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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 생명과학자의 세상 읽고 쓰기] 다양할수록 좋은 것은 먹거리만이 아니다 – 클론으로 이뤄진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오피니언 주영이 아빠 (2019-04-08 11:41)

다양할수록 좋은 것은 먹거리만이 아니다 – 클론으로 이뤄진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 유전자치료 연구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 교훈 

최근 우리 나라의 인구 감소가 우려된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된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 해에 100만명 가까이 태어나던 아기들의 숫자가 지금은 30만명대로 내려갔다.(1) 쉽게 말해서,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에 30초마다 새 생명이 태어났다면 지금은 100초마다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뜻이다. (혹자는 인구가 곧 국력이라 하던데 안타깝다)

그런데, 우리 몸의 혈액 및 면역세포는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빠른 속도로 생성되고 있다 (물론,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적혈구는 대략 1초에 2백만개, 백혈구는 1초에 10만개가 만들어진다.(2) 이 중에서 특히 모든 혈액세포의 모체가 되는 소위 혈액줄기세포 혹은 조혈모세포 (hematopoietic stem cell, HSCs)는 골수에서 1:10,000 비율로 존재한다.(3)

그렇다면, 과연 이런 혈액 및 면역세포들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들 모두가 다 똑같은 세포인 걸까? 물론, 기능적으로 볼 때 같은 줄기세포로부터 단핵구, 대식세포, 호중구, 호염기성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T세포, B세포, NK세포 등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건 분명하지만, 이들이 모두 다 똑같은 한 세포로부터 유래했느냐 하는 말이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클론 트루퍼처럼, 한 가지의 줄기세포로부터 이 모든 종류의 혈액 및 면역세포들이 다 분화해 나오냐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과연 혈액줄기세포의 클론 숫자가 얼마냐는 질문이다.

문제는, 건강한 줄기세포가 얼마나 다양한 숫자로 존재하는지 연구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골수세포를 채취하는 일도 문제지만, 모든 골수줄기세포를 다 얻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따라서 그 줄기세포의 클론 숫자 여부도 조사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여기에 대한 실마리/단서를 주는 예들을 찾을 수 있다. 간접적으로, 백혈병 환자에서 암으로 변화된 줄기세포 (leukemic stem cell, LSCs) 를 변이된 유전자 종류별로 분류하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정상 줄기세포는 배제하고 암줄기세포만 추정이 가능하다. 이보다 좀더 정상에 가까운 추정 근거를 제시하는 예가 레트로바이러스 혹은 렌티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 연구다.(4)

우선, 이 유전자치료 방법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유전적 면역결핍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를 먼저 분리한다. 이 혈액줄기세포 역시 분화가 되면 결국 면역결핍을 초래하기 때문에 레트로 바이러스 혹은 렌티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결핍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결손을 치료하는 유전자를 삽입한다. 그리고, 이 치료 유전자가 삽입된 환자의 자가 혈액줄기세포를 다시 환자의 몸속에 주입하면, 이 혈액줄기세포는 환자의 골수로 돌아가 다시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가진 혈액세포들을 생산해 내게 된다. 

이 때, 삽입된 치료유전자는 원래 결손된 유전자와는 다른 위치에 삽입되기 때문에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추출해서 그 염기서열을 조사하면 해당 유전자가 어디에 삽입되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 이런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논문에는 대체적으로 아래 그림과 비슷한 그림과 데이터가 필수적으로 첨부된다. 색이 칠해진 부분은 삽입된 위치가 동일한 것이 여러 번 반복 발견된 클론들을 의미하고 나머지 부분은 한 번만 발견된 클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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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전자 치료에 이용되는 렌티바이러스, 레트바이러스의 치료유전자가 환자의 자가 골수혈액줄기세포에 삽입되었을 때 그 기능을 발휘하는지 여부 (발현여부), 그리고 특정 위치에 삽입되는지 여부(간혹 암을 일으키게 하는 유전자 부위에 삽입되는 경우 실제로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를 조사하기 위해, 골수 이식 후 일정기간 간격을 두고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사용된 치료유전자가 혈액세포 DNA의 어느 위치에 삽입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클론이 존재하는지를 최근 개발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통해 살펴보게 된다.

