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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같은 어류의 생존 번식, 이유가 있다
오피니언 이탈 (2019-02-08 10:01)

어류는 아둔함의 대명사이지만 생식(生殖) 전략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수컷의 친족과 암컷의 불륜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한 수컷의 능력을 과시하는 모래 둥지 짓는 작업도 안 하면서 몰래 생식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클리드 어류(cichlid fish)이다. 이 두 전략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수컷의 친족 중 어떤 녀석이 노력도 안 하고 몰래 그 수컷의 짝인 암컷과 생식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클리드 어류의 수컷은 다른 수컷들의 접근을 피하지 못한다.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은 자신의 배우자인 암컷이 무작위적으로 다른 수컷의 자식을 낳기보단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족의 자손이 태어나는 걸 본능적으로 선호한다. 떼 지어 사는 무리의 동물 세계에선 대를 잇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손 번식의 적자생존 때문이다. 특히 독립해서 사는 동물의 왕국에선 수컷과 그 수컷의 암컷과 외도하는 수컷이 친족일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생존 투쟁은 개체가 짝을 찾기 위해 겪어야 하는 당연한 문제다. 하지만 성 선택 문제에 내재된 선택 단위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 윈 에드워즈(V. C. Wynne-Edwards)는 성 선택 단위를 집단으로 간주했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선택 단위를 유전자로 보면서 개체를 일시적 용기(用器)라고 주장했다. 선택단위 문제는 꽤나 형이상학적이다. 이유는 생태계에 만연한 성 선택 문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꿀벌의 경우 여왕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무리에서 오직 여왕벌만이 알을 낳는다. 이러한 진사회성 생물들의 생활사를 개체 수준에서 볼 경우 마치 손해를 입는 것과 같다. 하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경우 오히려 개개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다. 진사회성 동물인 일벌은 한 아빠의 유전자 전부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일벌 자매들의 사이가 유전적으로 아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벌과 여왕벌과는 유전자 공유가 50%라면 일벌들 간에는 무려 75%나 된다. 그래서 일벌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식을 낳는 것보다 자신과 가까운 형제를 많이 얻는 것이 유전적 측면에서 더 좋을 수 있다. 일벌들이 여왕벌에게 헌신하며 알들을 정성스럽게 키우는 이유다.   
 

시클리드 어류

시클리드 어류. 사진 = https://phys.org/news/2019-01-fish-fertilize-eggs-male-relatives.html


비슷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분투

최근 온라인 국제저널 <비엠씨 바이올로지(BMC Biology)>에 그간 연구된 바 없는 수컷의 짝 선택과 진화의 내용이 소개되었다. 시클리드 어류 수컷은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을 둥지로 오게 하여 생식을 하도록 놓아두었다. 연구진은 시클리드 어류를 모델링으로 하고 아프리카 종인 Variabilichromis moorii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다. 그들은 이 어류의 70개 새끼 그룹에서 74가지 외도하는 유전자 표현형을 포착했다.     

시클리드 어류에서 벌어지는 친척에 의한 불륜은 이들 사이에서 유전적으로 타당한 사건이었다. 유전적으로 먼 수컷과의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륜 수컷들을 통해 자신과 유사한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될 기회를 높이는 것이 유전적으로 유리하다. 이를 본능적으로 알기에 협력하였고 그러면서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여타 경쟁자들에게 수정될 뻔한 자손의 수를 줄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유전적 측면에서 불륜 수컷과 기존 수컷 모두가 이익을 얻는 셈이었다.  

