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별별소리
IBS...
ks11 ()
저는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재직 중인 김건수입니다. 이일하 교수께서 IBS에 대하여 작금에 많은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에 대하여 매우 잘 대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IBS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이일하 교수께서 매우 적절히 그리고 상당히 정확히 진단하여 설명하셨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저는 부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몇 가지 측면에 대하여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우선 IBS가 기초과학에 투자되는 국가예산에는 영향이 없다는(혹은 작다는) 의견에 대하여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현재 국가 기초과학연구 예산액이 연구자들의 수요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것은 금년의 경우 기초과학연구비 지원 경쟁률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금년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사업은 경쟁률이 20~30:1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에 지원하는 연구자들의 학문적 수준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는 분들입니다. 실제 선정평가 참여해보면 지원한 전체과제들의 반 이상은 어느 과제가 선정되어도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과제들입니다. 그러니 심사자 입장에서나 연구자들 입장에서나 답답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연구비 수주가 로또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만약 현행 연구비 예산이 충분하다면 매년 증액이 안 되어도 전혀 문제없지요. 문제는 많은 우수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현행 연구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예산 증액율은 어림도 없습니다.
둘째, 기초과학 연구자의 수적 증가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우리나라 이공계 박사학위수여자의 수는 4,252 명에서 6,071 명으로 증가함으로써 연평균 약 4.3%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정재, 한동성. 2010. 우리나라 신진 이공계박사의 노통특성 분석 및 시사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바이오분야 산업계 연구인력의 경우, 학석박사 학위자 포함하여 17,316명에서 22,420명으로 증가함으로써 대략 연평균 9.8%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지식경제부 보도자료, 2012년 4월 3일). 이러한 자료들이 보여주듯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파악이 안 되지만 대학 교수의 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한 학과의 교수수는 2006년 이후 60%의 순증률을 보였습니다).
셋째, 그 외 여러 가지 환경요인들은 실질적인 개인연구비의 감소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매년 연평균 3.2%의 소비자물가상승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라지표, www. index.go.kr). 연구비의 반 이상이 직접비로 소요되므로 소비자 물가상승은 곧 실질 연구비의 감소의 효과로 이어지지요. 또한 연구자 입장에서는 각 기관의 큰 폭의 간접비 상승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불과 몇 년 전까지도 10% 이내이던 간접비 비율이 현재 대부분의 유수대학의 경우 30% 내외까지 상승하였습니다). 반면 국내 대표적인 기초과학연구비 지원 재단인 한국연구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연구사업의 단가는 거의 상승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선도연구지원센터 (예, S/ERC), 기초과학연구소와 같은 집단연구의 연구비는 지난 10여 이상 거의 동결상태이며, 2009년부터 시작된 개인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일반, 중견,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같은 생애전주기형 개인 연구사업 모두 현재까지 연구비 단가의 상승은 거의 없습니다.
넷째,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예산의 상승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해석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속과제에 대한 고려입니다. 예로써 연구기간이 3년이고 단가가 100원인 어떤 연구과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매년 10 개 과제를 선정한다면 첫 해에는 1000원의 예산이 소요되겠지요. 만약 2년차에도 똑같은 선정률을 유지하려면 똑같이 10개 과제를 선정해야할 것입니다 (지원 과제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1년차에 선정된 10개 과제를 제외해도 선정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1년차에 선정한 계속과제에 대한 예산을 포함하여 총 20000원의 예산이 소요되겠지요. 마찬가지로 논리로 3년차에도 같은 선정률을 유지하려면 총 예산 3000원이 소요될 것입니다. 물론 4년차부터는 1년차에 선정된 과제가 종료되므로 단순계산으로 지속적으로 3000원만 유지하면 매년 같은 선정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다시 말해 적어도 그 연구사업의 연구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에는 꾸준히 100%의 실질 증가율을 보여야 선정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예산 증가율이 10%이하일 경우 선정률이 엄청나게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다섯째, 이일하 교수도 토로하였듯이, 기초과학분야의 경우 실질적으로 한국연구재단 이외에는 마땅히 연구비를 수주할 기관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연구재단에서 나오는 예산이 국내 기초과학을 먹여 살리는 거의 유일한 재원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연구비 수주를 하지 못할 경우 연구를 수행할 길이 막막해집니다. 