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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48회>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기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8-11-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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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과 암1) >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아이코어(I-Corps) 프로그램2)을 소개하는 한국계 미국인 Jim Chung 박사3)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동 프로그램은 미국 내 연구자들에게 정부로부터 대규모의 연구비가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이 미흡하고 창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출범한 정부주도의 기술사업화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술사업화가 잘 안 되는 주원인으로 연구자들(Researchers)과 소비자들(Customers) 간의 큰 괴리(Gap)를 지목하고, 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기업가들(Entrepreneurs)처럼 생각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과정 중 4~6주간의 집중 훈련 캠프(Boot camp)는 많은 연구자들로부터 유익하다는 호응을 얻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소개되어, 현재는 한국형 I-Corps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4)

강의 말미에 프로그램을 통한 성공사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마이클 케이달(Michael Keidar) 교수가 소개됐다. 그는 ‘플라즈마’(plasma)를 연구하고 이를 인공위성의 추진체로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우주항공벤처기업(Vector 사)에 성공적으로 기술을 이전하였다. 플라즈마는 전자와 이온이 분리되어 균일하게 존재하는 상태로서, 흔히 고체, 액체, 기체 이외의 제4의 물질상태라고 일컬어지는 물질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달 교수는 플라즈마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기술인, ‘저온 플라즈마 기술(Cold plasma technology)’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여 벤쳐케피탈로부터 거액의 자금(한화로 약 58억원)을 지원받았으며 대표적인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로 주목받게 되었다.5) 그는 생물학자들과 만나 협력하면서 플라즈마 기술을 암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6) 국내에서도 플라즈마를 활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성과가 있었던 것7)을 보면 플라즈마 의학(Plasma Medicine)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그나저나 케이달 교수는 공학자들이나 물리학자들이 아닌 낯선 분야의 생물학자들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훌륭한 기술사업화지원 프로그램(I-Corps) 덕분이었을까? 그렇더라도 그 낯선 만남을 극복하고, 다학제적 협력연구를 추진하여, 본인의 핵심기술이 인공위성에서부터 암 치료에까지 쓰이는 성과를 이뤄낸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일본인과 한국인, 미국인과 아랍인, 기독교신자와 불교신자, 어른과 아이,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예전에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단기연수를 갔을 때의 일이다. 연구자들과 연구행정가들이 모이는 회의에 초대되어 갔는데,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깜작 놀랐던 일이 있다. 70~8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는데 그야말로 백인백색의 모습이었다. 남녀 성별의 다양함은 물론이요,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 할머니에서부터 젊은 남녀까지, 다양한 피부색(아마도 다양한 국적), 옷차림, 헤어스타일, 화장품 냄새까지... 한국에선 종종 비슷한 옷을 입고, 동일한 피부색,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헤어스타일, 화장품 냄새도 그리 다르지 않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던 경험을 가진 내가 그런 회의장에 들어가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대 여성 직원이 70대 할아버지 부서장과 대등한 입장에서 자연스럽고 점잖게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다양성을 감내하고 낯선 사람들과도 기꺼이 함께 협력하며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저들의 저력은 그런 모습 속에 있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남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당신부터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참신한 활동이나 사고에 마음을 노출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편해야 한다.” - 제임스 듀이 왓슨8)

단풍잎들이 비에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니 벌써 가을이 깊다. 더운 여름 지나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낯선 추위에 미리 대비하라고 가을이 있는 것이리라. 주말에는 감기 걸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김장’이라는 낯선 일을 하러 가봐야겠다.



 

※ 참고자료
1) 중2 딸이 그린 그림
2) https://www.nsf.gov/news/special_reports/i-corps/
3) https://newventure.gwu.edu/jim-chung
4) https://www.nrf.re.kr/biz/info/notice/view?nts_no=101872&biz_no=186&search_type=ALL&search_keyword=&page=8
5) https://gwtoday.gwu.edu/michael-keidar-installed-james-clark-professor-engineering
6) https://www.youtube.com/watch?v=Yb1ULhIm394
7)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290867&Board=news
8)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제임스 듀이 왓슨,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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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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