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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의 매립, 인공 미세먼지의 역습
Bio통신원(이탈)
거의 일주일 동안 하늘이 잿빛이었다. 먼 산이나 빌딩은 잘 보이지 않았다. 목은 아프고 눈은 따가웠다. 사람들의 표정은 우울하고 지쳐보였다. 그 원인은 바로 ‘미세먼지’다. 그런데 자연적이었던 미세먼지가 인공적인 형태로 더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몽골을 포함한 중국대륙에서 발생한 먼지모래폭풍으로 인해 매년 황사를 겪는다. 서풍의 영향으로 먼지모래가 3월~5월 사이 동쪽으로 불어와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것이다. 입자의 크기는 대략 10~20um 이하로 매우 미세하다. 이러한 모래 먼지는 대부분 자연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점차 인공적인 모래 먼지가 많이 함유되고 있다. 중국에서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집약적인 농업활동 및 가축의 사육활동으로 각지의 산림, 호수, 습지가 많이 파괴되어 생태환경이 사막화 했다. 침식에 의한 토사 유출이 벌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경작지의 약 149제곱킬로미터가 사막화로 손실되었으며, 매년 약 3,600제곱킬로미터씩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다.
대륙에서 발생한 먼지는 그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람을 따라 다른 나라, 지역까지 피해를 입힌다. 바람은 퇴적물을 대기 중으로 높이 올려 넓은 지역으로 퍼트린다. 대기가 이동하는 동안 많은 양의 고체 및 액체 입자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하늘을 덮은 입자 가운데 보이지 않는 미세 입자들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부유한다. 그 이유는 흙먼지 입자들을 한데 묶을 습기가 없기 때문이다. 습기는 식생이 있는 토양에서 올라오는데, 건조한 곳이 많아진 통에 나날이 먼지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한국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사진 = https://phys.org/news/2019-03-korea-china-seoul-air.html
갯벌의 매립과 메마른 하늘
바람이 중국에서 우리나라 내륙으로 불어올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매립이 한창인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모래 먼지다. 오염물질과 중금속이 섞여있던 흙은 바다로부터 펌핑되어 육지로 쌓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지는 건조한 상태가 오래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바람 그리고 황사, 매연과 함께 내륙의 먼지로서 첨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원래 우리나라 간석지는 곱고 안정된 저질(底質 : 호수, 바다, 늪, 강 따위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물질)로 인해 보수력이 매우 높다. 주변에 갈대, 달뿌리풀 등이 우세하게 번식하는 하구습지가 조성된다. 이 하구습지는 자연의 콩팥이라 불릴 정도로 강과 바다 그리고 공기 중에서 떨어진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하지만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2, 여의도의 약 140배에 달하는 갯벌이 사라지면서 단조롭고 메마른 이곳의 비명소리가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생태’와 ‘환경’이라는 어휘가 뉴스에서 빈번하게 들린다. 생태주의(ecologism)와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는 종종 섞이며 활용되는데 그 뜻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구가 영원하지 않기에 인간은 사회적, 정치적 행동으로 환경에 대한 근원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환경문제에 대한 경영적 접근으로 환경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949년, 영국은 입법을 통해 10개의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그 무렵인 1952년 런던에서 수백 년 묵었던 스모그로 재해가 일어났다. 이에 영국은 석탄과 매연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다행히도 수년 안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 다년생 벼과 초본 식생이 주로 분포한 콜로라도 남동부, 캔자스 남서부 등의 넓은 지역을 방목용으로 사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1년생 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1930년 초반에 들어 심한 건조로 인하여 농작물 생장이 아주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표토는 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날아갔다. 검은 토양입자는 태양빛을 차단했고 대지는 먼지로 쌓이면서 온 나라를 가로질렀다. 수천 가구가 그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이에 연방정부는 방풍림을 조성해 바람에 의한 침식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194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그 지역의 대부분을 원상태로 회복시켰다.
영화 속 한 장면이긴 하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 = 위키피디아.
인권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대기 오염
‘대기 오염’은 환경문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기 오염은 미래를 배경으로 만든 대부분의 SF 영화들의 배경이 되어왔다. 영화 속 도시들은 안개가 낀 듯 항상 뿌옇다. 영화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4)나 「블레이드 러너 2049」(드니 빌뇌브 감독, 2017)를 보면 메마른 땅에 물은 부족하고 건조하여 모래바람이 심하게 날린다.
산업 활동이 기후변화와 오염을 가져왔다는 사례들은 영화만큼이나 현실적이다. 1937년 5월 21일 미국의 엘크하트 부근으로 흙먼지가 하늘을 어둡게 뒤덮은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의 대평원은 거대한 흙먼지 폭풍을 겪었고 이로 인해 농작물 식생층이 파헤쳐졌다. 이후 몇 번의 심각한 가뭄이 찾아왔고 땅은 바람의 침식에 노출되기에 이르렀다.
'집중측정소 권역별 미세먼지(PM2.5) 농도 추이'를 보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림 = 국립환경과학원
몇 년의 풍요보다 지속적인 행복을
자연의 기능을 대신할 제대로 된 생산품은 지금껏 만들어진 적이 없다. 복잡 미묘한 생태계의 전반적인 이해 없이 그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어설프게 만들려고 한다면 오히려 그 부작용만 가중되는 법이다.
한때 독일에서는 산성비와 죽어가는 숲에 대한 대중적 논쟁이 일었었다. 1980년대에 들어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환경주의가 붐을 이룬 나라가 되었다. 이웃 나라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냉담했으며 독일의 걱정을 강박관념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생태계 자체와 후손들에게 미치는 지속적인 환경영향까지 살펴봤다는 측면에서 독일은 현명했다. 대기오염이 지역적이자 국가적 문제가 아닌 지구적 문제임이 밝혀지고 있는 현재, 단기적 해결보다 시민 공감대를 통해 우리가 환경에 부여한 사건들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는 지속적인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참고문헌
「환경주의를 위한 과학을 향하여」(환경사회학연구 ECO 18(1), 허주영, 281-288, 2014.)
「환경주의란 무엇인가?」(프랭크 외쾨터, 현지연 역, 생태환경과역사, (2), 17-29, 2016.)
「생태철학과 환경주의와의 논쟁」(정홍모, 민족사상연구v.8, 2000.)
『생태복원공학 제2판』(홍선기 외, 라이프사이언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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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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