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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18화. 연구개발기업의 매출이란 무엇인가
BRIC ()
창업을 하기 위해, 동료와 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한 회사라 할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매출이 발생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초기부터 매출을 어떻게 확보할지, 향후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 것인지 지금도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가 창업한 회사는 저분자 합성 신약 연구를 하는 기업이다. 질환으로는 난치성 질환을 타깃하고 있고, 현재는 그중 아토피 피부염을 발생시키는 세포 내 신호기전을 저해하는 약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우리의 무형 지식 및 기술은 이 연구를 통해 얻어질 모든 것들이다. 향후 우리가 판매할 제품 역시 이 모든 무형 지식과 연구결과이며, 이후 실제 신약이 탄생한다면 그 제품 역시 우리의 판매 제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무형의 지식과 기술, 연구는 높은 고부가가치를 갖게 된다. 기술은 기술 그 자체로 상품화가 가능하고 판매할 수 있다. 바로 기술이전 (license out) 이란 형태로 말이다. 이 기술이전은 계약금과 후속 연구의 성공 단계마다 마일스톤으로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업 입장에선 자금 숨통을 트이게 할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한 이유로 잡은 첫 번째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기술이전을 고려했다. 작은 회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이전을 통한 단계별 레벨업이 나는 회사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돈도 돈이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판단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전이 될 때까지 신약개발 연구라는 특성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에 있었다. 그전까지 대표자의 가수금으로 버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동료와 내가 생각한 두 번째 전략은,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현실 구현이 약보다 빠른 화장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신약 연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물질을 다루고 합성하곤 한다. 약을 개발하는 목표 자체가 약효가 있는 신규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고, 특히 우리가 도전하는 분야는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되어 있는 타깃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확보한 물질들은 염증이나, 가려움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런 연구를 하다 보면, 경험적으로 가끔 약물 개발 가능성은 낮지만,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 활용이 가능한 화합물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이 포인트에 주목했다. 빠르게 사업화가 가능하고, 꾸준한 매출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가 타깃 하는 시장을 확인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와 같은 기술 기반 회사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응용한 사업화 아이템을 보유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역시 이러한 우리의 전략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매출 때문에 우리를 연구개발 기업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 지원 후 기업 실사가 이어졌는데, 실사를 나온 이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연구개발 기업은 연구개발 매출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처럼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화를 하고 이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이를 연구개발 매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냥 도소매업이라 했다. 억울해서 우리의 상황에 대하여 어필하였으나, 매출이 그러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상황이었다.
이런 논리로 이야기를 한다면, 세상 모든 연구개발업은 기술이전이나 혹은 연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연구개발 매출이 존재할 수 없다. 자사의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하면 연구개발업이 아닌 제조업이라 분류할 것이고, 우리처럼 외부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여 직접 판매한다면, 도 소매업에 불과하다 이야기하게 된다. 매출은 필요하다 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개발 매출이 아니면, 그 외 매출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어쩌란 거지? 란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대화하는 중에 가장 황당했던 포인트는, '연구개발업은 다 기술이전 금방 하지 않나요?'라는 담당 공무원의 멘트였다. 기술이전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멘트를 들으며, 누군가 말하던, 정부에서는 과학자들의 지식과 노력을 도깨비방망이 정도로 인식한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안정된 매출을 위해 판매 가능한 제품을 개발해서 팔았더니, 그 매출 덕에 연구개발회사가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이 황당한 상황이라니... 분하지만, 결국 이 상황은 이제 우리 팀에서 넘어야 할 하나의 미션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또 던져진 이 새로운 미션을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 물론, 그전에 연구개발로 만들어진 제품 판매에 대한 매출에 대한 과제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이해해주면 좋았지 않겠느냐는 궁시렁과 함께 말이다. 매일매일 기업은 변화하는데, 그에 비하여, R&D를 주관하겠다는 정부 기관이 맞춰 따라오지 못한다면, 연구개발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작성자: 윤정인 (엄마 과학자, 유기화학자, 칼럼니스트, 창업가)
* 본 글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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