 

위 히스토그램은 원래 짝인 수컷과 암컷의 유전적 연관성(왼쪽 하단)과 이 암컷과 바람을 핀 수컷의 유전적 연관성(상단), 원래 짝인 수컷과 이 수컷의 암컷과 바람을 핀 수컷과의 유전적 연관성(오른쪽 하단)을 보여준다. 오른쪽 하단의 히스토그램 수치가 0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히스토그램은 원래 짝인 수컷과 암컷의 유전적 연관성(왼쪽 하단)과 이 암컷과 바람을 핀 수컷의 유전적 연관성(상단), 원래 짝인 수컷과 이 수컷의 암컷과 바람을 핀 수컷과의 유전적 연관성(오른쪽 하단)을 보여준다. 오른쪽 하단의 히스토그램 수치가 0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BMC Biology

 

속임수로 짝을 짓는 경쟁 수컷들

한편, 아프리카 말라위 호수에는 형형색색의 시클리드 어류 수백 종이 살고 있다. 이 중 약 200여 종이 소위 둥지(bower)라 불리는 구덩이 또는 화산 모양의 모래 구조물을 짓는다. 종마다 약간씩 모래 집 유형은 다르다. 중요한 건 이 구조물이 짝이 될 암컷과 다른 경쟁 수컷들에게 보일 중요한 경쟁 요소라는 점이다. 둥지 구조물은 그 자체로 수컷의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시클리드 어류들 중에서 둥지 짓는 수컷과 이 둥지를 몰래 이용하는 수컷의 짝짓기 성공률을 수치화 가능했다. 타고난 강인함과 화려함 등 유전적 요인은 당연히 진화적으로 우위에 서게 한다. 반면, 부차적으로 성실히 노력하고 작업한 캐릭터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인 짝짓기 전략이 그렇지 않은 전략에 비해 자식 번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작업에 정성을 들이는 게 더욱 효과적인지 수치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일본의 복어(japanese pufferfish)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하고 예술적인 모래 둥지를 짓는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모습의 모래 예술 작품은 암컷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생물을 유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류에게 모래 바닥은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캔버스이다. 진화의 측면에서 작업(?)에 정성을 들인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정성스런 작업을 몰래 이용하기도 한다. 다된 작업에 숟가락만 얹어서 짝짓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시클리드 어류 수컷들은 암컷을 구애하기 위해 자신의 몸집보다 수십 배나 더 큰 둥지, 즉 모래성을 짓기 위해 수많은 나날을 소비한다. 마치 바우어새가 열심히 정자(둥지)를 지어 암컷을 유인하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둥지를 지은 수컷과 그렇지 않고 몰래 그 둥지를 이용한 수컷의 짝짓기 성공 비율을 알아봤다. 

연구진은 모든 시클리드 어류들에 전자 장치를 부착하고 자연 환경과 비슷한 장소를 조성해 어떤 물고기가 둥지를 갖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암컷의 입에서 제거된 알들을 유전자형을 분류해 수컷과 대조했다. 시클리드 어류 암컷은 수컷의 둥지 위에 알을 낳고 입에서 3주 동안 품은 후 부화시킨다. 그런데 암컷의 입에선 3마리의 다른 수컷에 의해 생식된 알들이 자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야생에선 1∼6마리의 수컷들이 한 암컷과 생식을 해 새끼를 번식시킨다. 둥지를 가진 시클리드 어류 수컷들이 대부분 알들의 아버지였지만, 적은 수의 둥지 없이 몰래 돌아다닌 수컷들도 생식에 성공했다. 다시 말해 둥지 짓는 시클리드 어류의 생식에 반하는 대안적 방법도 있었던 셈이다. 

당연하겠지만 집짓기에는 진화적 감각으로 얻은 재능과 상당한 노력 그리고 2~3주라는 시간적 투자가 요구됐다. 멋진 집 자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를 높이는 매개체이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던 암컷들은, 짝짓기 시기가 되면 여기 저기 둘러보면서 가장 멋진 집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집 주인이 자신과 짝이 될 만한지를 판단했다. 집 모양을 면밀히 살피고 수컷을 고른 암컷은 알을 낳고, 입 속으로 가져가는데 이때 수컷은 암컷 입 속의 알을 수정시켰다.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암컷을 돌봐야 했다. 암컷들이 입으로 알을 돌보는 몇 주간 집 주위를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수컷 시클리드 어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경쟁 수컷들을 쫓아내는 데 소비한다. 이때 집이 없는 수컷들은 다른 구조물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로 전하기 위해 교활한 교미를 시도한다. 둥지 주변을 몰래 지나치면서 암컷들을 혼란스럽게 하여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었다. 교활한 수컷들은 둥지 짓는 기량을 뽐내지 않고도 교미를 통해 아버지가 되곤 했다. 둥지의 주인인 수컷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들을 둥지로 오게 하여 암컷과 불륜을 하게 하면서 유전적으로 먼 자식이 태어날 확률을 줄인 건 아닐까. 고도의 전략을 펼친 게 아니냐는 상상이다.   

