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오피니언
9X년생 XXX학과 대학원생 김XX 4
대학원생 (비회원)
오늘도 눈이 떠졌다. 지방 '유명 공과’ 대학교 대학원생 7년차가 되는 날이다.
내년부터는 8년차가 넘어서 기숙사 비용을 두배 내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논문 서브미션조차 하지 못해서, 리비전까지 하면 아마 기숙사 비용을 두배 내던지 나가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항의하면 내가 논문을 못 내서 졸업을 늦게 하는 것이므로 내가 못난 탓이라고만 한다.
월급은 기숙사비와 추가학기 등록금을 내면 100만원 정도 남는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해도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을 받는 것이다. 빠듯하게 사용하면서 저축은 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학식 가격도 30% 오르고, 심지어 기숙사 빨래 가격도 60% 인상되었다. 이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살아는 지겠지. 평생 2인실 기숙사에서 살면서 결혼을 포기한다면.
교수들은 학생 임금으로 담합을 하고는 ‘형평성’을 이유로 누구 하나만 임금을 올려줄 수는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값 싸고 좋은 인력들이 있으니, 그리고 학생들은 박사를 받기 위해 버텨야만 하니, 교수들은 학생을 졸업 시킬 생각이 없다. 우리 학과의 대학원생들은 재적 연한인 10년을 채우기 일쑤다. 리비전이 늦어지면 재적당하지 않기 위해 휴학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생을 괴롭히는 제도는 많지만 아무도 교수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제도를 만들기 때문에.
논문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데 교수는 여러 핑계를 대면서 논문을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연말 연초라 과제보고서와 과제계획서는 높은 연차인 나에게 집중된다. '멋있게', '보기 좋게', '분량 많이' 라는 교수의 지시를 바탕으로 열심히 작성해서 보내면 ‘폰트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분량을 늘려라’ 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 과학적인 의견은 전무하다. 논문은 봐주지 않으면서 과제보고서에는 피드백이 참 빠르다. 젊은 교수들은 나의 교수가 나에게 과제 작성을 의뢰하는 것을 보더니 본인의 1년차, 2년차 학생들에게 과제 작성을 미룬다. 그들에게 과제작성을 가르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이렇게 과제를 작성하면, 실험은 왜 미루고 있냐고 한다. 과제를 작성하면서 틈틈이 실험도 잘 하라는. 비싼 돈 주고 포닥을 뽑을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엔, 교수는 자기보다 뭔가 뛰어난 사람을 싫어하는 듯 하다, 실험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과제보고서에는 그럴듯한 말과 함께 달성률은 항상 100%로 기입된다. 이런 연구실이 몇십억짜리 과제를 수행하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연초라 인턴 학생들이 왔는데, 사실 우울한 얘기 밖에 해줄 것이 없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환경을 말 해주고 오지 말라고 하는 것 밖에. 미래를 꿈꾸며 빛나야 할 친구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만 해줘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어쩌겠어, 나와 같은 피해자를 또 만들지는 말아야지.
다른 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학과에서 대학원생이 죽었다고 한다. 과로사인지 자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다른 대학에서도 대학원생은 빈번히 죽고 기사 한두개로 지나갔기에,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나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어서, 내가 죽더라도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이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이번 생은 글렀으니 이제 마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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