위 그림의 예에서처럼, 대체적으로 대다수의 클론들은 그 삽입 위치가 한 번 밖에 발견되지 않은, 즉 다양한 위치에 삽입된 클론들이라고 조사되었다.  간혹, 레트로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암을 유발하는 부위에 삽입되어 실제로 환자에 암을 유발하는 경우도 발견되고, 특정 클론이 과대하게 혈액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clonal dominance 라고 부른다)도 나타나지만, 렌티바이러스를 사용한 치료 연구결과에서는 대체적으로 안전한 부위 (safe harbor)에 치료 유전자가 삽입되고, 해당 유전자가 발현되어 분화되는 혈액줄기세포의 클론도 아주 다양하다고 조사되었다.(4) 즉, 치료 유전자가 삽입된 위치가 서로 다른 다양한 혈액 줄기세포들이, 이식 후 각각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숫자로 존재하고, 또 각각의 클론들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한참 있다가 나타나는 식으로, 아주 다양한 숫자의 줄기세포들이 각각 다른 시기에 혈액 및 면역세포 증식분화 임무를 수행한다는 말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혈액줄기세포 숫자(빈도)는 증가하지만 자기 복제와 구성기능 (self-renewal capacity and reconstitution potential)은 떨어진다는 사실이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고 사람도 이와 비슷하리라고 추정된다.(5) 어쨌든, 이를 토대로 추정하건대, 우리 인생을 통해서 다양한 숫자의 혈액줄기세포 클론들이 – 그 정확한 숫자는 알 수가 없지만 – 우리 인생의 다양한 시기에 혈액 및 면역세포를 생성하여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점은, 특정 클론세포가 모든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것은 늘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정상인에게 이게 발견된다면 아마도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질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유전자 치료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클론들은 아마도 삽입위치에 따라 암 유발을 촉진하는(insertional mutagenesis) 클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그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지만 다양성을 통해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 – 그게 암이든 clonal dominance이든 - 를 지혜롭게 피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거슬러, 만약 GMO 개발을 통해 병충해에 강한 특정 품종만 재배해서 모든 농가가 동일한 품종의 씨앗을 뿌렸다고 하자. 하필이면 그 해에 유독 이 GMO 품종이 매우 취약한 종류의 병충해가 발생했다고 하자. 그럼, 모든 농가의 한 해 농사는 그걸로 끝이다. 상상이지만 끔찍한 일이다. 자연계에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따라서, 행여 GMO를 개발하든 품종개량을 하든, 다양한 품종의 개체를 항상 백업(backup)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망친 한 해 농사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대학, 특정 지역,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 효율적 운영 탓에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소유지분도 미미해서 오너일가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대기업의 실력 없는 자제들이, 아들이며 손자요 딸이며 손녀라는 이유로 기업의 요직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며 월급을 축내는 현실, 같은 학교와 같은 전공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로만 채워진 대법원에서 일반대중의 상식/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요즘, 마치 하나의 클론 줄기세포가 모든 혈액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것처럼, 클론으로 이루어진 사회에는 희망은 없다.

다양한 연령과 직종 및 경험을 가진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다양한 출신과 전공, 경험과 성향의 대법관들이 뽑혀야 한다. 좀 더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대학교수들이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우리 대학교육이 좀 더 풍성해질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있다. 다름과 틀림을 올바르게 구분해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차별이 없어지고 다양하고 풍성한 것들로 사회의 모든 분야마다 채워지길 소망한다.

주.

1)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11

2) https://www.britannica.com/science/blood-cell-formation

3)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https://stemcells.nih.gov/info/Regenerative_Medicine/2006Chapter2.htm

4) Sci Transl Med. 2016; 8(335):335ra57

5) Proc Natl Acad Sci U S A. 2011; 108(50):20012-7. Seminars in Hematology 2017; 54 (1): 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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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 아빠 (필명) (바이오텍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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