 

둥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번식의 성공 여부 숫자

왼쪽 그래프 : 둥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번식의 성공 여부 숫자. 둥지를 짓지 않고 번식에도 성공하지 못한 수컷들(진한 빨간색), 둥지를 짓고 번식에 성공하지 못한 수컷들(진한 파란색), 둥지를 짓지 않았으나 번식에 성공한 수컷들(연한 빨간색), 둥지를 짓고 번식에도 성공한 수컷들(연한 파란색). 오른쪽 그래프 : 둥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번식의 성공 여부 비율. 빨간색은 둥지를 갖고 있지 않았으나 번식에 성공한 정도를 보여준다. 파란색은 둥지를 갖고 있으면서 번식에 성공한 비율을 보여준다. 둥지를 짓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번식에 성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사이언틱 리포트

 

비슷한 부류끼리 교배하는 전략 

수컷의 짝 선택에 대한 이론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는 대부분 두 가지 중 하나로 결론이 나곤 했다. 무작위적으로 암컷과 짝을 맺든가 또는 우수한 특정 암컷을 선택해 짝을 맺던가이다. 예를 들어, 수컷 거미들은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더 크고 매혹적인 암컷 거미를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이때 경쟁력이 약한 수컷들은 밀려난다. 다시 말해 경쟁이 약하면 수컷들은 무작위적로 짝을 맺지만, 경쟁이 높은 상황에서는 선택적으로 암컷을 차지한다. 수컷들은 스스로의 경쟁 능력에 따라 다른 짝짓기 선호를 보이면서 지역 내의 경쟁을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여유 있게 우수한 암컷을 선택하거나, 덜 매력적인 암컷들 쪽으로 밀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클리드 어류처럼 수컷이 짝을 선택하기보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자리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경쟁력이 약해 집을 짓지 못한 수컷들은 영영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할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알을 품은 암컷에게 다가가 교활한 방법을 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수컷들은 유전적 경쟁력을 높이고자 결국에는 친척 간 불륜을 허용하기에 이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번 두 연구결과를 연결시켜보는 것이다.  

인간 사회는 어떨까? 2017년 1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따르면, 동류 교배의 진화적 증거는 인간 사회에도 내재해 있었다. 인간 사회역시 비슷한 조건을 지닌 남녀가 결합을 하였다. 본능적으로 생물학적 유사성이 높은 상대를 선택하여 결혼을 하였는데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이 사실 결혼을 해서 닮아가는 게 아닌 서로 닮아서 결혼하였다는 결과였다. 요컨대, 유사한 특성을 갖는 개체들끼리 짝을 짓는 게 무작위로 짝을 짓는 것보다 자연선택 과정에서 유리해 다음 세대의 발달과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확장된 표현형』(리처드 도킨스(생물학자) 저, 홍영남 외 2명, 을유문화사, 2016.)
https://phys.org/news/2019-01-fish-fertilize-eggs-male-relatives.html
https://phys.org/news/2017-04-male-choosiness-emerges-females-multiple.html#nRlv
https://phys.org/news/2017-01-fish-game.html#nRlv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full/10.1098/rspb.2007.1278
https://en.wikipedia.org/wiki/Signalling_theory#Honest_signals
https://bmcbio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5-018-0620-6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41128/figure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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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현재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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