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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27회> 인생 프레젠테이션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8-01-12 13:10)


<인생 프레젠테이션1)>

예전에 실제 어떤 아재에게서 들은 개그 하나. “여러분 삶이 뭔지 아세요? 삶은... 계란이다...” 자못 진지하게 고단한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으나 이 한마디로 좌중 분위기 완전 평정.

“Life is a (series of) Presentation.”
오래전 영어 공부한답시고 보다가, 영어공부 보다는 드라마 내용에 푹 빠져 거의 폐인이 되어 본 미국드라마 ‘앨리 맥빌(Ally Mcbeal)’에서 건진 명대사다. 돈 버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속물이지만 가끔 명언을 남기며, 나름 진지한 인생관을 펼쳐나가는 매력적인 변호사 리처드 피쉬가 인생은 자기가 경험하고 가진 것을 어떻게 펼쳐놓고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하던 중 한 말이다.

암에 걸려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호스피스 병동의 암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분들이 하시는 말씀에서 약간의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는 먹고 살기 바쁘게 일하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왔고, 어쩌다 보니 암에 걸렸는데 그렇다고 해서 뭐 그리 특별하게 할 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번 찾아뵈며 그간 살아오신 이야기를 편하게 해주십사 부탁드리면 그제야 들려주시는 내용이 너무나도 ‘특별한’ 이야기들이다.

일견 평범하지만, 다양한 인생의 길이에 맞추어 독특한 ‘기승전결’과 ‘키워드’가 있는 삶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말은 암으로 인한 삶의 극적인 종결. 아무리 봐도 그것들은 평범하지 않다. 유명 연예인이나 배우가 보여주는 것들과 비교했을 때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다소 부족하다고나 할까?

지난 연말 입장권 값이 아깝지 않은 또 한편의 영화를 보았다. 미국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 P.T.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이다. 전작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뛰어난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 ‘휴 잭맨’이 또다시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서, 어느 정도는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벅찬 감동으로 인해 마음 따듯해지는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키다리, 난쟁이, 뚱보, 유색인 등 독특한 모습 때문에 당시 백인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당하던 사람들이 주인공 바넘에 의해 발탁되어 쇼를 펼치며 바로 그 독특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바넘은 영화중 이런 멋진 명언을 남긴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나름의 독특하고도 감동적인 삶을 남기고 떠나는 말기암환자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This is me!(이게 바로 나!)’2) 정신이다. 앞으로 그 감동적인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PT(프레젠테이션) 바넘 역을 맡아, 그분들의 인생이야기를 글로 남김으로써 그분들의 삶을 프레젠테이션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같이 아직 더 살아갈 날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죽음을 한 달 앞두고 인생에서 배운 것 중 남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어떤 분은 ‘사랑, 겸손, 배려, 위로, 소소한 행복’을 꼽았다.

사랑의 반대말은 게으름3)이라고 했던가? 싱크대에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고 아내에게 미룰까 고민하다가 그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힘을 내어 고무장갑을 낀다.

마침 밖에 하얀 눈이 온다.

 
※ 참고문헌
1) 중1 딸아이가 그린 그림
2) 영화장면들과 함께 들어야 맛이 나지만, 아쉬운 데로 음악만은 유투브에서 들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EJd2RyGm8Q
3) 모건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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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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