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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Talk_공감 (2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생명과학 Pang2Pal (2018-03-13 09:28)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군인들이 사랑하는 간식 광고 중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라는 노래가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알 거라는 헛된 믿음으로 남자친구와 수없이 싸우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한 사람과 살면서 깨달은 것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눈빛을 보아도 몰라..” 라는 평범한 사실이다. 

단세포인 미생물에서부터 복잡한 조직을 가진 다세포 생물까지 모든 생명체가 삶을 유지하려면 소통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세포와 세포, 세포와 환경의 교감에서 오는 신호에 따라 세포는 유전자 발현을 전환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물론 다양한 세포들은 자신들의 고유 언어로 소통한다. 마치 우리는 한국어로, 다른 민족은 각각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유연관계가 가까운 생물들은 서로 소통하기 쉬운 반면에 아주 다른 생물들은 소통하기 어렵거나 아예 소통하지 못하기도 한다. 

“속닥속닥”, 미생물의 수다

미생물은 우리와는 아주 다른 언어로 소통한다. 미생물의 언어는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오토인듀서(Autoinducer, AI)라는 작은 화학물질이다. 미생물은 AI를 조금씩 분비하고 주변의 미생물은 환경에 존재하는 AI 농도를 감지한다. 이 과정을 쿼럼센싱(quorum sensing)이라고 한다 – 쿼럼(quorum)은 정족수라는 의미로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회원을 말한다. 미생물의 쿼럼센싱은 AI의 농도를 감지해서 미생물 군집의 크기를 확인한다. AI 농도가 낮다면 미생물 수가 적은 것이고, AI 농도가 높은 것은 미생물 개체수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즉, 미생물 숫자가 늘어나면 여러 개체가 한꺼번에 AI를 분비하고, 주변의 AI 농도도 높아진다. 이 때 AI는 농도차에 의해 미생물 안으로 다시 흡수되는데, AI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해서 특별한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그 결과 미생물들은 전에 없던 이상한 (?) 행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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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http://ib.bioninja.com.au/options/untitled/b3-environmental-protection/biofilms.html

반짝반짝 빛나는 오징어
알리비브리오 (Aliivibrio fisheri)라는 세균은 바다에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하와이 밥테일 오징어의 내장에 살기도 한다. 이 세균이 오징어 내장에 갇혀서 분열을 계속하면 개체수가 늘어나고, 오징어 뱃속의 AI농도도 급격히 높아진다. AI는 알리비브리오의 특별한 발광효소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그 결과 알리비브리오는 반짝반짝 빛을 낸다. 뱃속에 빛나는 미생물을 품은 오징어는 캄캄한 밤에 번쩍거리면서 둥둥 떠다니고, 이 광경을 본 물고기들은 “앗, 달이 떴다” 착각하고 주변으로 몰려든다. 오징어는 굴러 들어온(?) 물고기를 꿀꺽 하니 배불러 좋고, 그 덕에 알리비브리오는 남은 물고기를 얻어먹게 되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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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비브리오의 발광현상과 빛을 내는 하와이안밥테일 오징어 
https://microbewiki.kenyon.edu/index.php/Aliivibrio_Fischeri_and_the_Role_of_Quorum_Sensing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알리비브리오 숫자가 적은 경우에는 AI의 농도가 낮아서 적은 양의 AI가 세포로 유입된다. 개체군이 커지면 AI의 농도가 높아지고, 다량의 AI가 세포 안으로 흡수된다. 이 때 AI는 LuxR이라는 단백질에 결합하는데, 바로 이 단백질이 발광효소 (Luciferase)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그 결과 만들어진 발광효소는 형광물질을 만들고, 알로비브리오는 빛을 낸다. AI의 농도가 낮아지면, LuxR단백질의 활성이 줄어들고 발광효소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경의 신호를 감지하고, 필요한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전형적인 되먹임 고리 현상 (feedback respon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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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http://www.cell.com/trends/molecular-medicine/fulltext/S1471-4914(14)00135-X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도시 개발 전문가인 수도모나스(Pseudomonas)라는 미생물은 생물막(biofilm)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쿼럼센싱으로 소통한다. 소수의 수도모나스 개척자들은 부유 생활을 하다가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표면에 부착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분열하기 시작한다. 이 때 수도모나스는 쿼럼센싱으로 주변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충분한 숫자가 확보되면 좀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다. 겹겹이 쌓인 개체들 주위에 AI 농도가 높아지면 수도모나스는 세포 밖으로 끈끈이 단백질을 분비해서 세포들을 단단하게 연결한다 (21편 참조). 구획이 잘 나누어진 생물막 구조를 마무리하는 과정에도 주변의 세포들과 쿼럼센싱으로 소통한다. 그 뿐 아니라 수도모나스가 생물막 형성을 완성하면 AI는 항생물질에 내성을 유발하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해서 생체막을 항생물질로부터 보호한다.

"혹시 제2외국어?" 자연에는 늘 여러 미생물이 어울려 북적거린다. 우리의 대장에도 수 백 종의 미생물이 생물막을 만들고 공생한다. 그들이 사는 사회에는 다양한 언어가 공존한다. 미생물의 쿼럼센싱 물질은 같은 종들이 소통하는 언어이기도 하지만, 서식지를 공유하는 다양한 이웃을 확인하는 공용어이기도 하다. 여러 종류의 세균이 사용하는 만국공용어가 있기도 하고, 세균의 언어를 알아 듣는 곰팡이가 있는가 하면, 곰팡이의 언어를 이해하는 세균도 존재한다. 미생물의 공용어는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유전자를 발현하게도 하고, 경쟁관계에 있는 미생물들의 생존투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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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생물막에서 소통하는 모습
그림출처: http://greenarea.me/en/69733/bacteria-talk-to-each-other/  

"돌격 앞으로~" 쿼럼센싱은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소통에도 중요하다. 장염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대장균, 비브리오 같은 병원균은 쿼럼센싱으로 여럿이 모여서 더 독하게 숙주를 괴롭힌다. 같은 병원균이라도 우리 몸에 적은 숫자가 존재할 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숫자가 적으면 면역세포들 때문에 병을 일으키기에 불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개체수가 적을 때는 “복지부동”하면서 열심히 분열을 한다. 그러다가 쿼럼센싱으로 충분한 숫자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발현한다. 여러 미생물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독소를 투척해서 숙주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전략이다. 태평양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바닷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지만 많은 양의 잉크를 떨어뜨리면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똑똑똑! 내 목소리가 들려?  

미생물의 쿼럼센싱은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주변의 도움을 구하고 함께 하는 과정이다. 미생물이 이웃 세포를 똑똑똑! 두드려 깨우면 그 신호는 순식간에 연쇄 반응처럼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집단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마치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에 켜진 하나의 촛불이 주변의 촛불을 붙이고 어두움을 밝힐 수 있는 큰 불이 되는 것과 같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지만 함께 하면 더 큰 힘이 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의 지평은 훨씬 더 넓어진다. 단순한 것 같지만 모든 삶에 적용되는 소중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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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California State Univ. LA)
"미생물학자, '공부해서 남 주기’를 모토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합니다.
생명현상을 들여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봅니다.
그들의 삶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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