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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발렌타인 특집) 과학으로 맺어진 사랑 -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프러포즈한 과학자들
종합 양병찬 (2018-02-13 09:19)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네이처》에서는 연구에 얽힌 로맨틱한 스토리들을 모았다.

과학논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며, 간혹 동업자들 간에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매우 드문 경우지만, 논문이 한 사람의 심장에 큐피드의 화살처럼 꽂힐 수도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자신의 사랑을 '제 딴에 가장 멋진 방법'으로 기록해둘 기회를 잡았는데, 그것은 청혼 메시지를 자신의 원고에 숨겨놓는 것이었다.

캐나다 왕립 티럴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케일럽 브라운은 자신의 청혼 메시지가 (자신이 연구하는) 화석처럼 영원토록 간직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같은 박물관에서 화석 테크니션으로 근무하는 여친 로나 오브라이언에게 보내는 "O’Brien, Will you marry me?"라는 메시지를 논문의 감사의 글(acknowledgements) 부분에 넣기로 결정했다.

그 논문은 새로운 뿔 달린 공룡 레갈리케라톱스 피터휴시(Regaliceratops peterhewsi)를 최초로 기술한 논문이었으므로, 후속논문에서 오래도록 인용될 거라는 사실을 브라운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청혼 메시지에 일종의 불멸성을 부여하고 싶었어요"라고 브라운은 회고했다. 그의 원고는 2015년 6월 《Current Biology》에 게재되었다(참고 1).

논문 한 구석에 실린 "감사의 글"을 읽는 자세히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감사의 글"에 적힌 "오브라이언, 나와 결혼해 줄래요?"라는 메시지를 읽은 사람은 오브라이언만이 아니었다(물론, 그녀는 메시지를 읽고,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귀신처럼 냄새를 맡은 신문기자들 덕분에, 브라운의 노력은 전 세계에 해외토픽으로 보도되었다. "난 너무 순진했어요. 그 얘기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라고 브라운은 말했다.

완벽한 타이밍

전직 해양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타마요는 연구를 그만두기 전에, 신경과학자인 여친 캐롤라이나 무구루사에게 보내는 청혼 메시지를 기념하고 싶었다. "나는 마지막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면 끝장임을 잘 알고 있었어요"라고 현재 스페인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타마요는 말했다. 그러나 무구루사를 놀라게 하려던 타마요의 계획은 2016년 5월 위기에 봉착했다. 저널의 편집자들이 타마요에게 알리기도 전에 그의 논문을 온라인에 게재했기 때문이다(참고 2). "나는 급히 서둘렀어요. 다른 사람이 그녀보다 먼저 청혼 메시지를 발견한다면, 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거든요"라고 타마요는 술회했다.

타마요는 무구루사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Marine Biology》에 게재된 논문의 "감사의 글"을 읽어보라고 했다. "나는 '감사의 글'에 혹시 누락된 이름이 있을지 모르니, 꼼꼼히 읽어보라'고 그녀에게 재촉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무구루사가 모든 사정을 알았을 즈음, 타마요는 이미 무릎 꿇은 자세로 반지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작년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재료과학자 첸 커창도 작년 5월 《Nanoscale》에 실린 자신의 논문에 여친 종 차오휘에게 보내는 청혼 메시지를 숨겨놓은 사람이었다(참고 3). (두 사람은 중국 우한 이공대학교의 같은 연구실에서 근무했으며, 그 논문의 공동저자였다.) 그러나 종이 "감사의 글"을 건성으로 읽자, 첸은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어보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녀는 마침내 첸의 청혼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두 사람은 올해 6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로맨틱한 장소

과학자들은 원고에만 청혼 메시지를 기록하지 않는다. 칼 멜링은 지금의 아내인 피오나 러브 브래디와 함께 뉴저지 주의 빅브룩에서 상어 이빨 등의 해양화석을 발굴하던 중, 그녀에게 청혼 메시지를 전달했다.

1998년 6월의 어느 월요일 저녁, 멜링은 커피깡통에 담긴 석류석 반지(garnet ring)를 강바닥에 숨긴 다음, 그 장소를 식물로 표시해 놓았다. "나는 다른 발굴자들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해 어두워지기 직전에 반지를 숨긴 다음, 다음날 아침 동트기 전에 그 자리에 도착할 예정이었어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뉴욕 시에 있는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화석 전시관을 관리하고 있으며, 브래디는 읽기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멜링은 우연히 깡통을 발견한 척하며 브래디에게 건네줬다. 무심코 뚜껑을 열어본 그녀는 반지와 시(詩)와 가공하지 않은 다이아몬드가 담긴 유리병을 발견했다. 브래디는 멜링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멜링이 미리 준비해 놓은 레드와인 한 병을 곁들여 축하파티를 벌였다.

과학작가 켄드라 스나이더는 입자충돌기(particle collider) 덕분에 파트너를 만났으므로, 그들을 맺어준 일등공신은 입자충돌기인 게 당연하다. 그녀는 서로 아는 동료들을 통해 역시 과학작가인 데이비드 모셔를 알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 일리노이 주 시카고 외곽지역에 있는 국립가속기연구소(공식 명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난 지 두 달 후인 2011년 7월의 어느 금요일, 당시 뉴욕 주 업튼에 있는 국립브룩헤이븐 연구소에 근무하던 스나이더는 '입자충돌기에서 형성된 특이한 결정(crystal)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장치는 여름 내내 가동되지 않았었다.

스나이더는 그게 동료들의 계략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녀는 입자충돌기 속으로 내려갔다가, 거기에 모셔가 서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까무러칠 번했어요.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라고 스나이더는 회상했다. 그녀의 동료들은 연구소장에게 미리 승낙을 받아, 행복한 커플을 축하하기 위한 샴페인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건 완전히 팀 플레이 덕분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지휘하고 있다.

※ 참고문헌
1. Brown, C. M. & Henderson, D. M. Curr. Biol. 25, 1641-1648 (2015); http://dx.doi.org/10.1016%2Fj.cub.2015.04.041
2. Tamayo, D., Azpeitia, K., Markaide, P., Navarro, E. & Ibarrola, I. Mar. Biol. 163, 131 (2016); http://dx.doi.org/10.1007%2Fs00227-016-2905-z
3. Chen, K. et al. Nanoscale 9, 12470 (2017); http://dx.doi.org/10.1039%2FC7NR03576D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1815-7

써모피셔사이언티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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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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