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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5일에 한 편씩 논문 쓰는 수천 명의 과학자들
종합 양병찬 (2018-09-14 09:28)

1년에 총 70편씩이나! 그들은 어떻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과학계의 스티븐 킹이라고나 할까? 일부 과학자들은 보기 드문 다작(多作) 연구자들이다. 1년에 72편, 그러니까 약 5일마다 한 편씩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니 말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통계학자 존 이오아니디스는 그들 중 일부가 과학계를 비합리적 경쟁구도로 몰고 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학술저널 데이터베이스인 Scopus를 파헤쳐, 2000년~2016년 사이에 논문을 대량으로 찍어낸 265명의 초다산 저자들(hyperprolific authors)을 찾아냈다. 그리고 2001년 이후 그들의 수가 극적으로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이오아니디스 팀은 그런 과학자들 중 81명과 접촉하여, '누구를 논문의 저자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엄격한 지침을 준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음을 알아냈다. 이에 《Science》에서는 이오아니디스와 인터뷰를 통해 《Nature》에 실린 그의 보고서(참고 1)가 과학계에 일으킬 파장을 논의하고,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그의 고견을 들었다. 인터뷰 내용은 지면 제한과 명료성을 감안하여 편집되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Q. 그렇게 많은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리려는 사람들의 저의가 뭘까?
A. 일부의 경우, '출판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공포감, 또는 '좀 더 많은 연구비를 따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접적인 금전적 인센티브 때문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저널(특히, 영향력 있는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들에게 돈을 준다. 그들이 받는 돈은 월급의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초다산 저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출판하지 않으면 망한다'가 아니라, '출판하면 흥한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Q. 논문 저자권(authorship)의 원칙은?
A.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서, 논문에 저자로 등재되려면 엄격한 기여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직접 집필한다든가, 연구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든가, 실험을 수행한다든가, 결과 해석을 돕는다든가. 또한 최종 버전을 읽고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많은 분야에서 발견된 다산 저자들의 경우,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Q. 다른 분야보다 초다산 저자의 수가 많은 분야가 있나?
A. 우리가 발견한 초다산 저자들 중 약 절반이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었다. 그 분야에는 몇 가지 관행이 있다. 예컨대, 많은 연구자들이 - 심지어 연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 저자로 등재되는 것을 격려하거나 최소한 용인하는 관행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야(예: 역학)의 경우,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여러 사람에게 분석을 분담시키므로,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많은 논문이 출판될 수 있다.

Q. 초다산 저자들이 과학계를 비합리적 경쟁구도로 몰아가고 있는가?
A.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악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많은 분야의 기준이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심장학자들이 주요 임상/연구센터의 우두머리가 되면, 그들의 저자권은 10배로 상승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기관에서 발표되는 논문에는 그들의 이름이 자동으로 등재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행이 엄밀한 저자권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지만, 해당 분야에서는 일종의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다.

Q. 초다산 저자들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뭔가?
A. 저자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연구자의 평판(credit)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responsibility)이다. 나는 과학계가 최근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평판에 대해 말하면, 학계의 저자권 기준이 모호하고 특이하고 비표준적(nonstandardized)이라면, 그건 500가지 상이한 화폐가 통용됨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책임에 대해 말하면, 재현성(reproducibility)과 품질(quality)의 문제가 수반된다. 논문에 기여한 사람의 수가 그렇게 많다면, 논문의 재현성과 품질에 대해 실제로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Q. 초다산 저자들은 지금껏 해당 분야의 관행을 어떻게 정당화해 왔나?
A. 그들은 심사숙고 하고 있으며, 문제점을 나름 인정한다. '출판하지 않으면 망한다'든지 '연구비를 따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저자권 기준을 느슨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게다가 저자권을 인정해 준다는 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심지어 자기 이름만 논문에서 빠졌다고 삐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며, 시스템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A. 가장 필요한 것은 투명성(transparency)이며, 과학계 전반에서 '누구의 공로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점이 도출되어야 한다. 첫째, 저널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저자권을 추적하는 시스템에서는 부분적 공헌(fractional credit)이라는 개념을 검토해 봐야 한다. 예컨대 논문에 등재된 저자들의 수가 많다면, 개별 저자들의 공헌도를 하향조정해야 한다.
또한 공헌도에 대한 기술(description)이 좀 더 정확해져야 한다. 예컨대 한 편의 논문에 524명의 저자들이 등재되어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시추에이션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쉼표나 마침표 하나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과학자들이 실제로 한 일을 좀 더 명확히 인식하여, 공헌도를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Q. 솔직히 물어보자. 당신은 초다산 저자인가?
A. 나는 이번 분석에 포함된 초다산 저자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논문을 꽤 많이 출판하는 사람’중 1人이라고 생각한다. 1년에 최고 50편쯤 쓰니 말이다. 이건 나보다 많이 쓰는 사람들이 약 3만 명이라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1년에 한 편 이상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약 2,000만 명이다.

존 이오아니디스
존 이오아니디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6185-8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9/some-scientists-publish-more-70-papers-year-here-s-how-and-why-they-d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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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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