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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9년 만에 발표된 GTEx(genotype-tissue expression): 유전자 조절을 좀 더 내밀하게 바라보다
생명과학 양병찬 (2017-10-12 09:32)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체의 주요 조직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과 유전자 조절(gene regulation)을 분석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2015년 Science 표지에 소개된 GTEx 예비연구 결과
@ 2015년 Science 표지에 소개된 GTEx 예비연구 결과

알프레드 노벨은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유사점과 차이점을 관찰하고 찾아내는 것은 모든 지식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와 시대는 개인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설명하기 위해, 외부적 사건에서부터 영적(靈的)인 영향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모색해 왔다. 오늘날 많은 생물학적 노력은 사람들의 DNA를 이용한 공통점과 차이점 분석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전학의 최첨단 이슈는 - 좋든 나쁘든 -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결합되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번 주 한 무리의 유전학자들은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인간의 유전체에서 조절코드(regulatory code)를 분석한 방법을 기술했는데, 이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유전적 변이가 인체의 상이한 조직에서 질병과 연관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프로젝트의 이름은 GTEx(genotype-tissue expression)로, 인체의 44개 조직에서 발견된 유전적 변이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했다. 그 결과는 《Nature》에 네 편의 논문으로 발표되었으며(참고 1, 참고 2, 참고 3, 참고 4), <뉴스와 견해>라는 칼럼(참고 5)에서는 핵심적인 조절영역(regulatory region)의 대부분이 관련된 유전자와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 논문과 칼럼들은 입을 모아 "유전자 조절의 조직간·개인간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논문들에 수록된 결과는 2015년 발표된 바 있는 예비연구 결과에 기초를 두고 있다.

GTEx의 결과는 실로 오랜만에 나온 것이어서 많은 이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자아내왔다. GTEx 연구가 처음 제안된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목표는 자원의 데이터베이스와 관련 바이오뱅크(biobank: 1,000명의 사망자들에게서 채취된 주요 조직이 모두 보관됨)를 확립함으로써, 과학자들로 하여금 유전적 변이와 유전자 발현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GTEx의 포부는 당시의 기술능력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많은 이들은 그 아이디어를 일컬어 '비현실적'이라고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명의 기증자에게서 그렇게 많은 조직 샘플들을 채취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많은 개인들을 섭외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적절한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까? 조직마다 제각기 다른 '필요한 사후간격(required post-mortem interval)'을 감안할 때, 고품질 샘플을 채취하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그런 데이터들이 '살아있는 생물학'을 반영할 수 있으며, 유전자 조절에 대한 기존의 발견들을 재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과학자들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발표된 데 이어, 유전체학계는 인간 유전체에 대한 레퍼런스 목록(reference catalogue)을 확립하는 데 골몰해 왔다. 그런 목록이 있으면 전 세계 인구들을 대상으로 개인내·개인간 유전적 변이의 특징을 파악하고, 상이한 세포와 조직유형의 기능적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학자들은 광범위한 인간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은 비코딩 영역(non-coding region)에서 발견되어 유전자 조절의 역할을 강력히 시사했다.

GTEx 컨소시엄은 바로 그런 관련성들을 탐구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사후기증과 관련된 윤리적·법적·사회적 이슈를 판단할 준거틀이 필요했다(참고 5). 사망한 기증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연구하는 데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규율하는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프로젝트의 진행본부가 있는 미국의 경우 어느 누구의 동의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GTEx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직계후손의 동의를 받은 사망자의 샘플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승인추정(presumed consent)은 '이식을 위한 장기기증'에 적용되는 합리적인 방침으로, 기초연구에 적절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기초연구의 경우에는 그 혜택이 장기기증만큼 즉각적이거나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기증자의 가족과 접촉을 유지했으며, 그중 상당수를 프로젝트 회의에 배석시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과학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역시 잘한 일이다.

거의 모든 기증자의 가족들은 "유전학적 결과 중 일부, 특히 치료 가능한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통보받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GTEx 연구는 그런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의 주최측과 연구자들은 향후 연구에서는 기증자의 가족에게 연구결과를 통보할지 여부와, 만약 통보할 경우 그 방법까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이 하나 있다. 유전학자들이 사망한 기증자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뭘까? 선행연구들은 주로 세포주나 혈액에 한정되어 왔지만, GTEx 프로젝트에서는 질병과 관련된 조직들, 예컨대 신장이나 신장 등을 평가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살아있는 기증자에게서 채취할 수 없는 물질(예: 뇌)을 연구하고자 하는 욕망과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개의 조직을 채취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프로젝트에서는 사후조직을 신속히 확보하고 채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잠재적인 기증자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프로그램망(사망 직후 실시되는 부검, 장기 및 조직이식 등록)을 적극 활용했다.

GTEx 프로젝트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생의학 연구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개 데이터베이스와 조직 바이오뱅크를 제공했고, 그와 관련된 명확한 지침과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후학들에게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줬다.

바라건대, 향후 이러한 프로젝트에서는 좀 더 많은 기증자들을 확보하고 다양한 인구집단으로부터 샘플을 채취함으로써, 유전적 변이 및 조절의 차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더욱 확장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연구를 보완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서 인간세포지도(Human Cell Atlas)가 제안되었는데, 이는 단일세포 시퀀싱을 이용하여 세포의 유형과 그들 간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생의학 연구자들은 GTEx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할 데이터의 풍성함과, 그것이 제공하는 유전체의 조절코드에 대한 통찰력을 환영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유전적 변이와 유전자 조절의 특징을 파악한다"는 생의학의 궁극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쾌거로 평가된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uidfinder/10.1038/nature24277
2. http://www.nature.com/uidfinder/10.1038/nature24267
3. http://www.nature.com/uidfinder/10.1038/nature24265
4. http://www.nature.com/uidfinder/10.1038/nature24041
5. http://www.nature.com/uidfinder/10.1038/550190a

※ 출처: Nature 550, 157 (12 October 2017) http://www.nature.com/news/a-more-personal-view-of-human-gene-regulation-1.2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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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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