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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암세포는 포식자가 먹이 찾듯 이동한다
의학약학 기초과학연구원 (2018-11-09 09:22)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의 외국인 부부 연구자가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인 레비워크(Lévy walk)를 통계적으로 규명해 공동교신저자로 함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 암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레비워크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통계적 분석으로 확인했다.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전략을 전이 암세포도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제 공동 연구진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린 살아있는 쥐에서도 전이 암세포의 레비워크 이동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암 전이 원리를 밝히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고, 방향성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전이 암세포가 비전이 암세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데이터를 모은다 하더라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IBS를 비롯해 미국, 폴란드 연구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보통 2차원 접시에서 이뤄지던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했다. 실제 몸속에서도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세포가 앞뒤로 움직일 트랙(track)을 유리 평면 위에 구현했다. 트랙 외에는 금과 자기조립단층(SAM)을 입혀 세포가 붙지 않고 트랙 안에만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평면에서 움직이는 세포 움직임은 방향 전환 시점을 구분하기 어려워 한 걸음을 정의하는 데 모호함이 있었던 반면 이 방법은 세포의 방향 전환 시점과 한 걸음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6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천~2만 개의 위치 데이터를 얻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해석은 IBS 콘스탄틴 폴레브(Konstantin Polev) 연구위원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이뤄졌다. 폴레브 연구위원은 “멱함수 분포(power law), 절단된 멱함수 분포(truncated power law), 아카이케 가중치(Akaike weights) 등 다양한 모델을 적용해 해석한 결과 전이 암세포가 나타낸 움직임의 누적 빈도분포가 레비워크를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실험에서 관찰한 레비워크가 실제 조직 내에서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고자 살아있는 쥐 피부에 흑색종 세포를 도입하고,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해 전이/비전이 세포의 이동을 관찰했다. 기록을 토대로 구역을 나눠 양적 분석을 시도한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지만, 종양 부위로부터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의 경우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함이 관찰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생물학 부문을 맡은 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연구결과로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암세포 전이 원리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암 전이를 막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연구를 총괄한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미래에는 세포 움직임을 수정하는 RNA 기술과 이를 관찰하는 통계물리학의 조합으로 세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329)에 10월 31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저널명
Lévy-like movement patterns of metastatic cancer cells revealed in microfabricated systems and implicated / Nature Communications

저자정보
 
Sabil Huda, Bettina Weigelin, Katarina Wolf, Konstantin V. Tretiakov, Konstantin Polev, Gary Wilk,  Masatomo Iwasa, Fateme S. Emami, Jakub W. Narojczyk, Michal Banaszak, Siowling Soh, Didzis Pilans, Amir Vahid, Monika Makurath, Peter Friedl, Gary G. Borisy, Kristiana Kandere-Grzybowska* & BartoszA.Grzybowski*

연구내용 보충설명

■ 레비워크(Lévy walk): 프랑스 수학자 폴 레비(Paul Levy)의 이름에서 유래된 용어. 상어, 꿀벌, 해파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이 한 지역에서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방향을 전환하며 움직이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해 먹이를 찾는 등 무작위적 행동 패턴이나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굶주린 상어가 먹이를 찾을 때 주변 지역을 샅샅이 탐색하다가 가망성이 없으면 간헐적으로 멀리 새로운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 실제 몸속에서 세포는 섬유질을 따라 움직인다. 1차원 움직임 관찰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오랜 시간 세포의 이동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모아 직접 개발한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이론적인 해석을 가미해 결과를 발표했다. 

■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3시간 동안 특정 세포 이동만 관찰하는 것은 고도의 광학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고해상도로 현미경이 투사할 수 있는 거리가 피부로부터 600마이크로미터 이내이기 때문에 흑색종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세계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험실이 매우 적어 네덜란드 Radboud 대학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생물학에서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굉장히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고, 현미경 기술이 덜 발달했을 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은 단순한 확산이 아닌 것으로 추정됐으나, 정확히 분석된 바 없었다. 처음에 1차원에서 세포 이동을 추적했을 때는 이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관찰된 레비워크 패턴을 수치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통계적 분석을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어려웠던 점] 문제들을 해결하며 데이터를 얻는 데도 여러 해가 걸렸지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설득이었다. 아무도 논의한 적 없는 내용을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 데이터를 분석하는 옳은 방식과 모델을 찾는 데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선 통계적 방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이다.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엄밀한 통계법이 없었다면 연구 자체의 의미가 훨씬 적어졌을 것이다.

