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G-WINDOW 처리영역 보기]
즐겨찾기  |  뉴스레터  |  오늘의 정보 회원가입   로그인
BRIC홈 동향
버그알림
스폰서배너광고 안내  배너1 배너2
전체보기 Bio통신원 Bio통계 BRIC View BRIC이만난사람들 웹진(BioWave)
목록
조회 728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바이오통신원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선택,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
생명과학 곽민준 (2018-11-07 09:34)
괴물
[그림 1] 영화 ‘괴물’ 속 괴물

 “시험도 끝나고 여유가 생긴 어느 오후, 넷플릭스로 영화 ‘괴물’을 다시 봤다. 흔하디흔한 소재로 가족 간의 사랑은 물론 정치풍자까지 깔끔하게 담아낸 감독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비롯한 여러 작품의 소재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주 이용되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에 대중이 기대하는 X맨을 등장시킬 유전공학의 시대가 오게 될지, 아니면 그 부작용으로 괴물이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돌연변이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대부분의 SF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약물복용만으로 사람의 몸집이 갑자기 커지고 힘이 세지는 것 역시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급격한 개인의 변화가 아닌 생태계 전체의 변화로 초점을 옮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도 작은 돌연변이가 생물의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화가 우리의 상상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돌연변이가 진화의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돌연변이는 환경에 대한 생명의 적응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 역할을 하는, 자연선택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연선택이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정작 돌연변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pangenesis라는 재미있는 가설을 통해 진화의 시작점인 변이의 탄생을 설명했다. 다윈은 생물의 온몸에 퍼져 있는 ‘gemmule’이라는 유전 입자가 생식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지고, 이것이 다시 자손의 몸 전체로 퍼지며 형질이 유전된다고 주장했다(그림 2). 그는 또한 자연선택으로 조금씩 축적된 gemmule의 변화가 생명의 진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윈과 멘델의 이론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유전적 변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네덜란드 식물학자 드 브리스의 돌연변이설이었다. 드 브리스는 다윈의 주장대로 유전 입자가 연속적이고 점층적으로 변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전 입자는 거의 항상 같게 유지되며, gemmule이 아닌 쉽게 변하지 않는 pangen이 진정한 유전 단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pangen에 발생하는 흔치 않은 변화, 즉 돌연변이가 생물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찰스 다윈의 Pangenesis 가설
[그림 2] 찰스 다윈의 Pangenesis 가설 (출처: Wikipedia by Ian Alexander)

 그러나 드 브리스의 주장 역시 틀린 부분이 아주 많다. 결정적으로 한 두 번의 작은 변화 때문에 급격한 진화가 일어난다는 그의 생각은 도약진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는 우연에 의해 발생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긴 시간 동안 축적되고 선택되어 환경에 대한 적응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혹시 정말 돌연변이가 생명의 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직접 매우 간단한 수학적 계산을 해보면 된다. 먼저 하나의 형질을 결정짓는 두 대립유전자 A와 a가 집단 내에서 각각 0.9와 0.1의 비율로 존재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만약 이 집단에 1/10000 확률로 A가 a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A의 빈도는 조금씩 낮아지지만, 반대로 a의 빈도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의 [그림 3]과 같다.

집단에 미치는 돌연변이의 효과
[그림 3] 집단에 미치는 돌연변이의 효과(출처: 그림 아래)

 위의 조건에 따라 집단이 1000세대를 거치면 A의 빈도는 0.81, a의 빈도는 0.19에 가까워지게 된다. A 형질을 보이는 사람이 90%, a 형질을 보이는 사람이 10% 존재하던 한 집단이 1000세대가 흐른 후, 돌연변이의 영향으로 A 형질 81%, a 형질 19%를 가지도록 변화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돌연변이는 집단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진화를 유도한다. 그러나 보이듯이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사람으로 치면 거의 3000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 동안 고작 9%의 사람만이 변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1/10000이라는 돌연변이 발생 확률은 자연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실제로 돌연변이가 생명의 적응적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이보다도 훨씬 더 힘든 일이라는 얘기다. 

 돌연변이의 영향이 생각보다 너무 약하다는 것에 많은 독자가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고작 이 정도의 힘밖에 가지지 못하는 돌연변이가 진화의 핵심 요소라는 것에 이제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의 수치적 계산에서는 진화의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바로 자연선택 말이다. 

