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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 생물학 이야기] 초파리도 독특한 “데이트 문화”를 만들어 낸다(!)
생명과학 칼 베르니케 (2018-12-04 13:04)

-“문화”는 인류만의 독점적 전유물이 아니다.

초파리의 짝짓기
그림 1. 초파리의 짝짓기. (출처: 위키백과 영문판)

“문화”의 정의를 “특정 그룹에서 사회적 행동의 학습으로 인해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관습적 행동 (웹스터 사전)” 또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정의할 경우, 문화는 인간 뿐 아니라 원숭이나 고래, 또는 앵무새 같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타나는 집단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라면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화를 갖는 동물들에게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최근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집단 학습 및 모방 행동이 초파리와 같은 곤충들에게서도 발견되었다1, 2. 프랑스 툴루즈 대학의 에티엔 당샹 (Étienne Danchin)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에도 짝을 선택할 때 트렌드세터 개체가 있고, 추종자 개체들이 이를 모방하고 후대에 전달하여 그 특정 집단만의 “짝짓기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밝혀내어 Science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였다3.

이런 식으로 사회적 학습에 의해 습득되어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문화적 전통”이라는 집단 행동이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는 여태까지 원숭이의 털고르기 패턴이나 고래나 앵무새의 노래 방식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곤충과 같은 하등한 지능을 가진 동물에게도 그런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당샹 교수 연구팀에서는 짝짓기 경험이 없는 초파리 암컷을 “옵저버” 그룹으로 두어, “데몬스트레이터”그룹의 암컷이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관찰하도록 하였다. 이 때 수컷에게 핑크색 또는 초록색을 칠해서 암컷이 특정 색의 수컷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를 관찰한 옵저버 그룹의 암컷이 자기 차례가 됐을 때 이전 암컷이 짝짓기를 했던 수컷과 같은 색의 수컷을 간택하는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다음 단계 실험으로, 열 두 마리의 옵저버 암컷을 컨테이너에 한 마리씩 두고, 그 주위에 특정 색깔의 수컷에만 편향되어 짝짓기를 하려는 데몬스트레이터 암컷으로 둘러싸이게 두어 그들의 짝짓기를 관찰하도록 하였다. 다음 차례가 되었을 때, 옵저버 암컷들이 데몬스트레이터가 되어 그 짝짓기를 다음 옵저버들에게 관찰시켰다. 이렇게 서른 여섯 번을 반복한 결과, 여기서 나타나는 특정 색깔에 대한 선호는 초파리 여덟 세대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이긴 하지만, 그룹 단위가 세대당 30마리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이와 같은 집단 학습에 의한 짝짓기 선호 패턴이 상당히 오래 계속되면서 그 규모 또한 오히려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만약 이와 같은 편향적 행동 패턴이 단지 유전적으로 코딩된 본능 또는 단순 자극-반응에 의해 나타난 행동 패턴에 불과한 것이 아닌, 집단 학습에 의해 나타나며 다음 세대로도 전해지는 현상으로서 야생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결국 “문화”라는 것이 알고 보면 포유류나 조류 등의 고등한 인지능력을 가진 동물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곤충과 같은 기초적인 지능만 갖고 있어도 가능한 보편적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말하자면, 문화는 뇌만 있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적 행동 패턴이라는 것.


참고문헌

1. Whiten, A. Culture and conformity shape fruitfly mating. Science 362, 998–999 (2018).

2. Schembri, F. Even fruit flies succumb to cultural dating pressures. Science (80-. ). (2018). doi:10.1126/science.aaw2228

3. Danchin, E. et al. Cultural flies: Conformist social learning in fruitflies predicts long-lasting mate-choice traditions. Science 362, 1025–10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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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칼 베르니케)
신경생물학 전공으로 필명이 말하듯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경향이 있으나 주제는 대체로 생물학, 특히 신경생물학에 편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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