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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2018 래스커상 수상자: 히스톤, RNA, 프로포폴 연구자들
생명과학 양병찬 (2018-09-12 09:22)

알버트 & 메리 래스커 재단(Albert and Mary Lasker Foundation)은, 매년 미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생의학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세 개의 상(기초의학연구상, 임상의학연구상, 특별공로상)을 네 명의 연구자들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참고 1). 래스커상은 종종 노벨 생리의학상의 예고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1945년 처음 수여되기 시작한 이후, 87명의 래스커상 수상자들이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초의학상은 히스톤(histone)을 연구한 UCLA의 마이클 그룬스타인과 록펠러 대학교의 C. 데이비드 앨리스에게 돌아갔다. 히스톤은 한때 'DNA를 둘러싼 비활성 포장(inert packing)'으로 간주되었지만, 이제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특별상은 예일 대학교의 존 A. 스타이츠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RNA 연구에 크게 기여했고, 과학계에서 여성의 멘토와 조언자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임상의학상은 마취제 프로포폴(propofol)을 개발한 존 "레인" 글렌에게 돌아갔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수의마취학자로서,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생물의약품 전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커에서 일하다 은퇴했다. 프로포폴은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마취 유도제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매년 약 6,000만 명의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다.

네 명의 수상자들은 분야별로 25만 달러의 상금을 받으며, 시상식은 9월 21일 뉴욕 시에서 열린다.

《Science》에서는 글렌과 함께 수상 소감, 10여 년에 걸린 프로포롤 개발 과정, 생쥐를 이용한 줄타기 실험을 한 사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용은 지면 제한과 명료성을 감안하여 편집되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Q. 스코틀랜드의 소규모 농장에서 성장하여, 새로운 마취제를 개발하게 된 과정은?
A. 나는 어린 시절 농장에서 닭, 돼지, 양, 닭을 돌봤다. 동물들 곁에 머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맨 처음 나의 장래 목표는 농부가 되는 것이었지만,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은 너무 작아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수의학이었다.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수의사 개업을 했고, 1968년 영국에서 최초로 수의마취학 학위를 받았다.

Q. 인간용 마취제 개발로 방향을 선회한 때는?
A. 어느 날 우연히 신문 광고를 봤다. 영국의 화학기업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스(Imperial Chemical Industries)에서 신약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동물 또는 인간의 마취에 정통한 마취학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동물실험을 위해, '마취제가 동물에게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동물용 마취제를 인간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사람을 원했다. 많은 종(種)들이 마취제에 대해 광범위한 생리반응을 보이며, 그 메커니즘이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Q. 포로포폴을 마취 유도제(anesthesia-inducing agent)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A. 마취학에는 딜레마가 하나 있다. 어떤 약물이 뇌 안으로 들어가려면 지용성 화합물(fat-soluble compound)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용성 화학물은 (정맥주사제로 사용되는) 수용액에 혼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다행히도, 1970년대에 지용성 화합물을 계면활성제(surfactant)라는 화학물질과 섞어 물에 녹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한때 '수용성이 낮다'는 이유로 내팽개쳤던 유망한 화합물들을 다시 검토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프로포폴이었다.

Q. 프로포롤이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A. 우리는 프로포폴을 가리켜 '가장 매력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강력하고, 효과가 빠르며, (당시에 사용되던) 다른 약물들과 달리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았다. 또한 우리는 - 순차적으로 생쥐, 토끼, 고양이, 때로는 돼지나 원숭이까지 - 일련의 동물실험을 통해 몇 가지 화합물들을 테스트했다. 동물들이 마취에서 깨어난 후 신속히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을 보고, 나는 프로포롤이 특별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컨대 돼지들은 한 순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다가, 잠시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이를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생쥐의 경우, 마취에서 깨어난 후 불과 3분 만에 줄타기에서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 프로포폴을 인간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게 되었나?
A. 우리는 다양한 제형(formulation)들에 대해 동물을 이용한 약물학 및 독성학 연구를 수행했고, 여러 번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테스트했다. 안전성이 확인되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13년에 걸쳐 네 가지 제형들을 철저히 검토했다.

Q. 도중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장애물은 없었나?
A. 왜 없었겠나? 첫 번째 제형을 이용한 임상시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신약개발 부서에서는 '프로젝트를 완전히 중단할 것인지' 여부를 투표에 붙였다. 운 좋게도, 우리는 5:4의 아슬아슬한 스코어로 프로포폴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경영진이 어떤 제형을 너무 빨리 출시하려고 밀어붙였는데, 나는 그 제품이 환자들에게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ctic reaction)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회사의 방침에 크게 실망했지만, 다행히도(?) 임상시험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경영진의 우격다짐을 막을 수 있었다.

Q. 프로포롤이 출시된 지 거의 30년이 지났다. 이제 와서 상을 받은 소감은?
A. 적이 놀랍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기뻤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참여했고, 많은 마취학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커다란 팀의 노력 없었다면 프로포폴의 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래스커상은 '나' 개인이 아니라 '약' 자체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당신은 스스로를 약물사냥꾼(drug hunter)이라고 부른다. 그런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성격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A. 첫째도 끈기, 둘째도 끈기다. 약물사냥은 매우 고독한 작업이다. 그건 마치 넓고 돌 많은 들판에서 첫 번째 고랑을 쟁기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일을 시작할 때는 외롭고 절망적이지만, 씨를 충분히 뿌리고 나면 때로 풍성한 수확으로 마감될 수 있다.

※ 참고
1. http://www.laskerfoundation.org/new-noteworthy/articles/2018-lasker-awards-information-press/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9/if-you-ve-had-anesthesia-you-can-likely-thank-veterinarian-who-just-won-top-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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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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