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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당내성이 먼저냐, 낙농이 먼저냐?
의학약학 양병찬 (2018-11-07 09:29)
장내미생물과 발효유의 비밀: 유당내성이 반드시 낙농에 선행하는 건 아니다.

A woman milks a cow on the flat plains of Mongolia. People living here have ingested dairy products for millennia despite being lactose intolerant, a new study of ancient genes and proteins shows.
A woman milks a cow on the flat plains of Mongolia. People living here have ingested dairy products for millennia despite being lactose intolerant, a new study of ancient genes and proteins shows. / @ get lost Magazine

3,000여 년 전, 몽골리아 초원에는 말, 양, 소(또는 야크)가 산재(散在)해 있었다. 사육자들은 가축을 먹고, 그 뼈를 자신과 함께 묻음으로써 그들을 예우했다. 이제 오래된 치아에 축적된 물질의 첨단분석을 통해, 초기 몽골인들이 가축의 고기뿐만 아니라 젖도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언뜻 들으면, 그게 뭔 대순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DNA를 분석해본 결과, 성인(成人)들은 젖의 주요성분인 유당(lactose)을 소화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발견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종종 언급되는 '유당내성(lactose tolerance)/락타아제지속성(lactase persistence)의 진화과정설(說)'에 도전장을 던진다. "우리는 선행연구들을 통해, 락타아제지속성이 나타나기 4,000년 전에 낙농(dairying)이 행해졌음을 알고 있다. 이제 몽골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과정이 해명되었다"라고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사연구소(MPI-SHH: Max-Planck-Institut für Menschheitsgeschichte)의 크리스티나 바리너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껏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좀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우리가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매튜 콜린스(고단백질체학)는 논평했다.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 유당 소화능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목축민들의 경우, 문화와 DNA가 공진화(共進化)함으로써 그 스토리가 바뀌었다. 사람들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이것을 '락타아제지속성'이라고 한다)"을 제공한 변이(mutation) 덕분에, 그 변이을 보유한 사람들은 지방과 단백질을 1년 내내 풍부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낙농은 그 적응(adaptation)과 함께 전파되어, 유럽, 동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참고 1), 그리고 중동의 유목민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졌다.

그러나 전 세계의 문화적 관습(cultural practice)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이러한 통념(참고 2)에 의문이 생겼다. 예컨대 현대 몽골리아의 경우, 전통적인 유목민들이 칼로리의 1/3 이상을 유제품에서 얻고 있다. 그들은 일곱 가지 포유동물의 젖을 먹으며, 다양한 치즈, 요거트, 기타 발효유 제품(당나귀젖으로 만든 알코올 포함)을 생산하고 있다. "당신만 가축의 젖을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라, 몽골리아 사람들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중 95%는 유당불내성을 갖고 있다"라고 바리너는 말했다.

바리너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설 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 급 궁금해졌다. ① 몽골리아에서는 낙농이 최근 발달했다. ② 초기 몽골인들이 락타아제지속성을 획득한 후 낙농을 발달시켰으며, 그 후 인구이동(population turnover) 과정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을 상실했다. [즉, 몽골리아 지역에 거주하던 고대인들은 얌나야(Yamnaya) 유목민들에게서 락타아제지속성 변이를 획득했다. 얌나야 유목민들은 약 1/3이 락타아제지속성을 갖고 있었으며, 지금으로부터 5,000천 년 전 중앙유라시아 초원에서 출발하여 동쪽과 서쪽을 휩쓸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바리너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슴 거석-키릭수르 복합지(DSKC: Deer Stone-Khirigsuur Complex)에 속하는 몽골리아 북부의 여섯 개 도시에서 출토된 인간의 유해를 분석했다. (DSKC란 기원전 1300-900년 전의 문화로, 봉분을 세우고 거석으로 표시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 일대의 유목민들은 영구적인 구조물을 거의 세우지 않았고, 지속적인 바람이 유물(예: 도자기 조각, 쓰레기 구덩이)과 함께 토양을 제거하는 바람에, 식생활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매우 드물다. 그래서 MPI-SHH의 연구자 셰반 빌킨은 아홉 개 골격에서 치석(dental calculus: 치아에 축적되는 단단한 플라크)을 채취하여, 핵심 단백질을 분석했다. "치석에 대한 단백질체학(proteomics)은, 두엄이나 난로 없이도 식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라고 바리너는 말했다.

단백질 분석 결과, 양, 염소, 소(야크나 암소)의 유단백질(milk protein)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치아와 다리뼈의 DNA를 분석해본 결과, 그 유목민들은 유당불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들은 얌나야의 DNA를 극미량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이번 주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참고 3). "그들은 락타아제지속성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물들을 낙농에 이용했다"라고 콜린스는 논평했다.

"유제품과 DNA의 이 같은 불일치는 몽골리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제시카 헨디는 말했다. 최근 터키의 차탈회위크(에서 발굴된 도자기에서도 유단백질이 검출되었는데, 그 연대는 무려 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락타아제지속성이 나타나기 4,000년 전 이미 가축사육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유단백질은 어디서나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경이로운 문화진화(cultural evolution)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고 콜린스는 말했다.

현대 몽골인들은 (유당을 소화해 주는) 장내미생물 덕분에 유제품을 소화할 수 있고, 우유를 발효하여 요거트와 치즈를 만들며, 그밖에 서구인의 식단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유제품을 섭취하고 있다. 고대 목축민들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의 제어와 조작이 이러한 혁신의 핵심이다"라고 바리너는 말했다. "그들이 낙농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안팎(체내와 체외)에서 미생물을 강도 높게 제어했기 때문이다."

한때 '락타아제지속성과 낙농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유전학자들은 연구실로 돌아와, 그러한 적응이 일부 낙농민족에서 흔한(그리고 선택된 것이 분명한) 반면, 다른 민족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화적 해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면, 자연선택의 신호는 왜 존재하는 걸까?"라고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의 요아힘 부르거는 반문했다.

'낙농이 몽골리아에 전파된 과정'도 미스터리다. 얌나야족의 유전적 서명(genetic signature)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은, 그들이 청동기 시대에 많은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을 대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몽골리아 서쪽의 알타이 산맥에서 발길을 멈춘 것 같다. "그 시기는 문화적으로 매우 역동적이었다. 그러나 사람 자체는 변화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바리너는 말했다. '얌나야가 동아시아에 유전자를 퍼뜨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 낙농)를 전파한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참고 4). "그 지역의 부족 중 하나가 초원의 생활방식을 채택했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번 연구의 놀라운 결과는 연구진에게 다음 연구과제를 제시했다. 그것은 첫째, "몽골인과 다른 전통적 낙농문화가 미생물을 이용하여, 우유를 소화함과 동시에 유당내성을 불필요하게 만든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이다. 둘째, “수백 가지의 미생물 중에서 어느 것이 그 과정에 기여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495257/
2.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31063
3. http://www.pnas.org/content/early/2018/10/31/1813608115
4. https://blog.naver.com/with_msip/221392961074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1/how-can-you-eat-dairy-if-you-lack-gene-digesting-it-fermented-milk-may-be-key-an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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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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