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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통신원   
[암(癌)에게서 배우다] <44회> 일 중심 vs 사람 중심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8-09-14 09:45)


< 암환자 돌봄1) >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2)

보건복지부가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이미 부처 내에 커뮤니티 케어 추진본부가 꾸려졌고 현장전문가들과 협력하여 곧 실행 가능한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들이 대형 병원이나 시설 입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있는 집에서 때로는 그룹 홈에서 돌봄(Care)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와 보조를 맞추어 암 전문 국가기관에서도, 의료, 보건 및 복지 시스템을 연계하여 지역사회가 암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3) 암의 원인 규명, 치료법 개발 등 ‘암 자체’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암을 경험한 암생존자(Cancer Survivor)나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암환자 등 ‘암환자’ 중심의 돌봄도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경우, 총연구비의 80% 가량을 외부 암연구자들의 암 연구 지원(Grant)에 사용하고 있는데, 암생물학연구(Cancer Biology) 등 암 자체를 연구하는 분야뿐만 아니라 암관리 및 인구과학(Cancer Control and Population Sciences) 분야에도 투자함으로써 암생존자(Cancer Survivor)의 삶의 질 증대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4) 우리나라 암 전문 국가기관도 국가암관리사업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암생존자지원과를 두고 있다.5)

암 연구도 암 자체 연구에서 암생존자나 암환자 케어까지 아우르는 것이 바람직할진대, 가끔 나는 ‘일’ 자체에 집중하느라 ‘사람’을 놓칠 때가 있다.

얼마 전 아내가 버스정류소 부근에서 잠시 승용차를 주차 중에, 마을버스가 승용차를 보지 못하고 후진하여 부딪치는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운전 경력이 짧은 아내는 최선을 다해 급한 대로 수습을 하였고, 차를 몰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상황설명을 하며 내가 나서서 마을버스 운전자와 필요한 협상을 하고 사고처리를 마무리 해주길 원했다. 아내는 얼굴이 약간 상기되긴 했으나 언뜻 상태가 괜찮아 보였고 본인도 심하게 부딪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을버스 기사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실비용을 배상하겠다는 대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내의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무의식적으로’ 나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엄청난’ 불행의 시작이었다.

“근데 왜 보험처리를 안 한 대? 사고경력을 안 남기려고 그러나? 기사 핸드폰 번호는 잘 받아놨고? 나중에 합의하자고 한 거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부터 시작해서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의 차이를 알려주며 이렇게 저렇게 유의하라는 유의 책, 때론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는 유의 책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읽었던가? 지식을 습득하고 소화하여 지혜롭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화성 사람인 남자는 본능적으로 수리공(Fix man)이다. 일처리를 통해 상황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앞서, 아내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금성 사람인 아내는 그런 사고방식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갈 뿐더러 내 반응에 너무나도 서운해 했다. 어떻게 첫 반응이 ‘당신은 괜찮아? 가 아닐 수 있냐, 몸이 아프다고, 많이 놀랐다고, 꼭 말해야 아냐...(나중에 아내는 실제 목이 약간 뻐근하다며 일주일동안 물리치료를 받았고, 무엇보다도 당시 많이 놀라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절실했단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미안해‘ 란 말은 상황을 일도(전혀) 호전시키지 못했다. 진실만을 말하건대, 사고처리는 처리대로 신경 써 하면서, 한 일주일동안은 꼬박 아내가 그 얘기를 꺼내며 서운해 했다. 그때마다 나는 죄인이 되어 진지하게 죄를 뉘우쳐야 했다.

그깟 차 좀 망가지고 돈 좀 날리면 어떤가? 일과 사람이 함께 엮인 일이 닥치면 ‘일’보다 ‘사람’ 수습이 먼저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곧 추석이다. 연휴에는 평소 ‘일’ 중심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람’중심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평소에 자주 못 만나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와 쉼을 얻을 기회다.


일은 아쉬우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그리워진다.

 

 

※ 참고자료
1) 중2 딸이 그린 그림
2)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45617&page=1
3) http://www.ncc.re.kr/prBoardView1.ncc?nwsId=4094&searchKey=total&searchValue=&pageNum=1
4) https://cancercontrol.cancer.gov/
5) http://www.ncc.re.kr/main.ncc?uri=hq_enterpris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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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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