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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진화 속의 경제학 - 동물의 번식 전략에서 배우는 사회 경제의 원리
생명과학 곽민준 (2018-09-06 09:28)
부산 서면의 전포카페거리
[그림 1] 부산 서면의 전포카페거리 (사진 제공: 부산진구)

“지난 주말에 여자 친구와 합정 카페거리에 다녀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예쁘게 꾸며진 카페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카페를 골라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다보니, 이게 진짜 힐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카페거리는 경쟁으로 인한 손해와 협력으로 인한 이득의 양면성을 모두 보이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여러 카페들이 한 데 모여 있기 때문에 거리를 찾는 손님들의 마음을 끌기 위한 경쟁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카페거리가 일종의 브랜드, 또는 홍보수단이 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손님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거리 내의 몇몇 카페들이 유명세를 타게 되면 카페거리도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주위의 다른 카페에 방문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동종업계의 매장이 한 데 모여 있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재미있는 점은 카페거리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전략이 성 선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동물들의 전략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의 수컷은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해 직접적(암컷 방어), 혹은 간접적(자원 방어)인 형태의 경쟁을 보인다. 그러나 몇몇 종들의 경우, 여러 수컷들이 모여 자원도 없는 작은 지역을 방어하며 암컷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이 세력권을 공동구애 장소(lek)라고 부른다1).

 공동구애 장소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 먼저 여러 수컷 개체가 함께 있기 때문에 암컷을 더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수컷 개구리는 울음소리를 통해 구애하는데, 여러 개구리가 함께 울면 더 큰 합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번식에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정공법으로 암컷을 유혹해서는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개체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다른 개체의 인기에 기생해 번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기 많은 개체 주위로 모여들어 공동구애 장소를 형성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암컷이 수컷을 더 편하게 선택하기 위해 여러 수컷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곳에서 짝짓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공동으로 구애하는 행위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컷들은 서로 모여 있으면 포식자에게 발견됐을 때 자신이 사냥당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뭉친다는 이론을 통해 공동구애 장소의 효율적인 측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꿩 속에 해당하는 한 조류의 공동구애 장소
[그림 2] 꿩 속에 해당하는 한 조류의 공동구애 장소 (출처: 위키피디아)

 마지막 이유를 제외하면 모두 카페거리의 경제적 효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앞서 말한 여러 카페가 모여 더 큰 홍보효과를 누린다는 카페거리의 장점은 수컷들이 공동구애를 통해 암컷을 더 쉽게 유인할 수 있는 효과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제일 잘 나가는 매장 혹은 개체의 유인 효과에 기대 자신의 이익을 노리는 기생 전략 역시 카페거리와 공동구애, 두 상황 모두에서 스스로의 매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쪽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작전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수컷이 한 장소에서 구애하는 전략을 통해 암컷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동물들의 방식도 당연히 카페거리에 적용되는 효과다. 분위기 좋고 특색 있는 카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여러 매장들이 한데 모여 있는 카페거리에 먼저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몇몇 종의 수컷이 보이는 생태계 속 공동구애 전략은 카페거리, 국밥거리, 먹자골목 등 동종 업체의 여러 매장이 한 데 모여 있는 다양한 시장이 가지는 경제적 이점에 대해 설명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조금 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공동구애 장소와 카페거리 등의 구성 및 작동 방식이 사실은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에서도 언급했고2), 지금 이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사회, 특히 경제 시스템과 생태계의 네트워크는 닮아있는 점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는 성 선택 개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주 소개되는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 무늬 역시 인간 사회 속 경제 원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수컷 공작새의 과할 정도로 화려한 꼬리 무늬는 개체가 포식자들의 눈에 쉽게 띄게 만든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컷 공작새들이 자신들의 생존확률을 떨어트려가면서까지 멋진 외모에 집착하는 이유는 암컷을 유혹해 번식확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실제로 수컷 공작새들은 암컷들이 접근했을 때, 부채처럼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꼬리를 활짝 펴서 나름의 유혹을 시도한다. 그리고 암컷 공작새들은 보다 멋진 꼬리를 가지는 수컷을 자신들의 짝으로 선택해 번식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암컷 공작새들은 왜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수컷들의 커다란 꼬리를 판단기준으로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일까? 

