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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류의 조상을 마라톤의 달인으로 만든 유전자 변이
생명과학 양병찬 (2018-09-13 09:47)

코퍼 캐니언의 결투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베스트셀러 『본투런』과 세계적 울트라마라토너 스콧 주렉의 자서전 『잇 앤 런』에 보면, 멕시코 코퍼 캐니언(Copper Canyon)에 사는 전설의 인디언 부족 타라우마라족이 나온다. 스콧 주렉(왼쪽)은 2006년, 2007년 코퍼 캐니언에서 벌어진 50마일(80km) 산악마라톤에서 타라우마라족의 용사인 아르눌포(오른쪽)와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했다.

소파에 기대앉아 TV를 오래 시청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couch potato)과 달리, 인간의 유전체에는 장거리달리기 유전자가 내장되어 있다. 생쥐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발생한 변이 하나가 우리 조상들을 마라토너로 만들었으며, 영토를 정복하고 포식자를 피하며 궁극적으로 행성을 지배할 수 있는 지구력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상당히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했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얼 리버만(인간진화생물학)은 논평했다. "덕분에, 인류가 그렇게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한 퍼즐조각 하나가 채워졌다."

인류의 조상들은 먼저 독특한 사냥 방법으로 다른 영장류들과 차별화했다. 그들은 치타처럼 빠른 에너지 분출에 의존하지 않고, 영양(antelope) 등의 도망치는 동물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에너지를 고갈시킴으로써 제풀에 넘어지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능력은 300만 년 전 기후변화로 인해 아프리카의 삼림지대가 말라붙어 사나바가 된 상황에서 특히 유용했을 것이다. 리버만 등의 과학자들은 그런 장거리달리기를 가능케 한 골격변화(예: 롱다리)를 확인한 바 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우리의 조상들이 털가죽을 포기하고 땀샘을 확장한 것이 달리는 도중의 체온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듀크 대학교의 허먼 폰처(진화인류학)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인간의 지구력이 향상되는 데 기여한 세포변화(cellular change)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고 한다.

20년 전, 이와 관련된 단서가 제시되었다. UCSD의 의사 겸 과학자 아지트 바르키와 동료들은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초기 유전적 차이 중 하나를 찾아냈다(참고 1). 그것은 CMAH(CMP-Neu5Ac Hydroxylase)라는 유전자와 관련된 것인데, 다른 영장류들은 CMAH를 이용하여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시알산(sialic acid)이라는 당(糖) 분자를 생성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CMAH가 망가져, 시알산을 만들 수 없다. 그 후 바르키는 시알산이 염증(참고 2)과 말라리아 저항성(참고 3)과도 관련된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번에 수행된 연구에서, 바르키가 이끄는 연구진은 'CMAH가 근육과 달리기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왜냐하면 근육퇴행위축 유사증후군(muscular dystrophy–like syndrome)이 있는 생쥐들의 경우, CMAH가 없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UCSD의 대학원생 조너선 오커블롬은 '정상적인 CMAH'와 '파손된 CMAH(인간과 유사한 버전)'를 보유한 생쥐들을 작은 러닝머신에서 달리게 했다. UCSD의 생리학자 엘런 브린은 달리기 거리를 다양하게 바꾸면서, 그때마다 2주 또는 1개월 후 다리근육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면밀히 검토했다.

연구 결과, CMAH의 인간버전을 보유한 생쥐들은 다른 생쥐들보다 12% 더 빠르고 20% 더 오래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9월 11일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참고 4). "CMAH의 변이와 관련된 운동수행능력 향상은 대단하다. 자기들이 지원하는 운동선수들이 그런 성과를 거둔다면, 나이키는 거액의 돈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라고 리버만은 말했다.

바르키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간화된(humanized) 생쥐의 경우, 미세한 혈관이 다리근육으로 가지를 뻗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근육을 분리하여 실험실에서 분석해 보니, 다른 생쥐의 다리근육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수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화된 생쥐는 산소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시알산이 지구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시알산은 세포 속에서 워낙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들도 인간화된 생쥐와 비슷한 혜택을 누렸을 것이다"라고 매사추세츠 대학교(UMass)의 대학원생 앤드루 베스트(생물인류학)는 말했다.

연구진은 영장류와 다른 동물들의 유전적 차이에 기반하여, CMAH의 변이가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 300만 년 전 일어났을 거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베스트는 자신의 예상보다 약간 앞선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지구력이 크게 향상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화석기록에서 골격변화가 포착된 시기는 그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폰처는 연구진의 추정을 납득한다. 왜냐하면 수렵채취생활을 하던 인류의 조상들은 걷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일찍부터 지구력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CMAH 변이의 효과는 달리기에만 국한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한편 베스트의 지도교수인 UMass의 제이슨 카밀라(생물인류학)는 "생쥐는 인간이나 다른 영장류와 다르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생쥐의 유전적 메커니즘이 인간이나 다른 영장류에 반드시 적용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폰처는 연구진의 시도 자체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화석을 넘어서, 고대 인류의 몸속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우리 조상들의 몸속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281/5382/1432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22/5902/659
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29/5999/1586
4. http://rspb.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pb.2018.1656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9/broken-gene-may-have-turned-our-ancestors-marathoners-and-helped-humans-conque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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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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