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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한국 교육, 수능보다 순응이다!
오피니언 곽민준 (2019-03-13 13:17)

한국 교육, 수능보다 순응이다!

 “며칠 전 올해 첫 고등학생 모의 학력평가가 시행됐다. 문제가 공개되자마자 언론들은 문항 분석 결과 및 올해 입시 전망을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대중의 관심도 엄청나 꽤 오랜 시간 ‘3월 모의고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심지어는 온종일 사회면 기사 메인을 차지했다. 이런 사회의 관심을 보며 고3과 수능이 한국에서 얼마나 특별하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교육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심은 엄청나다 못해 정말 특별하다. 학원이 마치는 시간이면 대치동 거리는 자식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로 가득하다. 수능 당일이면 비행기 이륙 시간이 조정되며, 아침 거리에는 시험에 늦은 아이들을 태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엄마들처럼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정말 엄청나게 뜨겁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가 교육에 관심이 많다면 분명 교육 분야에 그만큼 많은 신경을 쓰고 투자했을 것인데, 왜 아직도 대한민국의 교육은 선진화되지 못했으며, 여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걸까? 필자는 그 답을 격변하는 21세기 기술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의 기술 발전 속도는 엄청나고, 급격한 기술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AI의 발전에 따라 자동화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 사회 제도는 아직도 20세기 근대적 사고에 갇혀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근대적 국가의 정치, 경제적 틀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지만1),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전의 시스템을 고집한다. 이는 교육 제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은 대부분 지식과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의 형태다. 물론 때로는 스스로 깨우치기보다 다른 이에게 지식을 전파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격변하고 있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이런 주입식 교육 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 지난 연재에서 말했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전 세대의 오래된 지식을 그대로 습득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2).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정보만을 기억하다 보면 환경의 조그만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생물들은 자신의 표현형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고집하기보다 환경에 맞게 변화하도록 진화한다. 이러한 특성은 표현형 유연성(phenotypic plasticity)이라 불린다. 표현형 유연성은 생각보다 쉽게 관찰된다. 선인장굴뚝새는 번식 시기인 3~9월 둥지에서 새끼를 낳고 키운다. 이 기간에 서식지의 계절과 기후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선인장굴뚝새는 둥지 입구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통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 이른 봄에는 찬바람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쪽으로 둥지 입구 방향을 바꿔 새끼들의 생존율을 높인다3). 아마 이 예시 속 굴뚝새의 행동이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거다. 날씨 변화에 맞춰 둥지 입구 방향을 옮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일을 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계절에 따라 둥지 입구 방향을 제대로 바꾸지 못했을 때 새끼들의 생존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실제 관찰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다3). 이는 자연이 아닌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환경에 적합하도록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변화시키는 법을 모르는 이들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무분별한 정보의 주입이 아닌 개념과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은 지식을 배우기보다 지식을 응용하고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계속 말하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물론 한국 교육이 지식을 응용하는 법을 전혀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장 수능만 하더라도 자격 고사 방식의 학력평가를 보완하고자 높은 난도의 적성검사 형태의 문제를 추가해 만든 시험이다4). 그러나 능력을 응용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해서 항상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물들이 표현형 유연성을 보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환경이 규칙을 가지고 일정하게 변하는 상황에 노출되는 생물들은 비가역적인 발생 반응을 통해 환경의 변화에 반응한다. 대표적으로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환경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메뚜기는 발생과정 도중 색소체의 발달을 통해 날씨에 따라 변하는 땅의 색(건기-갈색, 건기와 우기 사이-검은색, 우기-녹색)에 맞게 몸의 색을 변화시킨다5). 이 경우에 아프리카 메뚜기는 분명히 자신의 표현형을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메뚜기는 정해진 땅의 색인 갈색, 녹색, 검은색으로만 변할 수 있을 뿐 갑작스럽게 새로운 색의 환경과 맞닥뜨렸을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학생들은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이를 응용하기보다 개념을 응용하는 방법까지 외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하다. 기출 문제 경향과 유형 분석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교육 방식은 학생들이 상황에 맞게 지식을 응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시로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유명 영어학원에서 TOEFL 말하기 또는 쓰기 영역 수업을 들으면 대부분 템플릿을 받는다. 템플릿에는 에세이 형식과 문단별로 적용할 수 있는 표현, 글 또는 말의 첫 문장 예시와 마무리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있다. 응시자들은 문제에 맞게 템플릿에 몇몇 단어만 끼워 넣으면 나쁘지 않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메뚜기가 갈색, 녹색, 검은색 외의 환경에는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것처럼 템플릿을 외운 이들 역시 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형태의 질문을 영어로 주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환경에 반응할 수 없는 비가역적인 지식 응용은 주입식 교육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역적으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생물로 따지자면 순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 가면 알아서 적혈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우리 몸처럼 새로운 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신 또는 다른 이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게끔 교육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작 소설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소설 독해 문제, 미국인이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영어 문제, 유형만 외우면 풀 수 있는 허울뿐인 응용 수학 문제, 말장난이나 다름없는 과학 문제가 등장하는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공부를 시키는 주입식 교육은 인제 그만두어야 한다. 환경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생물들처럼 우리 역시 격변하는 21세기 사회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탈무드 속 오랜 격언을 떠올려야 할 때다.

[참조]
1) 블록체인기술의 영향으로 정부 중심의 근대적 경제 체제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기존의 정치, 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예시는 많은데, 앞으로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2) 곽민준, BRIC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격변하는 한국 사회, 변화만이 살길이다.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2698&Page=5&SOURCE=6)
3) R.E. Ricklefs, F.R. Hainsworth (1969). “Temperature regulation in nestling Cactus Wrens: the nest environment”, The Condor.
4) 자격 고사는 말 그대로 수업을 들을 기본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낮은 난도의 시험, 적성검사는 해당 분야의 능력이 출중한지 판단하는 비교적 고난도의 시험 유형을 말한다.
5) C.H. FraserRowell (1970). “The Variable Coloration of the Acridoid Grasshoppers”, Advances in insect phys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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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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