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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통신원   
[암(癌)에게서 배우다] <14회> Tumor microenvironment(1) ; 함께 살아갈 순 없을까?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7-07-17 09:59)


암은 그림과 같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서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상세포, 각종 면역세포 등 다이내믹한 조력자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들 제반 환경을 일컬어 암(또는 종양) 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이라 한다. 암이 그를 둘러싼 미세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미세환경이 암의 성장 또는 전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 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여러 변수로 인해 자연히 암의 이종성(Heterogeneity)은 증가하게 된다2).

최근 이러한 암 미세환경에 주목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지금까지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의 수많은 항암제들이 개발되었지만, 많은 경우 내성이 생기고 재발과 전이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암 미세환경에 눈을 돌려 그 특성을 연구함으로써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흥미를 끄는 대목은 암세포를 꼭 죽여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주변 환경을 조절하여 암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함으로써 암과 함께 인간이 기대수명까지 살아가는 전략을 개발하자는 것이다3).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의 학교에 가서 ‘학부모 명예교사 시험감독관’으로 참여했다.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요즘 고등학교는 무슨 시험을 그리 철저히 감독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에 예전과 달라진 학교 분위기도 한번 느껴보고자 회사에 오전 반차를 내고 다녀왔다.

각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없는 반을 감독하도록 이미 교실이 배정되어 있었다. 고1 교실에 들어갔으나, 이미 절반은 고3 아이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 줄 걸러 한 줄씩 고1, 고3 아이들이 번갈아 앉아 있었다. 이렇게 시험 때마다 반 이동을 하여 최대한 부정행위를 방지한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교사 한명은 교실 앞쪽에서, 학부모인 나는 뒤쪽에서 시험 감독을 한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약간 웃픈(웃기고도 슬픈) 마음이 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형식으로 교내 시험을 치러왔단다. 우리사회가 저신뢰 사회임을 교육현장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1교시에는 고1만 시험을 치르고, 고3은 자습시간. 15명의 고3 아이들 중 1/3 가량이 내내 잠을 잔다. 2교시 고3 시험과목은 ‘벡터와 기하’ 다. 우울한 회색 종이에 겉은 실선, 속은 점선으로 표시한 현란한 입체도형들이 그려져 있는 시험지를 보니 내가 다 마음이 심란하다. 시험 시작 후 십여 분 정도 지나니, 역시 고3 아이들 중 1/3 가량이 벌써 할 일 다 한 듯 엎드려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한다. 그 중의 한 남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이 학생은 도무지 잠은 안 오는지, 시험시간 내내 손톱을 물어뜯고, 창가를 바라보다가, 나랑 눈도 마주치면서 줄곧 딴 짓을 한다. OMR 카드에 답안 체크를 빛의 속도로 끝내더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시험시간 20분 정도를 남기고 손을 든다. 이제 화장실을 가고 싶단다. 드디어 ‘학부모 명예교사 시험감독관’인 나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침묵게임에서 침묵을 깨는 순간이 모두에게 반가운 것처럼, 선생님도 마침 오랜 시간 지루했던지, 더욱이 나의 존재로 인해 이런 갑작스런 골칫거리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이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나에게 같이 다녀오란다.

녀석은 화장실로 들어가고, 난 밖에 서 있었다. 화장실문이 투명한 유리문이어서 살짝 들여다봤더니, 거울 앞에서 한참 머리를 만지더니, 두루마리 화장지를 한참 뜯어서 큰 일을 보러 들어간다. 10여분쯤 지나 나와 손을 씻고 다시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밖으로 나온다.

“(등을 쓰다듬으며) 시원~ 하니?”
“(헤헤) 네~”

몸집은 거의 나랑 비슷했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표정에서 그간 내가 잊고 살았던 순수함의 정수를 보았다.

그 학생을 암세포에 비유하는 것이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사실 누가 정상세포이고 누가 암세포인지 헷갈린다), 몇 마디 덧붙이자면, 부적응 학생(암)이 학교환경(미세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만, 부족한 학교환경(미세환경)이 학생(암)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암 자체 보다는 미세환경에 집중해서 이를 제어함으로써 암을 관리하며 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는 암연구자들처럼, 우리도 획일적인 학교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교화’하는 것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저신뢰 사회 속, 입시 경쟁위주의 학교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모든 학생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다 같이 노력해보면 어떨까?

치열한 입시를 통과하여 대학을 나와도, 본인은 물론 부모님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시대다. 왠지 이런 엉킨 매듭은 아이들 학교 교실에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꿈 많은 십대 아이들이 교실에서 잠만 자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름날이 지나가고 있다.


※ 참고문헌
1) https://visuals.nci.nih.gov/details.cfm?imageid=11033
2) https://en.wikipedia.org/wiki/Tumor_microenvironment
3) http://www.ncc.re.kr/researcher.ncc?uri=ri_new_01_02&in_dept_nm=RT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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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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