[연구 과정] 이번 연구는 교신저자들이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 있을 때 시작한 연구로, 1차원 세포 이동 실험이 대부분 이때 이뤄졌다. 후에 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여러 통계 모델을 개발하는 초기 작업에는 폴란드 연구팀이 기여했다. 통계적 분석의 후기 작업과 엄밀한 통계 모델 개발의 결정적인 역할은 IBS 연구진의 콘스탄틴 폴레브(Konstantin Polev, 제 5저자)가 담당했다. 살아있는 쥐에서의 흑색종을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이미징은 네덜란드 연구팀이 맡았다. 전반적인 연구 기획과 저술을 교신저자가 했다.

[향후 연구계획] 같은 세포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나타내는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 더 다양한 시스템에서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다.

1차원에서의 암세포 이동 및 레비워크와 단순 확산 비교
[그림 1] 1차원에서의 암세포 이동 및 레비워크와 단순 확산 비교

 (왼쪽)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암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1차원 트랙(track)을 금 입자와 자기조립단층을 이용해 만들었다. 각 트랙의 너비는 20 마이크로미터로 세포 움직임을 촉진하는 물질(Laminin)을 입혔다. 트랙 외 구역은 금 위에 세포 부착을 방지하는 물질 (oligo(ethylene glycol)-terminated alkyl thiols)의 자기조립단층으로 덮여 있다(오른쪽 모식도).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세포는 앞과 뒤로 방향을 바꾸며 트랙 안에서만 이동한다. 약 15시간 동안의 이동을 추적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모았다.
 (가운데) 연구진은 실험에서 세 가지 암(전립선암, 유방암, 흑색종)의 전이/비전이 세포를 사용했다. 그 중 전이 암세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록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작은 움직임을 반복하다 이따금씩 먼 거리를 갑자기 이동(점프)하는 ‘레비워크’를 보였다. 비전이 암세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록한 그래프(오른쪽)와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비전이 암세포의 이동은 비슷한 길이의 작은 움직임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전이/비전이 암세포 이동 그래프와 이동성 분석
[그림 2] 전이/비전이 암세포 이동 그래프와 이동성 분석

 유방암 전이 암세포 MDA-MB-231의 시간에 따른 위치를 나타낸 그래프 (a)의 세로 축은 위치를, 가로 축은 시간을 나타낸다. 일정 시간동안은 위치 변화가 거의 없다가 또 어느 시간대엔 큰 위치 변화를 만드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주황색 그래프를 예로 들면 200~550분 사이에는 위치 변화가 크지 않은 ‘작은 걸음’이 반복되고, 550~730분 사이에는 크게 이동하는 ‘긴 걸음’을 보인다. 730~770분 사이에도 작은 걸음이 반복된다. 반면 유방암의 비전이 암세포 MCF-7는 오랜시간 매우 미세한 위치변화만을 보였다는 것을 그래프 (b)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래프 (c)는 시간에 따른 평균제곱변위(mean squared displacement) 데이터를 세포 종류별로 나열한 것이다. 가로 축은 시간, 세로 축은 특정 시점에서 각 세포의 변위를 제곱해서 평균 낸 값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발점에서 얼마나 많이 움직였느냐가 기울기로 표현된다. 기울기가 α=1 선보다 작으면 확산 운동, 그 이상은 수퍼-확산 운동, α=2 선보다 가파르면 탄도 운동으로 규정한다. 레비워크는 수퍼-확산 운동에 속하는데, 이번 실험에서 비전이 암세포의 그래프는 α=1 보다 기울기가 작고, 전이 암세포 그래프 기울기는 1<α<1.6 사이를 나타냈다.

살아있는 쥐에서 비전이/전이 암세포 이동 세포 이미지
[그림 3] 살아있는 쥐에서 비전이/전이 암세포 이동 세포 이미지

 실제 쥐에서 흑색종이 퍼지는 모습을 3시간 동안 찍은 다음, 150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구역을 나눠 이동 양상을 살폈다. 녹색은 종양세포의 핵, 붉은 색은 혈관, 파란 색은 콜라겐을 나타낸다.
 사진의 위쪽이 비전이 세포, 아래쪽이 전이 세포의 이동 양상을 보여준다. 두 종류 세포 모두  세포 가닥을 지배적으로 형성하고 있으나, 아래 전이 세포가 zone 3~4에서 더 이동거리가 길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전이 암세포의 1차원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해 통계적으로 레비워크를 입증한데서 더 나아가 살아있는 동물에서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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