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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까마귀도 인간과 유인원처럼 계획을 세운다
생명과학 양병찬 (2017-07-17 09:50)


© Science

우리는 만족감(gratification)을 뒤로 미루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은 인간의 독특한 계획능력을 토대로 하여 건설되었으며, 계획이란 '미래의 욕구(수요)를 예상하여, 지금 당장의 보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유인원도 미래의 사건을 예상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음이 증명되면서, 계획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신화는 이미 10년 전에 깨졌다. 이제 '까마귀의 도구사용과 물물교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영리한 새들도 인간과 유인원에 이어 세 번째로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가입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동물의 계획수립 능력은 생명의 역사에서 두 번 이상 진화한 것 같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지적 행동(intelligent behavior)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마르쿠스 뵈클 박사(비교행동학)는 논평했다(참고 1).

계획이란 '미래에 다른 장소에서 일어날 사건'을 충분히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마티아스 오스바트 박사(인지행동학)는 다른 영장류들도 계획자(planner)인지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들을 설계했다. 이후 수행된 실험에서, 침팬지를 포함한 유인원은 실험을 통과했지만 원숭이는 실패했다.

그런데 그 즈음, 연구자들은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들(어치, 레이븐, 까마귀)도 계획의 징후를 보인다는 데 주목했다. 그들은 지난 20년간의 연구를 통해, "까마귀가 도구를 사용하며, 먹이를 은닉하는 장소를 의도적으로 은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 유인원, 새의 뇌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참고 2).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비판자들은 "먹이 은닉은 특화된 행동(specialized behavior)일 뿐, 전반적인 계획수립 능력(general planning ability)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까마귀가 전반적인 계획수립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그들이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획을 세울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서 오스바트 박사는 대학원생 캔 카바다이와 함께, 까마귀를 유인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함으로써 그 동안의 비판을 잠재우기로 결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까마귀들이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행동을 실험에 포함시키려고 특별히 신경을 썼다. 예컨대 레이븐(raven)은 일상적으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며, 일부 어치(jay)나 까마귀(crow)와 달리 물물교환을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섯 마리의 레이븐을 훈련하여, 길쭉한 돌멩이를 이용하여 (사료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도록 학습시켰다. 또한 레이븐들은 그 도구(돌멩이)를 토큰(플라스틱 병뚜껑)으로 교환하는 행동도 학습했다. 토큰은 나중에 훨씬 더 좋은 보상을 가져다주는 매개체였다.

여러 번의 실험이 실시되는 동안, 연구진은 게임의 룰, 즉 '보상이 제공되는 시간'과 '보상을 받으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바꿨다. 그 결과, 레이븐들은 룰이 바뀌더라도 계속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상이 즉시 제공되는 경우는 물론, 최대 17시간 동안 지연되는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참고 3).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레이븐들에게 도구 및 다른 여러 개의 물체와 더불어 즉각적인 보상(작은 사료 알갱이)를 제공했다. 그랬더니 3/4의 레이븐들이 도구를 집어 들었는데, '당장은 아무런 보상이 없지만, 15분을 기다리면 더 큰 사료가 제공되는 경우'에도 그렇게 했다. "자제력에 관한 한, 그들은 유인원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오스바트 박사는 말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레이븐들이 지연된 만족(delayed gratification)의 결과를 생각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지금껏 사람들에서만 입증된 것이었다. 보상이 담긴 상자에 접근하기 전 몇 초 동안 기다리게 하자, 그들은 늘 기다리는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더 강한 자제력을 보였다"라고 오스바트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아닌 동물도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지금껏 이보다 더 확실한 적은 없었다"라고 런던 대학교의 네이선 J. 에머리 박사(인지생물학)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에서, 까마귀들은 도구를 ① 인식하고, ② 기억하고, ③ 그 효용을 예상하며, ④ 좀 더 즉각적인 유혹에도 불구하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네 가지 능력은 계획의 핵심 구성요소인데, 그들은 네 가지 능력을 유인원과 같은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오스바트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오스바트 박사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 "물론, 결과가 같다고 해서 '까마귀와 유인원이 동일한 인지과정을 거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스바트 박사의 마지막 말은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조너선 레드쇼 박사(비교심리학)의 견해와 일치한다. "'도구나 토큰을 특정 보상과 연관시키고 늘 그것을 선택하는 것'과 '미래에 대한 복잡한 계획'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계획자들은 미래의 수요들을 충족하는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인다. 나는 연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제안한다. 까마귀들에게 부서진 상자를 보여준 다음에도 여전히 똑같은 도구를 선택하는지 테스트해 보라. 만약 그들이 도구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보상을 위한 도구를 습관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만약 새들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동물의 계획수립 능력은 역사상 두 번 이상 진화한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조류와 포유류는 약 3억 2천만 년부터 갈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라고 오스바트 박사는 말했다. "계획수립 능력은 우연한 역사적 사건 때문에 단 한 번 진화하지 않았다"라고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의 앨릭스 테일러 박사(비교심리학)는 말했다. 향후 새와 포유동물의 인지과정을 심도 있게 연구하면, '다음번에 일어날 사건을 예상하고 고려할 때,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면에서 뭐가 필요한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인간, 유인원에 이어 세 번째로 계획자 클럽에 가입한 까마귀

오늘은 애드거 앨런 포의 시로 시작한다. "갈까마귀는 말하되, 나는 계획이 있노라(Quoth the Raven I have a plan)."

레이븐(raven)이나 까마귀(crow), 어치(jay) 등의 까마귀과 동물들은 지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야생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제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동물학자들은 레이븐들이 미래의 사건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울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런 계획은 종래에는 인간이나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에게서만 관찰되던 것이었다.

연구진은 본래 유인원의 계획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테스트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레이븐의 계획능력을 평가했는데, 그 계획이란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기 위해 즉각적인 보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한 실험에서, 레이븐은 도구를 이용하여 복잡한 상자에서 먹이를 꺼내먹는 방법을 학습했다. 학습이 끝나자, 레이븐들은 상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물체들을 모두 물리치고 적당한 도구를 선택하여, 먹이가 들어있는 상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레이븐들은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를 기억했다가 그것을 선택했는데, 대기시간은 최대 17시간이었다. 이는 그들이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들은 당장의 보상 대신 도구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이는 나중에 월등한 보상이 있으므로 기다릴 가치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실험은 레이븐이 계획에 관한 한 유인원과 대등한 위치에 있으며, 네 살배기 어린이와 맞먹는 자제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까마귀과 동물들은 먹이의 저장과 관련된 계획만을 세울 수 있다'는 종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들은 먹이가 있는 곳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얻는 데 궁극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도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7/6347/126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06/5703/1903
3.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m8138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7/ravens-humans-and-apes-can-plan-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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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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