 자연선택을 고려하지 않고 돌연변이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 돌연변이는 자연선택과 함께할 때 그 진정한 힘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2010년 Genetica에 발표된 논문 속 실험을 예시로 들어 그 강력한 힘을 설명해보겠다1). 연구진은 초파리를 NaCl 환경에 노출해 먼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농도가 약 4% 정도까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낮은 농도의 NaCl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을 이용해 원래는 치사 농도인 5%에서도 살 수 있는 초파리를 진화시키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1~4% NaCl을 견뎌낸 초파리를 여섯 집단으로 나눈 후, 그중 네 집단을 NaCl에 노출해 그에 따른 선택압이 가해지도록 만들었다. 나머지 두 집단은 NaCl에 대한 선택압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지내도록 했다. 그렇게 30세대를 기른 후, 연구진은 5% NaCl 환경에서 각 집단의 생존율을 확인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NaCl에 대한 선택압력이 가해진 네 집단([그림 4] 아래쪽 붉은색 바)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집단([그림 4] 위에서 2, 3번째 바)과 대조군([그림 4] 위에서 첫 번째 바)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NaCl에 노출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각각 자연선택이 존재하는 집단과 존재하지 않는 집단을 대표한다. 대조군은 돌연변이가 없는 집단을 나타낸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자연선택이 존재할 때, 돌연변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해지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자연선택은 돌연변이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림 4] 자연선택은 돌연변이의 효과를 극대화한다1).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돌연변이의 문제점이 혼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뿐만은 아니다. 사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돌연변이가 생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형질이 환경에 맞게 적응해 온 기존의 성질보다 환경에 더 적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그 개체의 생존율은 확실히 떨어지게 된다. 돌연변이는 높은 확률로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생존에 오히려 위협이 되는 돌연변이가 도대체 어떻게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적응 과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이번에도 자연선택에 숨겨져 있다. 오리건 주립 대학의 한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돌연변이의 축적과 자연선택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했다2). 이들은 자연선택의 영향 없이 돌연변이만이 집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선충들을 200세대 동안 길렀다. 이동안 선충들의 생존율은 대조군과 비교해 매우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후 자연선택이 발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었고, 이들의 생존율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해 불과 80세대 만에 대조군을 따라잡았다(그림 5).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의 상호작용은 집단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
[그림 5]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의 상호작용은 집단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2).

 이 연구는 돌연변이가 자연선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함께 존재할 때 예쁜꼬마선충의 생존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이는 생존에 불리한 것들이 대부분인 돌연변이 중 집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소수의 돌연변이며, 이는 자연선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요약하자면, 돌연변이 혼자서는 집단에 별다른 변화를 줄 수 없을뿐더러 그 대부분은 부정적이고 생존에 불리한 것들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이 있기에 실제 자연에서 돌연변이는 집단에 크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연한 사건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연의 ‘선택’ 덕분이라는 얘기다.

 어쩌면 이는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한 강연에 참여한 필자는 앞으로 맞이해야 할 한국 과학계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답변에 조금 당황했다. 그는 대전 엑스포 때부터 시도된 한국의 우주인 사업이 현실화될 리 없으며, 본인이 우주에 갈 일 역시 당연히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우주에 다녀왔고, 이처럼 안 될 거로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 못 가진 것에 불만을 품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는 태도를 보여보자고 말했다.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에게 화를 낼 수 있는 건 사실 그들이 옆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며, 옆에 누가 없는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물론 나보다 못한 이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위안하거나, 자신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 그저 만족하는 것이 꼭 좋은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인의 환경과 상황을 탓하며 아무것도 안 하고 모든 것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을 거다. 본인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스스로 그 환경을 바꿔가야 하고, 사회가 마음에 안 든다면 앞장서서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마 이소연 박사도 이런 맥락에서 답변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돌연변이를 통한 자연의 진화가 주는 교훈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돌연변이는 정말 우연히 발생한다. 그 우연한 발생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운명에도 이유가 없다. 어느 집안과 사회에서 어떤 외모와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지는 모두 순전히 우연에 의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돌연변이와 진화가 그러하듯이 사람의 우연과 인생에도 ‘선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연선택이 긍정적인 소수의 돌연변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만든 것처럼 개인의 선택이 본인이 처한 환경의 장점과 자신만의 뛰어난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비슷한 자들이 항상 같은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인생에서 우연과 운이 핵심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이는 자신의 노력과 선택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어떤 이들은 객관적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든 조건에서 생활한다. 그들에게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끔찍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필자는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소연 박사의 말처럼, 몇 안 되는 긍정적인 돌연변이를 찾아내 발전시키는 자연선택처럼, 나의 인생에서 그나마 나은 구석,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요소를 찾으려는 자세를 가져보자는 이야기다. 

 자신의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이들은 본인의 긍정적인 우연과 기회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선택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사람의 인생이 ‘운칠기삼(운이 7이면 기술이 3)’일지라도 그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은 3이라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가지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며 자기계발에 힘쓰는 자세를 보여보자.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참조]
1) Mingcai Zhang, Priti Azad, Ronny C. Woodruf, “Adaptation og Drosophila melongaster to increase NaCl concentration due to dominant beneficial mutations”, Genetica(2010).
2) Suzanne Estes, Michael Lynch, “Rapid fitness recovery in mutationally degraded lines of Caenorhabditis elegans.”, Evolution(2003)
  추천 2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보기 >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과학을 왜 몰라주는 거에요? -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
고등학생 생명과학 과외에서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 단원을 가르치고 있었다. 열심히 수업하던 도중 문득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과학 2를 선택한 소수 학생을 제외하면 생명현상의 핵심...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백신의 진화 - 종두법에서 항암치료까지
디즈니랜드는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장소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여러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3년 전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는 홍역...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 경쟁사회에서 다양성의 사회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와 가장 큰 그림인 ‘가나의 결혼식’은 서로를 마주 보도록 큐레이팅 되어있다. 박물관에 방문한 지난겨울, 이 두 작품의 전시를 직접 마주한 필...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댓글 0
등록
한국관광공사
5년전 오늘뉴스
[신기한 곤충이야기]128. 위협적인 외래 종, 등검은말벌
암 전이와 관련한 Snail1과 LOXL2의 기능 조명!
야한 엄마의 아들이 더 섹시하다는데... 자유로운 性的 환경서 태어난 수컷...
위로가기
동향 홈  |  동향FAQ  |  동향 문의 및 제안
 |  BRIC소개  |  이용안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BRIC. All rights reserved.  |  문의 member@ibric.org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RSS서비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