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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인플루엔자 팬데믹 이야기 3.] 인플루엔자는 언제부터 독감이라 불린 걸까?
오피니언 김택중 (2019-02-11 09:26)

한국에서 인플루엔자를 독감(毒感)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궁금해서 웹상의 각종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연구서, 나아가 언론 기사들까지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검색 능력이 미흡한 탓인지 아니면 독서량이 부족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러한 기초적인 연구는 그간 수행된 적이 없는 까닭인지 이에 대한 검증된 연구 결과를 여태 찾지 못했다. 해서 이번 연재 글에서는 접근 가능한 이런저런 사료들을 직접 뒤져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도대체 언제부터 독감이라는 말이 통용되어 왔는지 나름대로 해명해 보려 한다.

그 전에 우선 독감의 영어명인 influenza의 사전적 역어에 대한 검토부터 해 볼까 싶다. 현재 의학계나 과학계에서는 독감이라는 병명보다는 그 외래어에 해당하는 influenza를 발음대로 한글 표기한 인플루엔자라는 병명을 선호한다. 의학적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바이지만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感氣)와 그 원인부터가 다르다. 둘 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하나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반면, 감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제외한 다른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들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독감과 감기를 구별 없이 혼용하는 경향이 있어 독감은 보통 ‘증상이 지독한 감기’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인해 독감이라는 병명은 일찌감치 전문적인 의학용어에서 배제되었다.

실제로 1969년 수문사에서 출간한 『최신 영한의학사전』을 확인해 보면 표제어로서 cold는 “감기”로, common cold는 “고뿔, 감모(感冒), 감기(感氣)”로 각각 번역한 데 반해, 독감을 의미하는 influenza와 grip 및 grippe는 모두 “인플루엔자, 유행성감기(流行性感氣)”로 번역하여 독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1) 이보다 더 오래된 의학사전을 갖고 있지 않아 1960년대 이전의 의학계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대체로 1980년대까지 이어지던 이러한 편찬 기준은2) 1990년대에 이르면 더 엄격해져 가령 1991년 아카데미서적에서 출간한 『필수 의학사전』을 보면 표제어인 influenza의 역어로서 “인플루엔자”만 등장한다.3) 유행성(流行性)이라는 전제를 달았던 감기라는 단어도 influenza의 역어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한편 의사들의 전문직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펴낸 『의학용어집』의 경우에는 기준이 더욱 엄격해서 1977년 출간된 제1집부터 가장 최근인 2009년 출간된 제5집까지 표제어 influenza의 역어로는 오직 “인플루엔자”만 실려 있을 뿐이다. 정리하면 현재 한국 의학계는 전문용어로서 인플루엔자, flu, grip, grippe, influenza, 감기, cold, common cold 등은 인정하지만 독감, 유행성 감기, 고뿔, 감모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4)

독감을 전문용어로 인정하지 않기는 한의학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독감이나 감기의 병인(病因)에 대한 설명 방식은 의학계와 전혀 다르지만 아무튼 한의학계 역시 독감을 전문용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2006년 대한한의학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펴낸 『표준한의학 용어집』 제1집을 확인해 보면 독감이라는 단어는 표제어로든 뜻풀이로든 전혀 나오지 않는다.5) 제1집과 제2집을 같이 제공하는 대한한의학회 홈페이지의 한의학용어 검색 서비스를 확인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6) 다만 common cold와 flu에 상응하는 표제어로서 “감한(感寒)”을, common cold에 상응하는 표제어로서 “감모(感冒)”와 “감한(感寒)” 및 “상풍(傷風)”을 각각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감기는 표제어가 아닌 뜻풀이 용도로만 쓰이고 있으며, 그 대신 감기에 상응하는 주된 표제어로서 감모를 제시하고 있다.

