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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대변이식을 이용하여 코알라를 멸종위기에서 구해
생명과학 양병찬 (2018-06-12 09:40)


Koala in tree feeding (Image: Dr Ben Moore). / @ 웨스턴시드니 대학교(참고 1)

코알라(Phascolarctos cinereus)는 세상에서 식성이 가장 까다로운 동물 중 하나로, 오로지 유칼립투스 나무 이파리만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것도 모자라, 유칼립투스 중에서도 몇 가지 품종만 먹는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이제 한 연구진이 그 원인을 밝혀낸 것 같다. 그들의 제안에 따르면, 코알라의 지독한 편식은 부분적으로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장내미생물이 소화능력을 제한하는 바람에, 코알라 개체가 특정한 유칼립투스 종(種)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6월 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미생물학회(ASM: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것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동물의 환경변화 적응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참고 2)'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코알라와 기타 취약종(vulnerable species)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식단변화(또는 대변이식)를 통한 장내미생물 변화'가 동물의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참고 3)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내미생물이 식성을 결정

코알라의 생존은 시급한 문제다. 왜냐하면 호주에 있는 그들의 서식지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코알라 개체군의 크기에 비해 유칼립투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코알라를 유칼립투스가 풍부한 지역으로 옮기는 작전이 수행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코알라들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환경이 호전되어도 생존하지 못하는 개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알라 생태학자인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의 벤 무어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은 유칼립투스 품종과 코알라 개체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무어가 이끄는 연구진은 호주 전역의 20군데에서 200마리 코알라의 대변을 채취했다. 그리고 대변 속에 포함된 식물성 물질을 분석한 결과, 어떤 코알라들은 영양분이 풍부한 만나검(manna gum, 학명 Eucalyptus viminalis)만 먹고, 어떤 코알라들은 영양분이 부족한 메스메이트(messmate, 학명 E. obliqua)를 먹으며, 극히 일부만이 두 가지 유칼립투스 품종을 모두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식성 차이는 같은 장소에 서식하는 코알라들 사이에서도 나타나, 불과 10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코알라들도 식성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코알라 대변의 미생물 구성을 분석해 봤다. 그랬더니 만나검을 선호하는 코알라의 장내미생물은 메스메이트를 선호하는 코알라의 장내미생물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성 차이가 마이크로바이옴 차이 때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메스메이트를 선호하는 야생 코알라 여섯 마리의 대변을 채취하여 만나검을 선호하는 야생 코알라 여섯 마리에게 이식해 봤다. 그러자 18일이 지난 후, 수혜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공여자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거의 똑같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수혜자는 식성이 달라져 메스메이트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알라 간의 대변이식이 코알라 개체의 가용식량 범위를 확대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대변이식이 야생동물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라고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의 에리아 레볼라(미생물생태학)는 말했다. 그녀는 이번 ASM 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개구리의 피부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다른 개구리의 피부에 이식한 결과, 수혜자를 치명적인 곰팡이 감염(참고 4)에서 보호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종간이식(interspecies transplant), 식단 바꾸기

다른 실험에서는, 어떤 동물이 다른 종의 대변을 이식받아 마이크로바이옴이 재형성됨으로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타 대학교의 데니스 디어링(분자생물학)은 사막숲쥐(desert woodrat, 학명 Neotoma lepida)가 보유하는 장내미생물이 옥살산염(oxalate) 함유 식물의 섭취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의 동료가 사막숲쥐의 대변을 실험용 랫트에게 이식했더니(사막숲쥐와 랫트는 먼 친척뻘이다), 실험용 랫트는 옥살산 분해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5).

다른 연구에서는 "기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그대로 유지하고, 식단만 바꿔도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과학자들은 이번 ASM 회의에서, "준위협종(near-threatened)인 남부흰코뿔소(Ceratotherium simum simum)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코뿔소의 생식능력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참고로, 동물원에서 태어난 남부흰코뿔소는 생식능력이 떨어진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연구팀은 동물원에 수용된 백색코뿔소의 대변을 외뿔코뿔소(Rhinoceros unicornis)의 대변과 비교했다(외뿔코뿔소는 동물원에서 잘 번식한다). 그 결과 백색코뿔소의 대변에는 피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피토에스트로겐은 콩이나 알팔파에 들어있는 화합물로, 암컷의 생식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두 코뿔소는 동일한 먹이를 먹으므로, 연구팀은 "그들의 장내미생물이 피토에스트로겐을 다르게 분해할 것"이라고 추론했다(참고 6).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암컷 백색코뿔소의 먹이를 새로운 사료(피토에스트로겐 함유량이 적음)로 바꿨다. 그랬더니 2년 후, 종전에 임신하지 못했던 두 마리 암컷들이 임신을 하여, 건강한 새끼를 낳는 게 아닌가! "우리는 모든 코뿔소들에게 새로운 사료를 먹이고 있으며, 다른 동물원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라고 동물원의 분자생물학자인 캔디스 윌리엄스는 말했다.

윌리엄스와 동료들은 '불임의 주범'인 세균을 찾기 위해, 동물원 코뿔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남아프리카의 야생 코뿔소와 비교하고 있다. "동물원 사람들은 사육되는 동물들의 장내미생물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윌리엄스는 꼬집었다.

"DNA 시퀀싱 기술이 진보를 거듭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동물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라고 디어링은 말했다. 그녀의 예측에 따르면, DNA 시퀀싱을 통해 야생동물의 생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 사례가 훨씬 더 많이 발견될 거라고 한다. "동물의 생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가 지금껏 기술했던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다만, 도구가 없어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westernsydney.edu.au/hie/research/key_research_areas/how_koalas_gut_microbes_influence_their_health
2. https://www.nature.com/news/panda-guts-not-suited-to-digesting-bamboo-1.17582
3. https://www.nature.com/news/gut-microbe-swap-helps-mice-shed-weight-1.12688
4. https://www.nature.com/news/wild-toads-saved-from-killer-fungal-disease-1.18814
5. Miller, A. W., Dale, C. & Dearing, M. D. mSystems 2, e00088-17 (2017); http://msystems.asm.org/content/2/5/e00088-17.abstract
6.
Tubbs, C., Hartig, P., Cardon, M., Varga, N. & Milnes, M. Endocrinology 153, 1444–1452 (2012); http://dx.doi.org/10.1210%2Fen.2011-1962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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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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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회원작성글 고체  (2018-06-14 12:16)
장내미생물 균총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날이 갈수록 정말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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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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