상기하였듯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예산 증가가 거북이 걸음이다보니 연구비 수주의 기회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나마 기존에 자리를 잡은 실험실은 어떻게든 버티지만 선순환의 고리에 편입되지 못하는 신진 연구자들이나 혹은 연구진척이 느린 연구자들 (연구가 항상 술술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요)은 바로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여섯째,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2009년 당시 기존의 기초과학의 R/D예산을 당시 2조 5천억에서 거의 5조까지 증액할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2009년 당시와 같이 IBS가 없는 환경이었다면 증액되는 연구비가 모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고르게 뿌려짐으로써 일선 연구자들의 연구비의 부족문제가 상당히 해갈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일하 교수의 표현대로 ‘블랙홀’ 같은) IBS가 출현하였고 여기에 거액의 예산이 편성되면서 그 예산이 ‘기초과학' 투자 예산에 포함된 셈입니다 (따라서 만약 IBS가 안 생겼다면 그 돈이 기초과학이 아닌 다른 부문으로 갔을 것이라는 가정은 타당치 않습니다. IBS가 증액된 기초과학의 예산을 잡아먹은 셈이지요). 정부의 약속(?)대로 기초과학 예산이 2배 가까이 증액되었지만, 결국 일반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증액 효과를 느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일반 연구자들이 수혜받을 수 있는 기초과학에 투자되는 예산의 증가는 의미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상기한 이유들로 인하여 실질적으로는 감소하였으며) 거기에는 IBS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IBS가 이 모든 문제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순수한 의미에서 IBS의 취지와 목표는 정당하며 긍정적인 측면도 상당히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기초과학 연구예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고 그 효과를 극대화함에 있어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IBS는 효율성이 매우 낮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과학분야만 예로 들어보면 생명과학분야에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모든 연구자들은 그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확산되어 포진하여 각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들이 모이고 결집되고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역동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일으키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이 과학의 발전과정입니다. IBS의 경우에는 매우 협소한 특정분야에 집중 투자하여 빠른 시간 내에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데, 마치 풀뿌리가 고사되는 환경에 거목 몇 그루만 심어놓은 생태환경이 연상됩니다. 또한 왜 굳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고 시설을 갖추고 행정인력을 고용하고 관리비용을 써가며 커다란 조직을 운영해야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 예산을 기존 국책연구소와 대학에 투자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IBS는 특히 해외 체류 연구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마땅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장기체류하는 연구자들의 유치를 통하여 국내 과학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충분히 타당하고 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IBS를 통해서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 예산을 일반 대학이나 기존 국책연구소에 지원하거나 혹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과 같은 일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연구과제에 투입함으로써 풀뿌리를 육성하면 해외 체류 중인 연구자 뿐 아니라 국내에서 연구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많은 신진연구인력에게도 충분히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국책연구소나 일반 대학을 대상으로 국내 신진연구인력 및 해외 체류 우수인력에게 봉급의 일부와 연구비와 정착금을 지원하는 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의 개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 해외 체류 연구자나 신진연구자들도 IBS에 선정된 몇 가지 특정 주제에 맞추어 연구하는 것 보다는 각자 자신의 주제를 연구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 엄청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알찬 사업은 정말 많지 않을까요!!
몇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현재 IBS 과제를 수행 중인 분들은 단언컨대 국내 최고 수준의 훌륭하신 연구자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IBS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 분들의 연구력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전에 한국연구재단에서 학문단 단장을 역임하며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원장님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일한 바가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오 원장님의 학문에 대한 순수하신 열정과 애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누구보다도 합리적인 분이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송구스럽고 편치만은 않습니다.
정부 관련 부처는 IBS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그렇게 믿습니다). 일반 연구자들이 겪는 고초에 대해서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학문의 발전이 대기업 성공신화 논리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시행 중인 IBS를 도중에 축소내지는 중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관련 되는 분께서 이 글을 읽으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우리나라 과학의 백년대계를 생각하시어 깊은 고민을 해주십사 간곡히 부탁 말씀드립니다.
The Inaugural Symposium of the KAIST Stem Cell Center - Genomes, Molecular Networks, and Stem Ce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