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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협주곡 2-23] 풀어야 할 매듭: 과학기술 사회의 복잡성
오피니언 김찬현 (2018-12-27 10:59)

과학기술이란 말은 매우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2018년 개정된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참조하면, 2,989개의 소분류 중 소위 이공계라 부를 수 있는 분야가 절반 이상이다. 이 중에서 어느 특정 분야를 대표 격으로 삼기에는 분야 별로 그 특성이나 다루는 연구 대상의 질적 차이가 너무도 크다. 그러나 과학기술이라는 하나의 큰 틀로 묶어서 볼 때 이들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는 자주 무시된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행위 주체 또한 다양하다. 기관 단위로 보면 소위 ‘산학연’이라 불리는 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기관 격인 전문기관과 그 상급기관인 정부 부처도 여러 경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문회의와 각종 과기단체, 언론도 담론장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한다. 초중고를 비롯한 교육기관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치권과의 관계 정립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민주국가에서는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완전무결하게 정치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는 영역은 없다. 여기에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거나 에너지 문제 등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여론 또한 강력한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주 뭉뚱그려 일컬어지는 ‘과학기술’을 찬찬히 뜯어 보면, 이처럼 다양한 연구 분야와 행위 주체가 엮여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들이 잘 정돈된 씨줄과 날줄 같으면 좋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게 엉켜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가깝다. 안타깝지만 정책 담론에서 연구 수행의 핵심인 연구자들 자신의 경험과 의견이 소외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메시아적 영웅의 비범함을 강조하는 비유로 사용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사람만 풀 수 있다는 복잡한 매듭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칼로 잘라버렸다는 이야기다. ‘혁신 본부’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강조하는 주장의 저변에는 이같은 추진력을 기대하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지.

한편 이 위대한 이야기도 누군가 지어냈을 가능성이 큰 신화적 서사라 한다. 사실이라 할 지라도, 매듭은 풀린 것이 아니라 잘린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정복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대왕은 서른 셋에 갑작스레 요절했으며, 그의 제국도 결국에는 분열되고 말았다. 이공계 인력의 수급 미스매치 문제, 연구비 분배에서 응용과 기초 사이의 긴장 관계, 산학연의 역할 배분 문제 등 꼬여있는 문제는 산적해 있다. 이들 모두 지난 몇 십년 간 축적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거스를 수 없는 구조조정의 필연성 앞에 놓여 있지만, 어느 하나 단발적인 타개안으로 해소될 수 없는 장기적으로 고착화된 문제다. 지루하지만 매듭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정합적인 해결책을 그려야 한다.

하나의 힌트는 각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현장 연구자들이 작은 학회(소분야)에서 시작해 큰 학계(대분야)와 총연합회 단위로 이어지는 학술 공동체의 통합을 재구성하고, 기관의 권위주의 타파 및 민주적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으리라.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자신만이 정책 전문가인 양 소영웅 행세를 하는 소수의 과학기술자나 특정 집단의 입김에 인사와 정책의 향방이 좌지우지되고, 이로 인한 갈등 심화와 정책 실패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크다. 이는 특정 행위 주체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환원적인 인식을 부추겨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좁게는 연구계가, 넓게는 한국의 과학기술 사회 전체가 성숙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뿐인데 말이다.


※ 주석
과기정통부 2018년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 개정
학술 공동체의 복원, 과학협주곡 2-16, 김찬현
ⅲ 한국 사회는 황우석(2005), 광우병(2008), 천안함(2010), 세월호(2014), 메르스(2015), 가습기 살균제(2016), 탈원전(2017) 등 과학기술이 정치 쟁점화 될 때마다 영역 간 소통에 심각한 난항을 겪었다. 전문가만의 탓도, 정부만의 탓도, 언론만의 탓도, 시민 문화만의 탓도 아니다. 모두가 함께 실패한 일이고, 따라서 함께 고민해야 할 한국 과학기술 사회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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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현(과학 활동가, 통번역사)
일본의 학부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진행된 반수소(反水素) 원자 합성 연구에 참여해 석사학위를 받은 후, 반도체(半導體) 기업에서 소자 연구원으로 근무해 개발에서 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현장을 경험했다. 현재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기술정책 및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두고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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