정행위에서 바늘 도둑이 되는 단계는 바로 이 비판적 사고를 상실하는 단계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상실하면 확증 편향적 사고를 하게 되고 본인이 원하는 데이타를 취사 선택하면서 원하지 않는 데이타는 빼버리거나 살짝 바꿔 버립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이미 나온 데이타를 변형시키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고, 나중에는 하지도 않은 실험의 결과를 짜집기 해서 만들어 내는 소도둑이 됩니다.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isori&id=147776&sflag=3&Page=1
비판적 사고를 상실하는 원인으로 개인 차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은 환경적인 차이가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환경의 차이 중에서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 심리가 가장 중요하며 집단주의 문화를 가질수록, 집단주의적인 사람일수록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donforsythgroups.wordpress.com/2012/03/11/individualismcollectivism-redux/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거듭하여 위와 같은 7개의 개인주의 문화 특징과 8개의 집단주의 문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최종적인 결론이 났습니다. 위 15개의 지표는 문화 심리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서 거의 대부분의 설문 자료가 위의 지표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MBTI 테스트 같은 경우에도 위의 지표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위 표의 맨 오른쪽을 보면 예시 자료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서구권에서 시작된 것이라 예시 같은 것이 모두 서구권 문화에 대한 것만 나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각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역시 한국인에 적합한 개인주의-집단주의 사례를 연구해야 할텐데 아직 한국인 중에는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없기 때문에 백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이에 대한 예시를 들면서 설명을 할까 합니다.
여기서 잠깐 문화 심리학의 특징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문화 심리학은 통념의 학문이자 설문 조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심리학은 어떤 학문보다 평등한 학문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학자가 일본어를 연구할 때에는 언어학적 접근을 하지만 문화 심리학자들은 일본어를 1년간 배운 타국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합니다. "일본어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식으로 객관식 혹은 주관식 설문 조사를 합니다. 따라서, 일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언어학자가 아니더라도 연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는 언어를 잘 알 수는 있지만 일본어를 배운 외국인의 마음 속까지는 모릅니다. 거의 모든 자료는 설문 조사 결과의 통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설을 설정하거나 결과를 해석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통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레퍼런스가 없는 경우 조차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설명에는 레퍼런스가 없습니다. 연구된 적이 없으니까요. 아래의 설명은 하나의 주관식 설문 조사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단주의 문화 지표 중에 관계에 해당하는 한국인의 사례, 키워드에는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주관식 설문에 대한 답이라는 말입니다.
집단주의 지표에 대한 한국인의 사례입니다.
1. 관계(Relationship) :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을 파악하려 한다. 개인의 특징 보다는 그 사람의 친구, 혹은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서 개인을 파악하려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개인의 이력, 과거사, 호구조사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
2. 소속감(Belong) : 혼자 있을 때 보다 집단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좋다. 티타임, 잡담, 회식 같은 것이 마냥 즐겁다. 혼자 밥 못먹는다, 혼자 영화 못 본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3. 의무감(Duty) :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한다. 부조금, 축의금 꼬박꼬박 한다. 상부상조 정신. 업무에 있어서 사회계약적 관계보다 인간된 도리로서 일을 한다. 자식된 도리, 부모된 도리, 친구된 도리, 아랫사람으로서의 도리, 윗사람으로서의 도리, 마땅히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하기 싫은 일도 의무감으로 한다. 유교적 가치관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
4. 어울림(Harmony) : 공동체의 화합을 중요시 하는 문화. 분위기 타령하는 문화-화기애애한 분위기에요, 분위기 싸해 졌어요, 갑분싸와 같은 표현. 대화 상에서 아이 컨택, 호응, 맞장구 같은 것을 바라거나 상대방의 반응에 민감한 경우. 대화 상에서 고개를 자주 끄덕이거나, 과도한 제스쳐를 사용하거나, 목소리의 고저가 자주 바뀌는 사람. 단체 모임, 회의 같은 자리에서 누군가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행동을 싫어하고 암묵적 동의를 강요하는 분위기.
5. 참견(Advice) : 오지랖. 뭐 좀 안다고,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타인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괜한 잔소리 한마디 하는 태도. 말이 좋아서 조언, 덕담이지 실제로는 오지랖, 참견, 잔소리. 타인의 외모,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고 괜한 빈말로 칭찬하거나 지적하는 행동.