화려한 꼬리를 보이는 수컷 공작새
[그림 3] 화려한 꼬리를 보이는 수컷 공작새3)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확실히 밝혀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너무 많은 가설과 설명들이 각각의 경우에 대해 다른 결론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다양한 설명들 중 필자에게 가장 흥미롭게 여겨지는 가설 한 가지만을 소개하려 한다. 필자에게 선택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패널티 이론’이라 불리는 가설이다.

 패널티 이론의 발상은 암컷이 보다 나은 자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컷을 자신의 짝으로 선택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더 화려하고 더 멋진 꼬리무늬를 보이는 공작새일수록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경쟁력 있는 자식을 낳을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Petrie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아비 공작새의 꼬리에 있는 눈꼴무늬의 크기와 새끼의 생존율은 거의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3). 멋진 꼬리를 가지는 수컷은 무언가 대단한 유전적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수컷 공작새 꼬리의 눈꼴무늬 크기와 새끼의 생존율 간 상관관계
[그림 4] 수컷 공작새 꼬리의 눈꼴무늬 크기와 새끼의 생존율 간 상관관계3)

 패널티 이론에서는 이 현상을 수컷 공작새가 보이는 일종의 과시 행위라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유전적 강점을 증명해보이기 위하여 수컷 공작새들은 화려하고 눈에 잘 띄는 외모를 통해 스스로 포식자로부터의 위험에 빠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적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암컷들에게 강함을 뽐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작새의 화려한 무늬는 더 위험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수컷 공작새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특성과 강점을 암컷에게 어필한다. 그리고 Petrie의 연구(그림 4)는 공작새가 꼬리의 무늬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유전적 강함이 직접적으로 증명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과시행위가 인간 사회 속 경제의 원리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저서, “유한 계급론”에는 공작새의 패널티 이론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경제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한다. 일명 베블런 효과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상품의 가격이 감소해야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기존의 경제학적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주장을 담고 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유한(有閑)계급은 휴식, 또는 여가(閑)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유를 지닌 사회 상류층을 의미하는 단어다. 베블런은 이런 상류층의 소비방식은 대부분 자신들의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기 위한 과시소비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오히려 상품의 가격이 증가할수록 스스로의 능력을 뽐내는 것이 목표인 상류층 사람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내용이다.

 베블런은 자신의 이론을 통해 실제 시장이 기존의 경제학적 설명처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에 의해 행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고 싶어 했다. 상류층에서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가 경제학적 실리를 따지지 않는 사치적이고 허영심 많은 행동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공작새의 예시를 살펴보면 과시 소비가 단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베블런 효과
[그림 5] 베블런 효과 (출처: 대학저널)

 수컷 공작새들은 포식자에게 들킬 확률이 증가한다는 큰 위험을 무릅쓰고도 화려하고 눈에 띄는 꼬리 무늬를 가지기를 선택했다. 마치 많은 돈을 지급하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사회적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사회 상류층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과시적 행위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 암컷들이 더 화려한 무늬를 가진 수컷들을 선호하기 시작해 번식가능성을 크게 증가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류층의 과시 소비 역시 그저 허영심 가득한 쓸모없는 행위가 아닌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더욱 굳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권력을 과시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인정받고 함부로 지위에 도전하지 못하게끔 만들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태계 속의 번식 전략은 인간 사회의 경제 시스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진화론과 경제학이 이토록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몇몇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기하게 여겨질지 모르나, 사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경제학이란 한 마디로 이익을 다루는 학문이다. 따라서 각종 행위의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수학인 게임이론은 경제를 분석하기 위한 매우 핵심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므로 게임이론이 잘 적용된 다른 사례를 분석해보면 더 나은 경제 시스템, 전략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생태계의 생존, 번식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인류의 경제시스템은 비슷한 원리로 구성되고 작동되는 좋은 예시인 생태계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한창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한번쯤은 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의 생존, 번식 전략에 눈을 돌려 힌트를 얻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참조]
1) 니콜라스 B. 데이비스 외. 『행동생태학』. 김창회 외 역. 서울: 자연과 생태, 2014.
2) BRIC Bio 통신원,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블록체인 기술 속에 숨겨진 생명연구의 원리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7213&SOURCE=6
3) Marion Petrie."Improved growth and survival of offspring of peacocks with more elaborate trains", Nature(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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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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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회원작성글 그라나  (2018-09-09 21:57)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중에 생명과학도가 꿈인 저로써 이런글들을 통해 더욱 자연에 매력을 가지게끔 해주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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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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