의학계나 한의학계와 달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일반적인 시각을 반영하여 독감을 “지독한 감기”와 “유행성 감기”로 풀이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역시 “유행성 감기”로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감기의 동의어로서 감모(感冒), 감모풍한(感冒風寒), 풍한(風寒), 한질(寒疾), 고뿔 등을 제시하고 있다. 7  이는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감기가 독감보다 더 오래된 단어이고, 또한 독감은 감기의 하위 범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지적이겠으나 독감, 즉 지독한 감기란 어쨌거나 감기라는 기존 단어를 전제로 할 때만 성립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감기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이며 18세기 말에 感氣의 한자음인 ‘감긔’라는 형태로 처음 출현하였다. 감기의 순우리말인 고뿔(곳블)은 이보다 훨씬 빨라 16세기부터 출현하였다.8) 그러나 조선왕조 때였던 이 시기에 감기를 가리키는 중국식 한자어는 감모였던 까닭에 문헌상 감모는 고뿔보다 더 이른 15세기 초에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원문을 확인해 보면 感冒는 조선 초인 세종 대부터 대한제국 시기인 고종 대까지 시종 등장하지만 感氣는 한국식 한자어여서인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毒感 역시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다.9) 국립국어원도 독감의 어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미 사어(死語)가 된 감모나 고뿔 같은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이보다 후대에 출현한 한국식 한자어인 감기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남북한 공히 일상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10)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지금도 여전히 감기를 가리킬 때 감모라는 말을 사용한다. 독감을 가리킬 때에도 중국에서는 重感冒, 流行性感冒 또는 이를 줄여서 流感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悪性の風邪, 悪性の感冒, ンフルエンザ(인후루엔자), 流行性感冒, 流感이라 하여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11) 따라서 감기와 독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임을 알 수 있으며 과거에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12) 그렇다면 독감도 감기와 마찬가지로 한국식 한자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빨라도 감기가 출현한 18세기 말 이후 어느 때부터 등장한 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조선왕조의 『승정원일기』 같은 또 다른 사료를 확인해 보면 국립국어원의 설명과 달리 이미 17세기에 “咳嗽感氣兩症(기침감기양증)”이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 “感氣”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며13 “毒感”이라는 표현 역시 18세기 초에 벌써 등장하고 있다.14) 그러나 『승정원일기』는 화재와 전란 등으로 여러 차례 소실 후 조선왕조 시대에 개수 작업을 반복한 바 있어 웹상의 현 데이터베이스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표현들이 얼마나 원본에 가까운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밖에 조선왕조 때 간행된 한의학서를 포함하여 당대의 다른 관련 사료들이 있을 것이나 시간과 능력의 제약으로 추가적인 검토를 하지 않았다. 관심 있는 여타 연구자들의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제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한국에서 인플루엔자는 언제부터 독감이라 불린 걸까? 이 질문에 수긍할 만한 답을 하려면 관련한 사료적 증거가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사료의 발행 연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기술된 내용 또한 역학(疫學)적인 측면에서 현재 알려진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에 부합해야만 한다. 다행히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사료 하나를 발견하였다. 1900년 2월 12일자 「황성신문」 2면에 실린 “染感死亡”이라는 제목의 단신인데, 내가 찾은 관련 사료들 가운데 위의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선 가장 오래된 것이다.15)

이 기사에 따르면 대한제국 시기였던 1900년 2월 지금의 서울인 한성부에 “毒感”이 크게 유행하였고, 이로 인해 한성 안팎의 약포(藥舖)들은 약이 부족해서 팔지 못하고 상여도가(喪轝都家)들은 상여가 부족해서 대여해 줄 틈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노인과 어린이가 죽었다. 2월이면 인플루엔자가 한창 유행할 시기이며 노인과 어린이가 인플루엔자 감염 및 사망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이고 보면 기술된 내용이 인플루엔자의 일반적인 역학상과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기사만으로는 얼마나 많은 이가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 기사 자체가 워낙 단신인 데다가 기사 또한 “경청(警廳)에는 보고된 사망자 수가 없다 하니 요사이 사정을 헤아려 보건대 굳이 이를 심하게 책망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몹시 서운하다”는 기자의 심정 토로로써 글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 「황성신문」의 기사에 의거하면 인플루엔자를 가리키는 독감이라는 단어가 적어도 19세기 말에 통용되고 있었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일정 정도 신뢰할 수 있다면 독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출현한 시기를 18세기로까지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특히 18세기 영조 대에 『승정원일기』의 대대적인 개수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검토한 이러한 내용들과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문헌상 ‘고뿔’, ‘感冒’, ‘感氣’, ‘毒感’이 출현한 추정 시기와 단어별 사용 시기 등을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16)

현한 추정 시기와 단어별 사용 시기 등을 도표화


※ 주
1) 주인호 외 2인(공편)(1969), 『최신 영한의학사전』, 서울: 수문사.
2) 전종휘 외 26인(공편)(1976), 『영한의학사전』, 서울: 고문사; 이병희 외 3인(공편)(1979), 『수문 영한의학사전』, 증보개정판, 서울: 수문사. 이 두 가지 보급판 의학사전은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제목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중판을 거듭하였다.
3) 이우주(편)(1991), 『필수 의학사전』, 서울: 아카데미서적.
4)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실무위원회(편)(2009), 『영한·한영 의학용어집』, 제5집, 서울: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의 의학용어 검색 서비스는 http://term.kma.org/ 참조.
5) 대한한의학회 한의학용어제정위원회(편)(2006), 『표준한의학 용어집』, 제1집, 서울: 대한한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6) https://cis.kiom.re.kr/terminology/
7) http://stdweb2.korean.go.kr/
8) http://www.korean.go.kr/front/wordLocal/wordHistoryList.do?mn_id=116
9) http://sillok.history.go.kr/
10) 국립국어원 「한민족 언어 정보화 통합 검색 프로그램」 검색 결과. https://ithub.korean.go.kr/user/total/programManager.do
11) https://alldic.daum.net/
12) 물론 이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13) 『승정원일기』, 357책(탈초본 18책), 숙종 20년(1694년) 5월 19일. http://sjw.history.go.kr/
14) 『승정원일기』, 612책(탈초본 33책), 영조 2년(1726년) 3월 12일. http://sjw.history.go.kr/
15) “染感死亡”, 「皇城新聞」, 제3권 제29호 2면, 광무 4년(1900년) 2월 12일. https://www.nl.go.kr/newspaper/
16) 도표의 형태는 국립국어원 「한민족 언어 정보화 통합 검색 프로그램」의 것을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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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중 (인제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책상머리 지킴이 업(業)인 의사학자(醫史學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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