6. 맥락(Context) : 융통성, 유도리, 눈치. 눈치를 주고, 눈치를 보는 행동. 이신전심. "아" 하면 "어"하고 알아듣는다. 대화의 내용 보다는 대화의 맥락, 전후 사정, 상대방의 기분, 논조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상황 파악을 하려는 태도. 경우에 따라 억양, 톤, 말꼬리, 눈빛, 제스쳐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도 개입된다. 모호한 표현으로 암묵적 강요를 함. 가면을 쓴 듯,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 일본인들의 혼내와 다테마에, 한국인의 외유내강 같은 표현도 여기에 해당. 개인주의 문화의 직설화법과는 정반대.
7. 체계(hierarchy) : 조직의 체계와 체계상의 위치를 중요시 하는 문화. 급에 따른 대우, 의전. 함께 일하는 사람의 기술, 능력, 성과를 중요시 하지 않고 소속, 직급, 연차를 중요시 하는 태도. 공무원 사회의 경우 부처간 회의를 할 때, 회의 주관 부처에서 서기관급이 나오면 거기에 맞추어 다른 부서에서도 서기관급으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고 해당 안건에 대한 가장 전문가인 사람을 내보낸다.
8. 집단화(Group) : 집단 행동. 다 같이 통일된 행동을 한다. 혼자 튀는 행동을 싫어함. 우리가 남이가. 회식 전원 필참.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대화 상에서 일인칭으로 "우리"를 사용.
위의 집단주의 문화 특징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어울림(Harmony)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생활 가이드북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대화를 할 때 가급적 No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말의 의미는 한국인은 동조해 주는 것을 좋아하며 반대 의견을 표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마치 어린 아이 대하듯이 웃으면 같이 웃고, 맞장구 치고, 동조하고, 분위기와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혹은 비판적인 말을 했을 때 삐져 버리는 사람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집단주의 국가들보다 그 정도 심합니다. 바로 이 동조의 문화 때문에 비판적인 말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비판적 사고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맥락(Context)인데 사람의 말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상황에, 이 분위기에, 이런 맥락에, 저런 말을, 저런 제스쳐를 쓰면서, 저런 톤으로 말한다는 것은 이러이러한 의미이다"라는 식으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서 받아들인다는 말이죠. 이것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 차이로서 서양인은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을 하는 반면에 동양인은 통합적 사고(holistic thinking)을 합니다. 다음은 통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사례.
https://andamaninspirations.com/2017/08/19/whats-your-thinking-style/
고맥락의 대화는 토론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판적 사고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화하는데 사람을 피곤하게 합니다. 눈치를 주고 눈치를 보는 문화는 연구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교수가 학생에게 이런 실험을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는 의미로 볼펜으로 결과값을 그려주었을 때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참고 자료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집단주의적인 사람은 강한 암시를 받는 편입니다. 개인주의자는 나와 남이 분리되어 있어서 교수의 말은 참고 자료일 뿐, 내 실험은 내 실험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집단주의자는 꼭 이런 그림을 만들어야 된다라는 암시를 받는다는 말이죠.
집단화(Group) 역시 연구부정행위를 유발합니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 사람에 대한 평가, 추천서-이런 것들은 개인화, 객관화 되어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나와 남은 분리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경우 연구실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지도 교수가 "우리 00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마치 아빠가 딸을 대하듯 대한다고 할 수 있는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애착의 단계로 발전한 것 같았습니다. 당사자는 그 표현에 우쭐 거리더군요. 이렇게 강력한 집단화가 형성된 사제 사이의 경우 두 사람 사이에서만 토론을 하고 타 연구자를 토론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경우 마저 발생합니다. 일종의 밀실 효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밀실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으며 두 사람 사이의 짝짝꿍 대화에는 비판 의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과거 황우석 교수의 연구부정행위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바로 이 밀실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 제 3자가 개입해서 비판적인 질문을 할 경우 두 사람은 그 비판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능력 없는 놈이 같잖은 지적이나 한다"라고 질문자를 멸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온비에스 공간생물학 미니 심포지엄] Access the full richness of biological complexity with spatial multiomics
[싸이티바 X 벡크만쿨터 웨비나] 세포 생존률 및 수율을 높이는 최적의 전략: 세포 분리부터 조직 분해, 자동화까지
[대졸(예정)자 취업교육] 바이오QC전문가 16기 교육생 모집(~12/11, HPLC, 질량분석, 분자진단, 면역진단, 세포배양, 분석법 Validation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