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G-WINDOW 처리영역 보기]
즐겨찾기  |  뉴스레터  |  오늘의 정보 회원가입   로그인
BRIC홈 동향
버그알림
스폰서배너광고 안내  배너1 배너2 배너3
전체보기 Bio통신원 Bio통계 BRIC View BRIC이만난사람들 웹진(BioWave)
목록
조회 1226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바이오통신원   
[암(癌)에게서 배우다] <29회> 고단했지만 보람된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8-02-13 09:27)

펄 벅
<펄 벅(Pearl S. Buck)1)>


윤○금, 73세, 여2)


(바이오휴머니스트: 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였어요?”
(윤○금: 윤) “자식 넷 키우는 거였지”
(바)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윤) “자식들 잘 키운 것”
(바) “인생에서 이룬 일들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뭐에요?”
(윤) “뭐긴 자식들 삐뚤게 안 나가고 잘 키운거지”
(바) “에이 어머니, 뭘 여쭤 봐도 다 자식 얘기만 하시네요. 해주실 다른 말씀은 없으세요? 음식은 뭐 좋아하세요?”
(윤) “허허, 암 걸리니까 이제 별걸 다 물어보는구먼”
(바) ^^;;


이보게, 젊은이. 내가 그렇게 얘기했던가? 뭔가 도움 되는 얘길 많이 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하네.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워낙 내가 말이 없는 사람이라 말이야. 사는 모습이 마지막까지 일관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실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말을 안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이젠 더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해봄세.

암 얘길 먼저 해야겠지? 7년 전 난소암 판정을 받았어. 그보다 6개월 전 암 검진을 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거든. 처음엔 너무 황당하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난 운이 좋은 거였지. 난소암 말기라고 3개월 정도만 더 살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후로 7년을 더 살았으니 말이야. 날 치료하겠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의사 선생님이랑 의료진들이 참 고맙지.

내가 왜 자식 얘기만 그렇게 했느냐고? 실은 그게 내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야. 남편도 나도 젊어서부터 열심히 일은 했지만 벌이가 영 시원찮아서 4남매 키우기가 참 힘들었지. 서울 삼성동에 살 때였는데 새벽에 별을 보고 나가 일하고 밤에 별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였어. 그때 누가 제일 부러웠는지 아나? 난 그 새벽에 고단한 몸을 겨우 일으켜 일하러 가는데, 그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운동하던 사람들이야. 그렇게 일하며 살림하느라 최선을 다 했지만, 아이들 자랄 때 넉넉하게 못 입히고 못 먹인 것이 마음에 걸려. 고맙게도 한 놈도 삐뚤게 안 나가고 지금은 다 각자 가정 꾸려 잘들 살고 있지. 손자 손녀가 8명이야. 어때, 내가 자식 자랑 좀 할 만하지?

자네도 펄 벅(Pearl S. Buck)을 안다고 했나? 난 무협지도 좋아했지만 그녀의 책들을 참 좋아했어. 좋아하면 닮는다더니, 정신지체아 딸아이 키우며 고생스런 삶을 산 그녀의 삶 자체도 공감이 됐지만, <대지>의 주인공 왕룽의 아내 ‘오란’도 무언(無言)의 얼굴로 묵묵히 일만하며 자식들 낳아 키우다가 나중에 자궁암으로 남편보다 먼저 죽잖아. 내 삶이 딱 그렇게 되고 말았네 그려. 오란도 시원하게 말 좀 했으면 하는 대목에서조차 삭이고 묵묵히 삶을 받아들이기만 하지? 마치 누구에게나 근심이 있게 마련이고, 자기는 근심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이제 보니 내가 꼭 그렇게 살았지 뭔가.

자네 나한테 암 걸린 것이 억울하냐고 물어봤지? 삶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내가 답했던 것 같은데... 나랑 비슷한 인생을 산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고, 펄 벅도 일찍이 글로 묘사했던 삶이니 틀린 대답은 아닐 게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단했지만 내 능력과 모든 정력을 기울여 사명을 다했고 나름대로 보람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억울하긴 커녕 이제야 행복한 걸?3) 아마도 그게 통증 때문에 힘들었지만 내가 마지막까지 씩씩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일거야.


“여보, 내가 깜박 했는데 집에 애들 오면 주려고 소고기 좀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 게 있어요. 썩히지 말고 잘 나눠줘요. 먼저 가서 미안해요. 나 없더라도 밥 잘 해 드시고요, 반찬가게도 잘 알아뒀죠? 나중에 봐요. 사랑해요.”

 


※ 출처
1) 펄 벅(Pearl S. Buck), 퓰리처상 및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지>의 작가,  https://ko.wikipedia.org/wiki/%ED%8E%84_S._%EB%B2%85
2) 윤○금님은 2017년 12월 저자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저자가 일부 각색한 글을 따님분의 검토 및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윤○금님은 2018.1.1. 별세하셨습니다.
3) “행복이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과 모든 정력을 기울여 자기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그 사람에게 주어진다.” - 펄 벅,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중에서

  추천 2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보기 >
[암(癌)에게서 배우다] <48회>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아이코어(I-Corps) 프로그램2)을 소개하는 한국계 미국인 Jim Chung 박사3)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동 프로그램은 미국 내 연구자들에...
[암(癌)에게서 배우다] <47회> 거꾸로 생각하기
미국에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연구자인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hartha Mukherjee). 그는 암을 ‘만병의 황제’라 칭하며 그 역사를 고찰하는 내용의 책2)을 출판하여 유명해졌고, 3년 전에는 테드...
[암(癌)에게서 배우다] <46회> 목적에 충실한 스토리텔링
지난 9월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National Cancer Institute)는 2020년 사업계획 및 예산요구서1)(The NCI Annual Plan and Budget Proposal for Fiscal Year 2020)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미국은...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댓글 0
등록
엘앤씨바이오
5년전 오늘뉴스
[제약기업 이야기] 2. 近墨者黑 다케다약품공업주식회사
태반유래 줄기세포의 간경변 치료 기전 규명…차의과학대학교 김기진교수팀
항암제 연구를 왜곡시키는 실험쥐의 사육 온도 - 실온은 쥐에게는 너무 추워
위로가기
동향 홈  |  동향FAQ  |  동향 문의 및 제안
 |  BRIC소개  |  이용안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BRIC. All rights reserved.  |  문의 member@ibric.org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RSS서비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